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60)가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얼마 전 TV에 나와 장관 시켜 달라는 사람으로부터 받아놓은 이력서들이 있다고 잇따라 밝힌 데 이어, 최근에는 한 시사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국세청장후보 가운데 특정인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접한 국민 여론은 "인사청탁을 하면 패가망신을 시키겠다"던 노대통령이 약속대로 인사청탁을 한 이들의 명단을 공개, 엄중문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건평씨는 지난주말 한 TV에서 "장관 시켜 달라는 사람으로부터 받아놓은 이력서 두 통이 있다"고 말한 데 이어, 지난 25일 SBS TV 8시 뉴스 '노대통령 친인척들, 비리는 없다'는 기획기사와의 인터뷰에서도 "지금도 제 방에 그런 이력서나 소개서가 와 있습니다. 아직까지 동생한테 연락조차도 안했습니다. 제 선에서 타이르고 사전에 그런 게 없도록 예방 차원에서 설득을 시키고 있고..."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TV프로그램을 본 '청소반장'이란 ID의 프레시안 독자는 지난 23일 '방송에 보니 노무현 행님 좀 걱정되대요'란 글을 통해 "처음부터 아예 싹을 잘라야 조심하게 됩니다. 하나둘 예외가 생기기 시작하면 예외들이 모여 관례가 되고 관례가 굳어지면 나라 아작나는 겁니다. 개혁 물 건너가게 되는 거죠. 인정을 두면 개혁 못 합니다. 가까운 곳부터 본보기로 정리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소설가 오정인씨도 25일자 조선일보에 쓴 '잔치는 끝났다'는 시론에서 "TV에서 김해의 노건평씨가 밝힌, 받아 놓은 장관인사청탁 두 개의 이력서를 공개하고 그 사람들을 본보기로 패가망신시켜주기 바란다"며 "대통령의 형은 그런 청탁 봉투를 추상같은 나무람으로 문전에서 돌려보내지 않고 왜 받아 안방에 보관하며 생각하고 있어 친인척 비리의 더러운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지? 이 문제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적잖이 심각한 상황전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노건평씨가 최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경합중인 국세청장 후보 가운데 한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양문석 전국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이 26일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 당신은 대통령이 아닙니다'라는 글을 프레시안에 긴급 투고해왔다. 노건평씨가 <시사저널> 최신호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국세청장의 인사문제에 대해 "ㄱ씨가 차기 청장이 되는 것이 순리에 맞다"며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다음은 <시사저널> 기사중 문제가 되는 부분과 양문석 정책전문위원의 글 전문이다.
***<시사저널> '괴담에 발목 잡힌 대통령의 형' 가운데 문제되는 대목**
(전략)
국세청 인사 개입설에 대해서는 노씨는 펄쩍 뛰었다. 문제의 ㄱ씨와는 개인적인 친분이 없을 뿐더러 ㄱ씨가 자신에게 줄을 댔다는 소문 또한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것이었다. 단 노씨는 ㄱ씨에 대한 호감만은 숨기지 않았다.
"능력으로 보나, 조직 장악력으로 보나 ㄱ씨가 차기 청장이 되는 것이 순리에 맞다. 당선자와 같은 지역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ㄱ씨가 배제된다면 오히려 역(逆)지역 차별일 수 있다"라고 노씨는 말했다. 그는 또 "대선 전에 동생(노당선자)에게도 ㄱ씨가 매우 유능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한 일이 있다"라고 말했다.
노씨가 이렇게 소신을 갖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본인이 세무 공무원 출신이기 때문이다. 노씨는 야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약 10년을 세무소에서 근무하다가 고향으로 돌아갔다. 군사정권의 낙하산 인사로 말미암아 '세무의 세'자도 한자로 못쓰는 무식한 군 출신 상사들을 섬겨야 하는 처지였지만 세무 공무원으로서 자부심만은 남달랐다고 노씨는 당시를 회고한다.
세무 공무원 교육시험에서 전국 1등을 차지할만큼 유능한 직원이었던 노씨는 공직을 사퇴한 뒤에도 같이 근무했던 동료들과 교우 관계를 유지해 왔다. 노씨는 최근 이들과 더불어 차기 국세청장 감에 대한 사견을 주고받은 일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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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처럼 농사만 짓다 죽겠다고 공언했건만 주변 사람들이 그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대선 이후 봉하마을 노씨의 집은 날마다 관청 민원실을 방불케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민원과 청탁 사연을 들고 줄을 서 노씨를 기다리고 있다. '패가망신할 줄 알라'는 대통령의 엄포도 이들에게는 소용이 없다.
이들의 민원을 매몰차게 뿌리칠 만큼 노씨는 모진 성품이 아니다. "돈 같은 것은 절대로 받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연이 너무 딱하다 싶으면 내가 나서 도와주기도 한다"라고 그는 말했다. 이를테면 노부모와 아내를 경남 거제에 둔 채 홀로 제주에 파견근무를 나가 있다는 공무원의 사연을 접하고는 해당관청에 직접 연락해 선처를 부탁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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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석씨 긴급투고,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 당신은 대통령이 아닙니다"**
"능력으로 보나, 조직장악력으로 보나 ㄱ씨가 차기 청장이 되는 것이 순리에 맞다. 당선자와 같은 지역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ㄱ씨가 배제된다면 오히려 역지역차별일 수 있다. 대선 전에 동생(노무현 대통령)에게도 ㄱ씨가 매우 유능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한 일이 있다."
시사저널 최근호(697호)에서 노대통령의 형이자 세무공무원 출신 노건평씨의 발언이다. 차기 국세청장의 인사 문제에 노씨의 개입설이 분분한 가운데 스스로 이에 대해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ㄱ씨와 ㅂ씨가 경쟁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ㄱ씨는 영남출신이고 ㅂ씨는 호남출신이다. 그리고 ㄱ씨가 노씨에 줄을 댔다는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개인적인 친분이 없다고 밝히면서 ㄱ씨가 청장이 되는 것이 순리란다.
"돈 같은 것은 절대로 받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연이 너무 딱하다 싶으면 내가 나서 도와주기도 한다. 이를테면 노부모와 아내를 경남 거제에 둔 채 홀로 제주에 파견 근무를 나가 있다는 공무원의 사연을 접하고는 해당 관청에 직접 연락해 선처를 부탁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사연이 딱한 경우가 어디 한 두 군데이겠는가. 공무원을 예로 들면, 교직공무원들의 경우 지역간 이동이 부정부패와 비리의 온상이다. 현실적으로 '맞교환원칙'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고자 하는 지역에 있는 교사가 이쪽으로 신청하지 않으면 거의 길이 없다. 결국 '돈과 배경'만이 해결책이 되는 것이다. 결혼만 하고 헤어져 사는 주말부부, 홀로된 부모, 장애아동을 가진 공무원 부부의 생이별 등은 어찌 보면 일반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딱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다. 노씨가 '너무 딱하다 싶으면' 이런 문제를 취임초 한번 정도 정책적 차원에서 한꺼번에 해소할 수 있는 내용을 건의했다면 이것은 너무도 생산적이며, 이것에 시비를 걸면 이것이야말로 '대통령가족 역차별'일 수 있다. 한데 개인적인 관계로 들었던 '딱한 사연'에 대해서 '개인적인 문제'로 해결한 노씨는 좋게 말하면 휴머니스트고, 나쁘게 말하면 '권력사칭'이 전문인 '브로커'일 뿐이다.
노씨는 개인이다. 그리고 왕조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건평君'이 아니다. 하지만 이 사회 풍토가 대통령 가족이면 '왕족'쯤으로 여기는 것은 그 동안 대통령 가족들이 '왕족'으로 행세해 왔기 때문이며, 실제 왕족과 같은 권력을 누렸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대통령의 형이 '혹시 선처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문의'해 오는데, 어느 공무원이 감히 '안됩니다'고 냉정하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노 대통령은 "지금까지 돈이 관련된 것만 처벌했지만 앞으로는 연고 정실 문화도 배격하겠다"며 대통령 친인척에게 줄을 대다 걸리면 줄 대는 사람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패가망신'을 당한다고도 경고했다.
한데 벌써 노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가 '저질러버렸다'. 노 대통령의 '영(令)'이 노씨에 한해서는 서지 않은 것이다. 인간적으로 딱하다고 봐주고, 사연이 안타깝다고 봐주는 것도 대통령의 형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능력이나 조직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냉정하게 노씨의 개인평가이기에 그 주관성과 자의성에 대해서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인사문제에 친인척이 개입했다면 이것은 앞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가 있다. 이것이 지난 수 십 년 간 우리 국민들이 겪었던 경험법칙이다.
아직도 우리 국민들은 '치떨리는 분노'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전두환의 동생 전경환, 형 전기환, 노태우의 처이종사촌 박철언, 김영삼의 둘째 아들 김현철, 김대중의 둘째아들 김홍업 셋째아들 김홍걸. 그 이름만 들어도 한때 대통령에 준하는 권력을 누렸던 인물들이고, 하나같이 감옥살이를 하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한 몸에 받았던 인물들이다. 이들도 처음에는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노씨는 현정권의 친인척 중 '가장 잘 통하는'인물이다. 대통령의 형이기 때문이다. 노씨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 양문석
2003.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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