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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후면 전쟁 시작?

김재명의 뉴욕통신 <8> 석유 방정식과 이라크전쟁

뉴욕 맨해튼 시내의 큰 건물들 정면엔 미 국기들이 내걸려 있다. 9.11 사건으로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진 뒤 뉴욕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마찬가지다. 그곳에서 6백 미터쯤 떨어져 있는 소피텔호텔은 프랑스 자본 계열이다. 2월 말까지만 해도 호텔 정문에는 프랑스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내걸려 있었다. 그런데 이즈음 프랑스기가 슬며시 사라졌다. 소피텔 호텔을 공격하겠다는 편지들과 전화들을 받았기 때문이다.

누구들로부터? 이른바 '극단적인 백인 애국주의자들'(white extreme patriots)로부터일 것이다. "미국은 위대하다. 미국민은 악(evil)을 쳐부수는 소명을 받았다"고 믿는 이들 '애국주의자들'은 "프랑스가 미국의 이라크전쟁 움직임에 딴지를 걸고 있다"는 미 주류언론들의 잇단 '프랑스 때리기' 보도로 '열'을 전해 받았을 것이다.

***"프랑스 하나만 골라 패기"**

미국 주류 언론들이 이라크전쟁을 밀어붙이는 부시 미 대통령에 무비판적 (또는 중립적)이라는 사실은 새삼스런 것이 아니다. 많은 강성 필자들이 "이라크로의 진군(進軍)을 재촉하는 북소리"(drumbeat)를 쉴 새 없이 울려왔다. 그 기본 논조는 '해방'이다. 두 보수언론인 (<뉴 리퍼블릭>의 편집인 로렌스 카플란, <위클리 스탠더드>의 편집인 윌리엄 크리스톨)이 올 2월에 함께 펴낸 『이라크전쟁』(The War Over Iraq)은 "(부시의 이라크 전쟁은) 이라크 국민을 사담 후세인 독재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고, 미국을 후세인의 대량파괴무기 위협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들 매파 언론인들은 부시행정부의 이라크전쟁 움직임에 비판적인 국가들에게는 날카로운 필봉을 날리고 있다. 이를테면,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잭슨 딜은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을 향해 견제구를 던지는 프랑스, 독일, 러시아를 "부정(不淨)한 축"(unholy axis)이라 몰아 부쳤다.

이즈음 미 주요 언론사 칼럼니스트들의 단골 메뉴는 "프랑스 때리기"다. 이라크 침공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을 받아내려는 부시 행정부에 대해 프랑스가 반대입장을 보여온 까닭이다. 프랑스뿐 아니라 러시아, 중국, 독일(비상임이사국으로 유엔 안보리 2월 의장국)도 반전 입장이지만, 유독 프랑스만 매를 맞는다. 이즈음 유행하는 말대로 "하나만 골라 패기"의 효과를 터득하고 있기 때문일까.

미 외교관 출신의 보수적 지식인 로버트 케이건(카네기 국제평화재단 간부)은 올해 1월『낙원과 강국』(Of Paradise and Power)이란 신간에서 새로운 세계질서 속의 미국과 유럽을 논했던, 이른바 미국의 유럽통(通)이다. 그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한 칼럼에서 프랑스 나폴레옹의 패배를 가져왔던 워털루 전쟁을 상기시키면서, "이즈음 프랑스 시라크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를 상대로 또다른 워털루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언론의 프랑스 때리기는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ABC, CBS, NBC, FOX뉴스 등 방송들의 프랑스 비판 대담프로는 차마 들어주기 힘들 만큼 치졸한 표현도 나온다. 뉴욕의 타블로이드판(版) 일간지 <뉴욕 포스트>같은 B급 언론들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주전론(主戰論) 펴는 미 지식인들의 편향성**

<뉴욕타임스>가 자랑하는 국제관계 간판 칼럼니스트이자 이른바 합리적 온건 지식인으로 꼽혀온 토마스 프리드만도 미 언론의 프랑스 때리기 대열에 끼어 들었다. 그는 부시행정부와 시라크정권과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프랑스를 유엔 상임이사국에서 빼야 한다"는 궤변마저 폈다. 그는 <뉴욕타임스> 한 칼럼에서 "만일 유엔 상임이사국 5개국이 미 프로농구 NBA 올스타 팀을 구성할 때처럼 팬들의 인기투표로 결정한다면, 나는 프랑스 대신 인도를 찍겠다"고 적었다. 그럴 경우 프리드만이 예상하는 상임이사국은 프랑스가 빠지고 인도가 들어갈 것이란 예측이다(아마도 프리드만은 전세계 반미여론을 의식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지구촌 사람들이 인기투표로 5개 상임이사국을 결정할 경우, 미국과 영국은 탈락 가능성이 높다는 걸 프리드만은 모를까?).

미 언론의 프랑스 때리기 압권은 찰스 크러새머의 <워싱턴포스트> 2월28일자 칼럼일 듯하다. 타고난 강골 보수 논객 크러새머는 미 보수파의 거두 헨리 키신저를 존경하고 키신저의 지론인 국제정치학의 현실주의(즉, 국가는 안전보장문제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여기는 합리적 행위자라는 이론) 신봉자로 알려진다. 그는 "유엔에서의 값비싼, 속 보이는 몸짓"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프랑스를 거세게 몰아부친다. 크러새머의 시각에선 (지난 90년대에 이라크를 경제제재로 봉쇄해온) 미국을 '봉쇄'(containment)하고 있는 국가가 바로 프랑스다.

칼럼에서 크러새머가 직설적으로 말은 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프랑스의 방해공작만 없었다면) 이미 이라크전쟁을 수월히 치렀을 것"이란 뜻이 칼럼 행간(行間)에서 진하게 묻어난다. 유엔 무기사찰을 주내용으로 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1441이 아닌 침공 결의안을 통과시켜 사담 후세인 정권을 엎었을 것이고, 또 마땅히 그랬어야 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프랑스 덕분에" 미국은 1,2월 최적 공격시기를 놓쳤고, "더위와 모래폭풍이 부는 계절에 전투를 벌임으로써 용감한 미국인들의 목숨이 희생당할지 모른다"는 원망마저 숨기지 않는다.

키신저 류(流)의 보수논객 크러새머는 "프랑스가 미국의 패권과 국가이익에 도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도전이 심각한 만큼, 미국도 철저히 앙갚음 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그 방안으로 첫째, 일단 이라크 전쟁이 마무리되면, "프랑스의 시대착오적(anachronistic)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늘려야 한다. 새로운 상임 이사국으로 인도와 일본을 꼽는다. 둘째, 이라크 전후 이권 분배에 프랑스를 소외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프간에서처럼 프랑스 군대가 평화유지군으로 끼어드는 것도 안되고, 석유 이권과 관련한 어떤 계약도 맺게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No peacekeeping. No oil contracts).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특유의 일방주의 외교정책에 바탕, 부시행정부의 이라크 전쟁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미 국내에서도 반전여론이 높아졌다. 아울러 미 주류(主流) 언론의 친부시 편향의 논조는 많은 독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급기야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월 27일 "이라크를 향한 북소리?"(Drumbeat on Iraq?)란 제목 아래 이례적으로 통단 사설을 마련,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아야 했다. 이 사설은 <워싱턴포스트>의 이라크 주전론(主戰論)에 대한 독자들의 불만을 인정하면서도 "사설과 기사는 다르며, 장기적 평화는 양보보다는 힘에 의해 더 잘 지켜질 수 있다"(long-term peace will be better served by strength than by concessions)는 논리를 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보란 듯이 앞서 살펴본 크러새머의 칼럼이 실렸다. (오! 아무도 못 말리는 <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들이여! )

미 언론에 비해 유럽언론들의 시각은 이라크 전쟁에 비판적이고 따라서 미 언론을 보는 눈길이 곱지 못하다. 영국의 〈BBC방송〉은 2월말 미국 언론의 전쟁 의욕(war challenge)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 움직임에 대해 미 언론들이 "좋게 말해 비판을 삼가는 신중함을 보여주었지만, (그런 보도경향으로 말미암아) 친(親) 부시 편향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BBC는 지적했다. 반(反)부시의 선봉장 폴 크루그먼(미 프린스턴대 교수. 경제학)도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미국의 반전 여론이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미국 언론의 친 부시 보도태도 탓이라 비판했다.

***프랑스ㆍ러시아가 반대하는 속셈은?**

한 가지 의문은 왜 프랑스가 미국에 미운 털이 박힐 만큼 이라크전쟁에 반대를 하고 있을까다. 키신저 류(流)의 국가이해 우선 접근법으로 따져보면 해답이 나올 것 같다. 그 실마리는 미국의 이라크전쟁의 배경과 맞물린다. 곧 석유다. 프랑스는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과 여러 건의 유전개발 계약을 맺었다.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경제제재가 언젠가 풀린다면..."이란 꼬리표가 달린 계약이긴 하지만, 프랑스 기업 TotalFinaElf는 이라크 마이눈 지역과 빈 우마르 지역 유전개발권을 지니고 있다. 이라크는 프랑스에게 수십억 달러의 밀린 빚도 있다. 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 프랑스무기를 사들여 진 빚이다(물론 시라크정권의 이라크전쟁 반대론에는 프랑스의 국내 정치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프랑스 6천만 인구 가운데 10%쯤이 회교도다. 시라크 정권으로선 큰 표밭이다. 그리고 국민의 77% 가량이 이라크전쟁을 반대한다).

러시아도 상황은 프랑스와 마찬가지다. 이라크에 70억 달러에 이르는 옛 소련 시절의 채권을 그대로 갖고 있고, LUKoil을 비롯한 크고 작은 여러 기업들이 사담 후세인 정권과 12개의 유전을 개발한다는 계약을 맺어 놓았다. 현 위기국면을 잘 넘기고 가까운 시일 안에 이라크가 유엔 경제제재에서 벗어난다면, 이라크 석유 수입의 20% 가량이 이들 러시아 개발 유전에서 나올 것으로 알려진다. 러시아의 입장이 전쟁이 아닌 무기사찰 연장 쪽으로 이라크위기가 외교적으로 풀려나가길 바라는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러시아는 그러나 미국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다. 미국이 러시아에 지닌 경제 측면(특히 국제금융)의 영향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998년 여름 러시아는 90일 동안의 국가채무 지불유예(moratorium)를 선언했을 만큼 사정이 좋지 못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신세를 져왔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라크에 대한 무력사용을 허용하는 결의안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원론을 고수하면서도, 프랑스처럼 적극적으로 다른 나라들을 부추기지는 않는다. 그런 까닭에 미 언론의 '프랑스 때리기' 불똥에서 얼마간 비껴 서있다.

부시의 이라크전쟁 배경이 석유라는 사실은 이미 전세계의 여러 비판적 지식인들이 지적한 바다. 사우디에 이어 세계 제2의 원유 저장국인 이라크가 이번 위기를 간신히 넘기고 프랑스ㆍ러시아와 맺은 계약대로 석유를 본격 개발 생산해낼 경우와는 반대로, 미국의 침공을 받아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다면? 프랑스와 러시아는 그동안 애써 따놓은 유전개발권은 물론이고 국가채권이 한낱 거품이 될 수도 있다. 친미 하미드 카르자이를 수반으로 한 친미 정권을 세운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미국은 이라크의 정권을 좌지우지할 것이다. 한시적이지만, 미 민간인 총독을 내세울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주도권을 쥔 미국이 이라크 석유산업을 주무르면서 프랑스와 러시아의 기득권(유전개발권)을 인정해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

현재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이라크 침공 결의안 통과요건(5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없는 가운데 15개국 가운데 9개국 찬성)을 마련하려고 치열한 막후 거래를 벌이는 중이다. 아프리카의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들인 기니, 카메룬, 앙골라 실력자들을 구워삶아 찬성표를 얻어내려고 애쓰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들 아프리카 국가들의 실력자들을 상대로 "이번에 우릴 밀어주면..."이라며 미국의 재정지원, 투자확대, 무역조건 완화 등 뭔가를 흥정하고 있을 것이다. 이라크 협공작전을 위한 미군 진주를 놓고 막판까지 벼랑끝 거래(3백억 달러 규모)를 벌이고 있는 터키보다는 낮은 비용을 지출하겠지만...

<워싱턴포스트>의 보수논객 찰스 크러새머는 앞서 살펴본 같은 칼럼에서 '힘없는 주변국가'(powerless, peripheral country)들인 기니, 카메룬, 앙골라에 공을 들이는 현실 자체도 불합리한 일이고, 이는 곧 '유엔의 불합리'로 여긴다. 아마도 부시행정부는 이들 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밀사를 보내 모종의 반대급부(러시아가 현재 지닌 이라크 유전 개발권 등 이라크전쟁 뒤 지분 참여 보장)를 제시하면서 안보리에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포기하고) 기권을 이끌어내려 할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 시라크 대통령도 러시아와 비슷한 제의를 받았을 것이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3월 1일 프랑스 RFI 라디오 인터뷰에서 "무기사찰단에게 활동시간을 더 줄 것"이며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뒤집어 보면, 프랑스, 러시아에 대한 막후거래가 잘 안 풀린다는 얘기다(또다른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이라크와 이렇다할 큰 이해관계가 없다. 세계시장 진입을 위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바라는 중국 지도부다. 냉정한 실리적 관점에 바탕, 이라크 침공결의안이 상정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을 할 수도 있는 처지다).

***부시의 석유 방정식, 전쟁으로 풀리려나**

이런저런 미국의 노력이 실패할 것으로 드러난다면? 미국은 유엔 결의안 상정을 포기할 것이다. 그리고 미 외교정책의 특징이자 전가 보도(傳家 寶刀)인 일방주의로 이라크전쟁을 일으킬 것이다. 이미 그런 조짐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존 볼튼 미국 국무차관은 지난 2월 24일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고위 관리들에게 "안보리가 (침공결의안을) 승인하든 안 하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비외교적 발언을 했다. 일단 일(이라크 침공)을 저지르고 나면, 전세계 반전여론쯤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라앉을 것으로 여길 부시 행정부다.

딕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부시의 참모들의 현실인식을 거칠게 직설적으로 표현한다면, "반미감정 악화라는 마이너스 측면은 무시해도 좋다. 석유이권의 안정적 확보와 미 패권의 확장이라는 국가이익이 훨씬 더 크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여기에는 "적어도 미 국민들의 60%쯤은 부시의 정치적 리더십에 무조건 따라올 것"이란 맹목적인 신념도 깔려 있다.

미군 최고사령관(부시 대통령)과 그의 군사참모(럼스펠드 미 국방)는 갈 길이 바쁜 이들이다. 4월 15일쯤이면 기온이 30도를 올라가 전투를 벌이기 어렵다. 화생방복을 입기도 곤란하다. 전쟁을 한달 가량 치른다면, 3월 15일엔 포문을 열어야 한다. 이라크전쟁은 후세인이 막판에 극적으로 망명길을 떠나거나 내부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는 한 필연적이다. 2주밖에 안 남았다. 미 군부는 이른바 '충격과 두려움'(shock and awe) 개념에 바탕한 초반 대규모 공습으로 이라크, 특히 후세인 지휘부가 자리한 바그다드를 초토화할 참이다.

이럴 경우 미 군부의 군사수사학(修辭學) 용어인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로 수십만에 이르는 이라크 민간인들이 희생될 것이다. 지난 1979년 사담 후세인의 집권 이래 24년 동안 그의 철권통치와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라는 이중고에 신음해온 이라크 국민들이다. 그들의 고통과 눈물 뒤에는 지금껏 이 글에서 살펴본 대로 미국과 그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름하여 원유(原油) 방정식이다. 부시는 군사 초강대국 우두머리답게 외교가 아닌 전쟁이라는 물리적 수단으로 그 고난도 방정식을 풀려고 덤비는 모습이다. (미 보수 강경파 지식인들이 9.11 뒤 미국 중심으로 21세기 세계질서를 다시 재편성해야한다는 논리를 펼 때 들먹이는) 미국적 국제주의(American Internationalism) 깃발을 내걸고서...

관련 링크 http://www.washingtonpost.com/wp-dyn/articles/A8531-2003Feb26.html
http://www.washingtonpost.com/wp-dyn/articles/A14219-2003Feb27.html

***후기: 1번 투고자 글과 관련한 보충**

먼저, 좋은 지적을 해주신 점 감사 드립니다. 중국-이라크 사이의 유전개발 계약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저로서는 중국이 이라크 유전개발 계약과 관련, 러시아나 프랑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작은 규모(개발계약 단 1건)로 이라크와 이해관계를 맺고 있고, 따라서 앞으로 미국과의 더 큰 '거래'를 위해선 미국이 바라는 이라크 침공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아래는 이와 관련한 보충기사 성격의 글입니다.

중국은 지난 1997년 인민석유공사가 알-아흐다브 유전을 개발계약을 맺었습니다. 하루 9만 배럴을 퍼올릴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유정 개발 프로젝트는 7억 달러 규모입니다. 물론 결코 작은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러시아나 프랑스에 비해선 총량에서 상대적으로 훨씬 소규모입니다(이를테면 러시아 LUKoil 사가 계약한 서부 쿠르나 유전지대 개발프로젝트는 37억 달러 규모).

아시듯, 중국은 부시 행정부 출범 뒤 미묘한 외교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2001년 봄에 일어난 미국 첩보기 사건으로 팽팽한 긴장관계를 가졌는가 하면, 같은 해 9.11 테러사건이 일어난 뒤 (신장 위구르족의 분리독립 운동자들을 '테러리스트'라고 탄압해오던) 중국이 미국의 테러전쟁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자 외면상 순탄한 관계를 유지하는 중입니다. 그런 중국이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눈감아줄 경우 (다시 말해 이라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중국에게 그에 따른 호의적 조치(이를테면, 무역시장 개방, 투자증진 등)를 취할 것입니다.

문제는 그동안의 이라크의 정치상황이 유전개발을 가로막아왔다는 점입니다. 아시듯 이라크는 경제제재 아래 '석유식량 프로그램'(Oil-for-Food Program)에 맞춰 석유 판매량이 제한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유정개발이 시급한 것은 아닙니다. 이라크 후세인정권도 유엔의 경제제재가 풀릴 것을 전제로 해 프랑스-러시아 등과 유전개발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라크전쟁이 어떤 형태로든 끝나고 유엔의 경제제재가 풀리면, 이라크 유전개발은 활기를 띠게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개발의 혜택이 이라크 국민들에게 돌아갈 가능성보다는 미국 석유 메이저들 배를 불리게 할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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