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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부추기는 미 방송의 왜곡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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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부추기는 미 방송의 왜곡보도"

"폭스ㆍCNN 등 이라크전 기정사실화" - 크루그먼 교수 비판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같은 기독교 문화권인 미국과 유럽이 현격한 견해차를 나타내고 있는 이유는 어디 있을까.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그 이유를 현실을 반영하는 언론, 특히 방송이 다른 시각에서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다음은 크루그먼 교수가 18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서로 크게 어긋나는 배경(Behind the Great Divide)'이란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서로 크게 어긋나는 배경(Behind the Great Divide)'**

유럽과 미국이 갑자기 서로 엇갈리고 있는 데 대해 많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문화 혹은 역사 때문인가. 그러나 나는 미국과 유럽이 서로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이유는 우리가 다른 뉴스를 접하며 부분적으로 다른 관점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번 돌이켜보자. 최근 많은 미국인들은 프랑스가 미국과 유럽간의 관계를 긴장시키고 있다고 비판하며 심지어 프랑스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태도는 예외적인 것이 아니다. 지난 토요일(15일) 발생한 거대한 규모의 반전시위는 부시 행정부에 대해 유럽인들이 갖고 있는 깊은 불신과 회의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반전시위는 부시 행정부에 대한 자국 정부의 지지 혹은 반대 입장과는 상관 없이 벌어졌으며, 사실상 가장 큰 규모의 반전시위들은 미국을 지지하는 나라들에서 발생했다.

대규모 반전시위는 미국에서도 발생했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해외의 불신은 심지어 우리의 동맹국인 영국내에서조차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최근 영국의 여론조사 결과는 미국이 북한과 이라크에 앞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라는 것을 보여준다.

왜 그들은 미국인과 같은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지 않는 것일까?. 언론보도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에릭 앨터만의 새로운 저서 '무엇이 자유로운 매체인가?'는 국제적 비교를 강조하지는 않지만 미국과 유럽 언론보도 관점의 차이를 지적한다. 적어도 상대인 외국 언론들과 비교할 경우 "자유로운" 미국 언론들은 두드러지게 보수적이며 전쟁 문제에 있어선 호전적이다.

나는 지금 인쇄매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신문의 경우에도 매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미국과 영국의 주요 전국지들은 적어도 같은 사실을 묘사하는 것처럼은 보인다.

그럼에도 대다수 사람들은 TV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며 거기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미국 케이블방송이 다른 별나라 얘기를 하는 것처럼 보도한 지난 15일의 반전집회는 대표적인 경우다.

사람들이 TV뉴스를 통해 시청한 것은 무엇일까? 폭스뉴스 앵커는 지난 15일 뉴욕에 모인 반전시위대를 "일상적인 시위대(the usual protesters)" 혹은 "항상 있는 시위대(serial protesters)"라고 묘사했다. CNN의 경우 폭스처럼 경멸적인 어조는 아니었으나 16일 오전 웹사이트 머릿기사는 "이라크를 기쁘게 하는 반전집회"였으며 자료화면으로는 런던과 뉴욕의 반전시위 장면이 아닌 이라크 바그다드의 행진장면을 보여줬다.

반전시위에 대한 미국 방송의 보도는 다른 나라의 보도태도와는 전혀 다른 것이지만 그들의 성격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양대 케이블방송인 폭스뉴스와 CNN은 지난 몇달 동안 이라크 전쟁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보도해왔으며 사실상 자신들의 역할은 미국인들을 다가오는 전쟁에 대비하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한 것처럼 보였다.

따라서 이같은 왜곡된 미국 방송의 보도에 영향을 받은 대다수 미국인들이 이라크 정권과 알 카에다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여론조사들은 미국인 과반수가 9.11 테러사건에서 비행기를 납치한 범인중 일부 혹은 전부가 이라크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후세인이 9.11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믿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많은 미국인들이 사담 후세인과의 전쟁 필요성을 명백한 것으로 생각하면서부터 그들은 전쟁을 함께 하려 하지 않는 유럽인들을 겁장이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미국 방송보도를 접하지 않고 있는 유럽인들은 왜 북한, 혹은 알 카에다가 아닌 이라크인지에 대해 놀라워하고 있다. 따라서 유럽인들은 미국 정부의 이라크 전쟁 의도가 석유에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간단히 이길 수 있는 만만한 적을 고른 것은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유럽인들은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대는 (전쟁을 피하려는) 겁장이이기 때문이 아니라 협박하고 윽박지르는 부시 행정부의 입장에 대한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미국과 유럽 언론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첫째는 유럽 언론들이 반미주의를 퍼뜨리고 뉴스를 왜곡함으로써 미국을 지지하는 영국같은 나라에서조차 대규모 반전시위가 일어나도록 했다. 둘째는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한 회의는 비애국적이라고 비판받는 환경속에서 일부 미국 언론들이 전쟁을 정당화해 세일즈하는 임무를 자청했다.

어느 것이 맞는 말이냐고? 나는 보도했을 뿐이니 결정은 당신이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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