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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시인'은 대미협상 위한 빅카드"

<전문가진단 2> "이라크전 끝나는 내년쯤 협상 시작할 듯"

다음은 '북 핵개발 시인'의 파장과 앞으로의 전개방향에 대해 지난 19일 오후 한국국방연구원 서주석 책임연구위원(국방현안팀장)과 전화인터뷰한 내용이다. 편집자

***"핵개발 재개는 사실인 듯"**

프레시안: 현재 북한의 핵개발 재개는 미국 정부의 입을 빌어서 나온 것이다. 이를 근거로 해서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나오고 있는데 어디까지가 우리가 인정할 수 있는 사실인지가 먼저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어디까지를 현실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견해를 밝혀달라.

서주석: 현재 공식적으로 나온 것은 미 국무부 성명이 가장 정확하고 권위있다.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시인했다고 돼 있고 자신들은 제네바 기본합의를 무효화된 것으로 본다고 했다.

팩트는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시인한 것까지가 아닌가 싶다. 프로그램이 핵탄두 조립 단계까지 진전됐는지, 추출은 얼마나 됐는지 등이 확실하지 않다. 북한은 다만 이런 계획이 있다는 것만 시인한 것이다. 나머지는 미국정부가 그동안 북한에 대해 품고 있던 의혹, 이를테면 수년전부터 핵개발에 착수한 것이 아니냐는 식의 의혹들이 덧붙여져서 전체적인 북한의 핵개발 계획에 대한 입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상태에서는 북한의 핵개발 계획 시인 외에 핵개발 계획이 어떤 계획인지, 어느 정도 진전됐는지 등에서 어느 것도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대부분 단편적인 정보들이 유출돼서 나온 것이다.

프레시안: 북한 핵개발을 기정사실화한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서주석: 농축 우라늄을 사용한 핵개발에 관해서 켈리 차관보가 지적을 했더니 북한이 시인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기본적인 우려는 미국 정보기관 보고서에도 나오듯이 1990년대 전반에 플루토늄을 상당부분 추출했을 것이고 추출된 플루토늄으로 핵무기 1, 2개 정도를 만들 수 있다는 최초의 의혹으로부터 나왔다.

럼스펠드 장관이나 고위관료가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얘기를 했는데, 이 역시 플루토늄을 통한 핵무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지만, 아직 그것은 확인된 정보로 보기는 곤란하고 첩보 수준으로 판단한다.

이에 덧붙여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북한이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이 벽에 부딪히자 북한에 많이 있는 우라늄을 90% 이상 농축해서 핵무기를 제조하는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최근 보도에서는 평성국가과학원이나 하갑, 영저동에서 만들어졌다는 얘기들을 한다. 하갑이나 영저동은 미국이 주시해 온 10여개 지하시설에 포함된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하갑이나 영저동의 경우에는 대규모 지하동굴이다. 따라서 그곳에서는 원심분리기를 이용한 추출이 이뤄지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가능하고 국가과학원은 그보다 작은 시설이기 때문에 그 지역에서는 레이저 농축법을 활용해 우라늄을 농축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라늄 농축에는 대규모 시설과 비용, 전력이 소요된다. 지금 북한의 사정으로 미루어 레이저 농축이 유력하지만 레이저 농축은 상당히 장기간에 걸쳐 농축이 이뤄지기 때문에 대규모 농축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북한이 과학원 등에서 비밀리에 장기간에 걸친 농축작업을 해왔겠는가에는 의구심이 든다. 설령 농축 작업이 진행됐다 하더라도 실험실 수준일 것이고 확보된 양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그에 관련된 내용들은 대부분 추정이지, 정보로 확인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그런 추정치들을 모아서 나름대로 북한의 핵개발 계획이라는 시나리오를 만들었을지 모르겠지만 그조차 아직까지 일관되게 설명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핵탄두 개발 직전이라든지 핵물질을 이미 많이 농축하고 있다든지 하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프레시안: CNN 보도에 따르면 핵개발 계획을 시인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나.

서주석: 발표는 핵개발 계획을 시인했다고 했다. 켈리 방북전에 북한의 특별사찰 수용 가능성과 관련해서 과거핵을 시인할 수는 있다고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발표한 바에 따르면 농축우라늄이 함께 얘기됐기 때문에 현재진형형이라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다른 언급이 없으니 그 문맥으로만 봐서는 북한이 '현재 핵'을 시인한 것이 아닌가 싶다.

북한이 과거핵을 시인한 것이라면 그것은 제네바 기본합의 자체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향후 특별사찰을 통해서 플루토늄이 확인되면 그에 따른 처리나 책임이 추가로 논의되면 된다. 북한이 지금 얘기한 것은 현재 핵이 아닐까 하는 생각하는데, 이는 과거 핵을 인정한 것보다 훨씬 큰 카드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프레시안: CNN이 최초 보도를 보면 ‘미국 관리가 북한에 대해서 제네바 합의는 무효화됐다고 말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나 국무부 발표에 따르면 북한이 그 같이 말했다고 나온다. 이런 부분에서 역시 문제는 누가 먼저 제네바 합의를 깼느냐가 관건이라고 본다. 또한 굉장히 중요한 사안인데도 미국이 열 이틀동안이나 지나서야 발표한 이유와 의도는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배경이나 의미에 대해서 말해달라.

서주석: 외교접촉의 내용을 공식화시킨 성명에서 거짓말을 했을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처음 얘기가 나왔을 때는 협상 과정에서 서로 강경발언이 이어진 것 중의 일부를 따가지고 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이 공식 성명이라는 형식으로 문제를 삼고 대대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나선 것을 보면 일정 부분 믿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북한쪽에서도 논의 과정에서의 말 실수가 침소봉대 된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해명을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핵개발 계획 증거를 들이대자 시인했다고 돼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전전된 것이냐는 불분명하지만 계획은 일정부분 착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에서 늦게 발표한 이유는 미국이 생각했던 것보다 북한의 행동이 너무 파격적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미국이 생각한 것은 증거를 들이밀면 당연히 북한이 부인할 줄 알았을 것이다. 즉 미국의 의도는 징후가 있으니까 핵사찰을 수용하라는 요구였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쪽에서 진행중인 핵개발을 거론했기 때문에 미국측에서 당황했으리라는 추측이다.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빅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복잡한 협상 과정에 돌입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새로운 얘기를 했기 때문에 그 의도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내에서도 기존의 정보와 북한에서 말한 것을 대비해 보는데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켈리 특사가 5일 서울에 와서 ‘돌아가서 충분히 검토하고 한미일과 공조하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보면 상당히 뜻밖의 시인이었기 때문에 대응이 늦어진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이 충격효과를 크게 하기 위해 시간을 끌었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내 생각으로는 그럴 의도였다면 10월 5일 켈리특사가 돌아왔을 때 얘기를 터뜨릴 수도 있었다고 본다. 12일동안 미뤄서 미국이 정치적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발표가 늦어진 것을 두고 미국이 계략 내지 음모를 짜기 위한 시간벌기였다는 판단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북측의 도박이 파격적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제네바 합의와 관련해서는 미국쪽에서는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얘기를 한다. 제네바합의는 북미관계의 틀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 프레임을 깨고 나면 문제해결의 틀이 없어진다. 미국이 제네바 합의를 파기했다고 공식적으로 얘기하지 않는 것도 미국 나름대로 행동의 자유를 남겨두기 위해서라고 본다. 북한에 대한 대응카드, 압박카드를 활용하기 위해서 합의를 위반했다는 정도의 평가가 나온 것으로 판단한다.

***"북 시인은 북미대화를 염두에 둔 협상카드"**

프레시안: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가 서울에 있는 고위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못믿는 나라’이므로 강경대응해야 한다는 논리가 한편에 있는가 하면 똑같은 논리를 뒤집어서 ‘그러니까 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동북아의 큰 흐름을 보면 동북아 전체가 해빙무드로 갔는데 미국 특사가 가면서 상황이 뒤집어졌다. 좋게나가다가 역전되는 분수령이 됐다. 따라서 동북아지역 국가들의 움직임과 미국의 의도 중 어떤 것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상황에서 앞으로 남북 및 북미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간략하게 전망해 달라.

서주석: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북한측의 반응이 나와야 한다. 이번에 북한측의 시인은 상당히 계산된 것이라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그동안 비슷한 상황에서 북한은 대부분 근거없는 조작이라는 입장을 밝혀오지 않았나. 그러던 북한이 시인했다는 것은 시인했을 경우의 파장, 시인한 후의 행동의 방향이 섰다는 말이다. 구체적으로는 북미협상에 대한 계산을 전제로 이같은 시인이 나오지 않았냐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북한을 곧바로 공격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라크전으로 미국의 손발이 묶여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미국이 당장 군사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최초의 파장은 넘어갈 것이고 그 다음에는 아마 대화와 협상을 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을 북한이 내렸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북한의 기대는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미국의 요구는 증거 제시를 통해 특별사찰을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었을 텐데 북한이 그보다 훨씬 강한 핵개발 계획 시인이라는 카드로 나온 것은 결국 특별사찰 등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본다.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서 특별사찰을 수용하는 방식이 물론 가장 유연하다. 김정일 위원장이 일본한테 했던 방식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북한이 강경한 방향으로 대응하고 나선 것은 특별사찰을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은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5가지 의제에서 핵이나 미사일 문제는 어찌됐건 풀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재래식 무기나 인권 문제 등의 요구에서는 상당히 풀기 힘든 맥락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의 기존 요구를 하나하나 받는 방식으로는 관계개선을 이루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차원에서 북한은 특별사찰에 앞서 일단 한번 강공을 한 것이다. 현재진행형 핵개발 계획이 그 내용이지만 북한이 실제로 핵개발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본다. 핵개발 계획을 가진 나라가 스스로 시인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공론화되면 당장 국제적인 제재조치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요구는 이런 계획이 있으니 협상을 하자는 제안이다. 핵개발 계획을 철회하는 조건으로 미국측의 양보를 요구한 것이다. 특히 현재진행형 핵개발은 북한이 더 큰 생색을 낼 수 있는 조건이다. 북한이 미국의 특별사찰 요구를 그냥 받아서 핵문제를 타결짓는 것보다 더 큰 생색을 낼 수 있다는 말이다. 그것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존심을 유지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고, 미국의 더 큰 양보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북한의 이같은 의도에 대해 미국은 핵개발 계획은 협상대상이 아니라 무조건 철회돼야 하면서도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핵개발 계획 철회 댓가로 뭘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철회를 전제조건으로 논의를 전개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결국은 제네바 합의 이행계획에 속하는 핵문제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논의가 될 것이라고 본다.

***"내년쯤 북미협상 시작될 듯"**

일본인 납치 사건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북한의 또다른 획기적 결정이 나오지 않는 한 이 문제가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라크전이 일단락되는 내년쯤 북미간의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이 있을 수 있으나 북한은 협상 용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협상 결렬 내지는 위기로 치닫는 시나리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회로 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남북관계에 관련해 말하자면 이 문제는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의 안보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도 신경을 써서 대응해야 한다. 사실확인을 요구해야 하지만 북한측 입장으로 보면 북미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해주기 곤란하다는 반응이 예상된다.

북한은 이 문제가 남북이나 북일간의 문제로 취급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본다. 북한도 이 문제가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관여는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보이겠지만 적어도 남북관계 분위기만큼은 지난 8월 7차 장관급 회담정도로 우호적으로 가려고 노력을 할 것이다.

반면 남쪽에서는 여론을 무시할 수 없어 사실확인을 해야 할 입장이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가 강경한 입장에 서고 북한이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관계가 전개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현 정부로서도 북한이 사실확인을 해주지 않을 경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미 합의한 내용은 약속이니까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개성이나 금강산 사업과 관련된 추가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들에서는 우리가 상당히 딱딱한 분위기로 갈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남북관계는 지금까지 이룩돼온 성과가 유지되면서도 더 이상의 진전은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로 흐를 것이다. 북한의 의향과는 달리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남북관계 진전을 말하면서도 안보문제, 평화문제는 진전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핵문제는 생존의 문제이자 삶의 문제이고 반드시 해결돼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긴장완화에 관련된 내용을 제기해야 한다. 남북관계에서 군사 안보문제, 평화문제도 진전이 되도록 하는 쪽으로 전환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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