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조위원장을 역임한 신학림 코리아타임스 기자가 국내 최대 현업언론인 단체인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언론노련)과 산별노조인 전국언론노조(언론노조)의 신임 위원장으로 동시에 선출됐다. 언론개혁과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등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있는 언론노련과 언론노조를 이끌어나갈 신학림 위원장을 22일 만나 향후 계획과 포부, 고민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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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위원장이 취임 후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과제는 바로 언론개혁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가 출범 초기, 아니 출범 전에 명확한 언론정책을 표명하고 언론자유는 침해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노 당선자는 김대중 정부의 언론정책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해선 안 될 일을 함으로써 실패로 끝난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이 위원장 선거에 나서며 밝힌 출마의 변은 "언론노동운동의 원칙이 바로서는 언론노련". 그가 말하는 언론개혁의 원칙은 간단 명료하다. "정부는 '언론의 자유'는 철저히 보장하되 시장을 교란하는 각종 불공정행위와 탈세 등 '기업으로서의 언론사 영역'에는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김영삼 정부는 언론정책이 아예 없었고 김대중 정부는 전자와 후자를 구별할 줄 몰라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말했다.
특히 "김대중 정부는 신문고시 등 법과 제도를 이용한 신문시장 정상화 노력 등 해야 할 일은 하지 않은 채 신문사의 인사와 편집권 개입 등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함으로써 족벌언론들로부터 비판받고 언론노조 등 언론단체들과 시민단체로부터도 배척당했다. 또 세무조사를 실시한 용기 자체는 평가하지만 처음에 했어야 할 걸 나중에 해 순서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노무현 정부는 법과 제도만 충실히 지켜라“**
신 위원장은 "노 당선자나 차기 정부는 언론개혁의 '언'자도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노 당선자가 언론개혁을 언급할 경우 김대중 정부처럼 정부가 언론자유를 침해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충고다.
현 신문시장의 문제점으로 신 위원장이 가장 먼저 꼽는 것은 '조중동' 신문3사가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신문시장의 지나친 독과점 폐해다. 그는 단적으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에게 매일 하나씩 감사패를 전달해도 부족하다"며 "뱁새가 황새 좇아가다 다리 찢어지는 게임은 이미 끝났다"고 표현했다.
"왜냐하면 YS와 DJ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불법경품과 무가지공세 등 불법적인 신문시장 교란행위에 대한 직무유기를 통해 지금의 고착화된 신문시장을 형성시켰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자금 달려 곧 조중동 대열에서 처질 것"**
신 위원장은 아직 조중동이라는 한 묶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동아일보에 대해서도 조선·중앙과의 자본싸움에서 밀리기 때문에 곧 처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포커판을 예로 들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판돈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동아일보의 자금이 부족한 것을 보고 패가 좋지 않더라도 '뻥카'를 쳐서 동아일보가 따라오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이 지경이니 다른 신문들은 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신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이를 바로 잡지 않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며 정치개혁이나 사회개혁도 물 건너간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해 신 위원장이 구상하는 것은 시민단체들과의 연대활동 강화를 통해 언론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이다.
그는 "신문시장 정상화란 언론개혁 목표를 위해 언론노조가 힘을 쏟아야 한다. 언론노조는 앞으로 노무현 정부에 대해 밀실에서가 아니라 공개적으로 법과 제도 정비를 통한 신문시장 정상화를 당당하게 요구할 것이다. 아니면 노무현 정부도 실패하고 만다. 또 법과 제도를 지키지 않는 정부 앞에서는 어떤 언론개혁 노력도 필요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과 제도를 지키지 않는 정부 앞에서는 어떤 언론개혁 노력도 필요없다"**
신 위원장은 "현행 법과 제도 안에서도 상당 부분 현재 신문시장의 독과점 폐해를 막을 수 있다. 미국에서 가장 무서운 법중 하나가 독과점규제 관련법률인데 우리나라에선 신문사들이 이 법의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를 우습게 보고 있다. 또 공정위가 이미 부과했던 언론사 과징금을 취소하는 등 정부가 그러한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법과 제도를 통해 신문시장을 정상화시킬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신 위원장은 "정부는 우선 신문구독료 20% 내로 한정하고 있는 경품과 무가지에 대한 신문고시 규정을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엄격하게 신문시장에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규정도 너무 완화된 것이지만 공정위가 자전거 경품을 제공하는 신문사에 영수증을 요구해 본 일이라도 있는가"는 반문과 함께.
즉 일단 신문고시를 통해 불법 경품과 무가지, 부당내부거래 등을 단속하고 다음으로는 언론의 공익적 기능을 감안해 신문사별 신문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독과점금지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신 위원장은 "신문·방송의 경우 국민의 여론·정신·사상·이념에 영향을 주는 특수한 재화를 생산하기 때문에 특정회사가 지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프랑스도 신문시장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강제규정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에도 족벌방송이 탄생한 것이 우려된다"**
방송분야 언론개혁에 대해 신 위원장은 최근 SBS의 세습논란을 지칭하는 듯 "신문에 이어 방송에도 SBS란 족벌방송이 탄생한 것이 가장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로비를 통해 주무장관과의 친분을 이용해 전파권을 따낸 SBS가 매년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다. 반면 교육방송인 EBS같은 공영방송은 돈이 없어 광고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파권이 국민의 재산임을 생각할 때 족벌방송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또 "방송분야에 있어 시급한 문제는 뉴미디어의 발달로 통신과 방송이 융합되고 있는 현실을 바로 보는 것이다. 자본의 논리로 무장한 통신재벌이 방송의 영역까지 침범하려 하고 있다. 방송도 공익제품이므로 통신재벌이 끼어들면 결과적으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국민부담이 늘어나게 된다"고 경계했다.
신문시장의 독과점도 심각하지만 지상파 방송3사의 방송시장 독과점도 심각한 것이 아니냐고 묻자 신 위원장은 "KBS와 MBC의 누적흑자는 사실 국민의 것이다. 또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SBS의 이익도 환원시켜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방송사에 흑자를 내라고 요구하는 국민은 없다. 단지 좋은 방송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따라서 방송사들은 흑자내기에 연연하지 말고 좋은 방송으로 국민에게 보답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신 위원장은 "하지만 방송시장의 경우 방송사 계열사간, 지역민방과 서울방송간, 케이블과 위성방송간 수많은 이해관계가 걸려있다. 이같은 현실을 고려해 방송사 이익이 아닌 국민을 위하는 방송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위해 노력하겠다"**
지난 2000년 산별체제인 언론노조가 출범한 후에도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열악해지고 있는 문제가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와 고용환경이다. 신문사 출신인 신 위원장은 신문사 비정규직의 어려운 현실은 알았지만 방송사의 비정규직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상황인지는 미처 몰랐다고 털어놨다.(방송사 비정규직 직원들의 연봉은 일반직원들의 1/2, 또는 1/3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으며 고용도 불안정하다. 또 KBS MBC SBS 노조는 비정규직 사원들을 정식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조가 따로 만들어져 있다.)
그는 언론노조 위원장 선거 출마 후 선거운동 기간 KBS MBC 등을 다니며 계열사가 너무 많은 것에 놀랐다며 이같은 분사가 모두 정규직 노동자를 비정규직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이어 "노동조합의 존재가치는 원래 약자인 조합원들의 단결을 통해 강자인 사용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갖는 데 있다. 그런데 이제는 노조 내에도 강자와 약자가 있다. KBS와 MBC 노조의 비정규직 통합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하지만 강자의 위치에 있는 언론노조 동지들과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차츰차츰 해결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특히 "노무현 차기 정부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들고 나오는데 오히려 앞장서야 할 노조가 못 따라가고 있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대안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신 위원장은 한국일보가 지난해 노사합의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사례를 들었다. 한국일보는 올해부터 6년차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우선 채용하는 등 순차적인 비정규직 사원들의 정규직화를 위해 노사가 합의했으며 한국일보 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식 조합원으로 인정한 바 있다.
신 위원장은 "한국일보의 사례가 만족할 만한 것은 못 되지만 그래도 의미있는 성과라고 본다"며 "언론노조내의 다른 언론사 비정규직 문제도 차차 풀어나가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강화하겠으며 진 빚을 갚겠다"**
최근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하고 있는 노조간부들의 귀족화에 대해 신 위원장은 "노조귀족이란 말은 적절한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노조간부들의 음주문화 등에 대한 비판이라고 생각하는데 점차 개선해나가겠다. 최근 언론노조 최대 단위노조인 KBS 본부 선거에서 30대의 젊은 위원장이 탄생한 것은 새로운 언론노동운동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와 언론노조에게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언론노조가 시민단체와 함께 방송개혁과 신문개혁을 추진해오는 과정에서 방송사 노조들의 자사이기주의 문제가 대두된 점을 지적하자 "잘 알고 있다. 언론노조가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언론노조에 대한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언론노련의 산하단체이면서 언론개혁의 대상으로 비판받고 있는 동아·조선·중앙일보 노조와의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신 위원장은 "조중동 노조와도 자리를 만들어 대화를 하고 공존하고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 조중동 내부에도 언론 본연의 길을 가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라며 "현재 조중동이 누리고 있는 위상이 언제까지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신학림 위원장 약력**
신학림 언론노조 신임 위원장(45)은 84년 한국일보 계열사인 코리아타임스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했다. 그는 87년 한국일보사 노조 창립발기인, 93-94년, 96-99년 한국일보사 노조위원장(96∼99년 언론노련 수석부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최근까지 코리아타임스 특수사업팀장으로 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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