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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안전보장 요구' 일리 있다"

"미, 북한의 안보우려 해소해줘야"-FT 지적

북한 핵위기를 둘러싼 긴장상태가 새해 들어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북한 핵문제를 군사적 대결이 아닌 외교적 대결로 생각하고 있다"는 발언 등으로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인 북미간 불가침조약 체결과 핵포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불가하다는 쪽으로 확고부동한 상태라 획기적인 사태진전에 난항을 겪고 있다. 과연 누구에게 더 큰 책임이 있으며 누가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미국 다트머스대학(Dartmouth) 부교수이자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와 함께 '핵무장한 북한'이란 책을 쓴 데이비드 강 교수는 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북한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North Korea has a point)'는 논평을 통해 북한 핵문제의 핵심은 "미국이 북한이 핵무기계획 폐기를 입증할 때까지 안전보장을 거부하고 있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반대로 북한은 미국의 안전 보장 없이는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여기가 바로 양측의 주장이 대치하고 있는 교착지점"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해결방법이) 움직이지 않을 경우 핵무기 이슈에 대한 결의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말이다.

강 교수는 북한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밝힌 이유를 "미국과 북한은 엄격한 의미에서 아직도 전쟁중이며 지난 53년의 정전협정은 평화조약으로 대체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관계 정상화는 말할 것 없고 불가침조약 체결 문제를 논의할 생각조차 없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국가로 부르고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전쟁 가능성을 운운하는 마당에 북한이 위협을 느끼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지난 94년 북미간 제네바합의를 사실상 사문화시킨 책임은 핵개발 계획을 시인한 북한뿐 아니라 경수로 건설 약속시기를 지키지 못한 미국에도 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1994년 북미간 제네바합의의 틀은 상호 신뢰감을 서서히 구축해 나가는 하나의 과정이었다"며 "미국과 북한 어느 쪽도 클린턴 행정부가 집권하고 있는 동안 많은 합의단계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제네바합의 틀은 북한의 핵계획이 밝혀지기 훨씬 전에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이라크와 달리 북한은 국제사회와의 접촉을 활발하게 모색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네바 합의의 붕괴는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북한을 고립주의자라고 비판하면서 교역을 거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북한은 경제와 궁극적으로 정치제도를 개방하기 위해 경제원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북한이 보여준 경제개혁관리조치와 신의주 특구 지정 등 일련의 경제개혁 조치는 북한에서 변화가 진행중임을 나타내는 것이며 이 변화는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미국은 압박과 고립정책을 쓰지 말고 이러한 추세를 부추겨야 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만약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정말 원했다면 오래 전에 했을 것"이라며 "북한은 미국의 안전보장과 고립 지양정책을 원하고 있다. 압박은 상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에 압박보다는 고립이 낫다. 하지만 고립은 아무리 좋게 보아도 임시방편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결론으로 "무엇보다도 북한정권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바라고 있다. 이에 따른 정책은 분명하다. 미국은 북한과 불가침조약을 협상하고 한국 일본과 같은 나라들이 원한다면 경제외교를 추구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며 "북한이 유엔 무기사찰관들의 복귀를 허용하고 원자로를 폐기한다면 미국은 접촉유지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안보 우려를 무시하는 것은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파이낸셜타임스가 3일 보도한 강 교수 논평 전문.

***북한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North Korea has a point)/FT, 3일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완화한 것은 올바른 처방이다. 지난 한달 동안의 사태들이 통제불능의 상황으로 빠져들 위험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아직도 한반도 긴장을 해소할 장기적 전략을 갖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문제의 핵심은 이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계획 폐기를 입증할 때까지 안전보장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북한은 미국이 안전을 보장하기 전까지는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쌍방의 수가 막힌다.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핵문제 해결은 제한적이 될 것이다.

미국과 북한은 엄격한 의미에서 아직도 전쟁중이다. 지난 1953년의 정전협정이 평화조약으로 대체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관계 정상화는 말할 것 없고 불가침조약 체결 문제를 논의할 생각조차 없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국가로 부르고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전쟁 가능성을 운운하는 마당에 북한이 위협을 느끼는 것은 놀랄 일이 못된다.

1994년의 제네바 합의 틀(Agreed Framework)은 상호 신뢰감을 서서히 구축해 나가는 하나의 과정이었다. 그러나 양측은 처음부터 각자의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았다. 클린턴 행정부가 집권하고 있는 동안 미국과 북한 어느 쪽도 많은 합의사항을 지키지 못해 제네바 합의 틀은 북한의 핵계획이 밝혀지기 훨씬 전에 사실상 사문화 되었다.

북한이 핵무기 계획에 다시 손댐으로써 제네바 합의를 파기했다는 게 미국측의 통념이다. 하지만 클린턴과 부시 행정부는 합의문 자체를 위반했을 뿐 아니라 합의 정신도 어겼다. 예를 들어, 미국은 제네바 합의에 따라 핵폭탄 제조에 쓰일 수 없는 2기의 경수로를 건설해 주기로 약속했다. 그 중 하나가 금년 중 가동을 시작하기로 되었으나 미국의 유보와 주저 때문에 당초 예정보다 적어도 3년 늦게 가동될 것이라는 사실이 지난 98년 분명해졌다.

게다가, 부시 행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제네바 합의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갖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 북한을 "악의 축"에 포함시킴으로써 그들에 대한 불신을 뚜렷이 했다. 제네바 합의 틀이 어느 정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양측이 합의 사항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이행할 필요가 있었다.

제네바 합의의 붕괴는 실망스러운 일이다. 이라크와 달리 북한은 국제사회에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모색해 왔기 때문이다. 2003년까지 미사일 시험을 자발적으로 유예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북한은 지난 10년 동안 경제개혁을 추진해왔다. 북한은 지난 해 7월, 재화와 용역이 수요ㆍ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자유시장 제도를 도입했고 9월에는 신의주 경제특구 계획을 발표했다. 또 지난 6개월동안 남북한간 철도 연결을 위해 비무장지대 일부 지역을 정리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김정일이 과거 수십년간 부인해오던 지난 70년대의 일본인 납치사건을 시인했다는 점이다.

경제개혁이 효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북한에서 변화가 진행중이며 이는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이다. 북한을 고립주의자라고 비판하면서 교역을 거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북한은 경제와 궁극적으로 정치제도를 개방하기 위해 경제원조가 필요하다. 미국은 압박과 고립정책을 쓰지 말고 이러한 추세를 부추겨야 한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정말 원했다면 오래 전에 했을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안전보장을 원하고 있다. 미국의 북한고립 정책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압박보다는 고립이 나은 정책이다. 압박은 불안정을 초래할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립정책으로는 아무리 잘해봐야 현상유지를 뛰어넘을 수 없다. 경제제재조치나 경제적 접촉유지도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 계획을 포기하도록 만들 수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북한정권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바라고 있다. 이에 따른 정책은 분명하다. 미국은 북한과 불가침조약을 협상하고 한국, 일본과 같은 나라들이 원한다면 경제외교를 추구토록 허용해야 한다. 북한이 유엔 사찰관들의 복귀를 허용하고 원자로를 폐기한다면 미국은 접촉유지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안보 우려를 무시하는 것은 그들 행동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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