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세계 미디어업계 '빅뱅' 한창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세계 미디어업계 '빅뱅' 한창

NYT, WP지분 인수해 IHT 단독소유ㆍ로이터통신사 매각설

세계 4대통신사 중 하나인 영국 종합정보서비스사 로이터통신의 매각설에 이어 전 세계 1백80여개국에서 발행중인 일간지 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IHT)의 지분이 1백% 뉴욕타임스로 넘어가는 등 세계 미디어업계에 큰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IHT지분 포기한 WP "어쩔 수 없는 비통한 결정"**

IHT는 23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가 각각 50%씩 공동 소유하고 있는 지분이 양사간의 매각협상에 따라 뉴욕타임스가 워싱턴포스트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NYT가 인수할 지분 50%의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NYT와 WP간의 최종 지분양도는 올해 말이나 내년초 양사간 협상이 완결되는대로 이뤄질 예정이다.

신문은 "그러나 뉴욕타임스가 단독 소유주가 되더라도 '세계의 일간지'를 지향하는 IHT의 발행과 조직 등에는 별 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 또한 "IHT의 운영과 관리, 그리고 소유권 전이는 무리없이 진행돼야 한다"며 "우리는 IHT가 단독 소유주를 갖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상당한 이익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IHT는 이와 관련 "NYT는 경우에 따라서는 IHT 브랜드를 포기하고 지난 수십년간 미국의 다른 어떤 신문보다 많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뉴욕타임스의 국제판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을 남겨놓았다"고 말해 금명간 IHT에 뉴욕타임스 기사만을 싣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IHT지분을 포기한 워싱턴포스트는 22일(현지시각) 편집진과 특파원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이 결정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정말 어쩔 수 없는 비통한 상태에서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난이 주식 변동의 원인이 됐다는 이야기다.

IHT는 1887년 해외에 이주하거나 여행중인 미국인들에게 본국 소식을 전하기 위해 창간된 신문으로, 현재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기사를 받아 세계 22개 인쇄공장에서 26만4천부를 발행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련보도에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두 개의 신문사가 공동소유하고 있으며 두 신문의 기사를 공유하고 있는 IHT는 지분 문제외에도 신문업계의 환경 변화에 따른 갖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IHT는 9.11테러후 해외여행이 위축되면서 독자층이 엷어졌을뿐 아니라 또다른 주요 고객층인 유럽의 기업인들과 정부 관리들도 이제는 이를 인터넷으로 볼 수 있게 됐고, 무선전화의 보급 확대로 가장 큰 광고주였던 전화업체들의 전화카드 광고도 급감하는 등 이중삼중의 어려움을 겪어왔다. 도저히 현상태로는 작금의 경영난을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 SOS를 보냈고, 결국 자금난이 앞선 NYT가 워싱턴포스트 보유주식 인수를 통해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이 와중에 두 거대 주주사이에서 어렵게 지켜온 IHT는 독립성을 포기해야 했다.

NYT는 이번 IHT 장악을 통해 해외시장에서 워싱턴포스트를 능가하는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미디어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1백50여년 전통의 로이터 매각설**

경제통신업계에도 일대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영국이 3대 국보중 하나라고 자랑해온 1백50여년 역사의 통신사인 로이터가 지난 84년 상장후 최초로 적자를 기록하는등 심각한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급기야 매각설까지 흘러 나오고 있는 것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뉘미스 증권의 미디어산업 전문가 폴 리처드는 "로이터 매각은 충분히 가능한 것"이라며 "(톰슨의 로이터 인수와 관련해) 그간 여러차례 설왕설래해온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매각설은 지난주 런던시장에서 로이터 주가가 지난 12년 사이 가장 낮은 주당 1백48펜스까지 주저앉은 가운데 나와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로이터 매각설은 지난 주 톰 글로서 로이터 최고경영자가 향후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시인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로이터는 이미 올상반기 세전 손실이 1천만 파운드(2백억원)로 지난 84년 상장후 첫 손해를 낸 바 있다. 로이터는 위기상황을 감지한 듯 감원과 사무실 축소 등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했으나 이미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에게 붕괴된 로이터**

로이터 쇠락의 최대요인은 미국 블룸버그와의 싸움에서의 패배다.

업계 전문지인 인사이드 마켓 데이터 레퍼런스(IMDR)에 따르면 총 67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경제뉴스 시장에서 블룸버그의 점유율은 지난 1997년 이후 4년간 19.9%에서 무려 38%로 두배 정도 확대됐으나, 같은 기간 로이터 본사와 로이터가 인수한 브리지의 합산 점유율은 44%에서 46%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로이터의 쇠락은 지난 98년 로이터가 블룸버그통신으로부터 정보를 빼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당시 FBI 컴퓨터범죄수사대에 따르면, 로이터의 미국 자회사인 로이터 애널리틱스사는 한 컨설팅사에 용역을 주어 전직 블룸버그 직원을 매수, 블룸버그 컴퓨터에 침입해 독창적 시장분석 프로그램 운영방식을 훔쳐내 자사의 프로그램에 응용한 혐의를 받았다.

FBI발표 초기만 해도 혐의를 부인하던 로이터는 FBI가 영국 로이터본사로까지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경고하자 피터 잡 로이터사장이 "직원들이 회사정책을 잘못 이해하고 경쟁사인 블룸버그의 정보를 절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시인했다. 이때부터 로이터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했고, 시장에서는 "블룸버그가 이미 로이터를 이겼다"는 평가가 지배했다.

그후 로이터는 살아남기 위한 자체 구조조정 노력을 거듭했으나 끝내 블룸버그의 벽을 넘지 못하고 매각설이 흘러나오기에 이른 것이다.

미국의 유력지인 워싱턴포스트의 IHT 지분포기와 세계적 통신사인 로이터 매각설은 세계 미디어산업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하며, 언론환경이 얼마나 급변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정보통신과 방송시장 개방압력을 받고 있는 한국 미디어업계가 지금 제대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돌이켜볼 때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