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북한 핵문제, 이라크 방식 접근은 안 된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북한 핵문제, 이라크 방식 접근은 안 된다"

뉴욕타임스ㆍ파이낸셜타임스 등 사설 통해 지적

북한의 핵개발 계획 시인이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북한과의 핵협상 당사자인 미국이 켈리 특사로부터 북한의 핵계획 시인을 보고받은 후 10여일간 한국, 일본 정부와 협의하며 침묵을 지켜온 이유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갑작스런 시인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사전에 준비하지 못했거나 아직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주요언론들이 사설을 통해 북한 핵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한미일 공조와 중국 러시아의 협조 등을 통한 다자간 외교적 공조다. 뉴욕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고 북한의 핵위협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문제를 해결하며 취하고 있는 어리석은 정책을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또 한미일과 중국간의 외교공조를 통해 북한이 핵무기계획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한국과 일본 등 외부지원을 거부하며 정권이 붕괴되는 위험을 무릅쓸 것인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8일자 사설 '북한의 핵 비밀(North Korea's Nuclear Secret)'에서 "이라크 문제를 둘러싼 어둡고 실망스러운 논쟁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하나의 교훈은 외교정책에 딱 하나의 접근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북한의 무기들은 그 나름대로 다루어져야 할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이 생각하는 것처럼, 강력한 다원외교가 바로 그 첫 번째 단계"라고 제안했다.

워싱턴포스트(WP) 18일자 사설 '북한의 핵계획 '시인'에 어떻게 대처할까(Dropping a bombshell)'는 "북한의 충격적인 고백을 가장 좋은 말로 설명한다면 그것은 북한이 머뭇거리는 부시 행정부를 진지한 정치적 협상에 끌어들이려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점이다"며 부시 행정부 관리들이 북한에 핵계획을 중단토록 압력을 가하기 위해 강력한 국제적 공조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고무적인 조짐이라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폭탄 투하(Dropping a bombshell)'란 사설을 통해 "사실 북한이 그동안 외부 세계와 벌인 핵 사기 도박을 감안하면 북한의 시인은 놀랄 일도 아니다"며 "이라크와는 달리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선호하는 길을 갈 수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은 이제 김정일이 잘 구슬려 놓은 중국 및 러시아와 함께 북한 지도자에게 '핵 숨바꼭질 게임을 중단하라'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수적인 논조의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북한의 시인(North Korea's Admission)'이란 18일자 사설에서 "핵에 굶주린 악의 축 국가에 대한 법칙이 따로 있고 다른 국가에 대한 법칙이 따로 있을 수 없다"며 먼저 이라크 문제에 집중해 후세인을 제거한 후 김정일에게 핵무기 계획을 포기하든가 아니면 사담과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인지 결정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경대응을 주문했다.

다음은 NYT, WP, FT, AWSJ 18일자 사설의 주요 내용이다.

***NYT '북한의 核비밀(North Korea's Nuclear Secret)**

북한은 핵무기개발을 동결하는 지난 94년 대미합의에도 불구하고 핵폭탄 원료생산을 계속해 왔다고 시인함으로써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라크 문제를 둘러싸고 두편으로 나뉘어 논쟁중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견해를 옹호하는데 이 놀라운 뉴스를 이용할 것이다. 강경파는 과대망상적인 독재자들과 맺은 협정이 아무 쓸모가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며, 온건파는 유일하게 이라크만 위험하다는 미 행정부의 주장은 거짓임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 문제를 둘러싼 어둡고 실망스러운 논쟁에서 배워야 할 하나의 교훈은 외교정책에 딱 하나의 접근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의 무기들은 그 나름대로 다루어져야할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이 생각하는 것처럼, 강력한 다원외교가 바로 그 첫 번째 단계다.

북한의 핵개발에는 어떤 정당성도 존재할 수 없으며, 그 심각성은 절대 간과할 수 없다. 지난 94년의 대미합의 외에도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했으며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기로 한국과 공동 선언했다.

탄로가 난 북한은 핵계획을 부인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를 그만 두겠다고 약속하지도 않았다. 북한은 오히려 미국의 이번 행동으로 제네바합의가 '무효화'됐으며, '보다 강력한' 재래식 무기를 갖고 있다고까지 했다. 북한이 정말 핵폭탄들을 제조했는지 아직 알 수 없으나 그럴 단계에 와 있다.

북한 지도자들은 최근 일본 미국과 이야기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놓음으로써 전보다 덜 고립돼 있다. 하지만 그들은 또 다시 종잡을 수 없고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임을 스스로 보여주었다. 핵무장을 갖춘 북한은 한국은 물론, 약 4만명의 주한미군과 일본주둔 미군을 위협할 수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에도 상당히 불안정한 이웃이 될 것이다.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의 두 맹방인 일본과 한국은 북한의 핵계획에 확고한 외교적 반응을 보여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양국은 북한의 핵과 여타 비재래식무기 계획을 완전히 해체하고 이를 검증할 수 있도록 상호지원을 해 나갈 수 있다. 외교적 해결을 선호하는 러시아와 중국도 유사한 연대를 보여줌으로써 북한에 대한 압력에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 달 말 멕시코에서 한국 일본 중국의 지도자를 만날 때 이러한 수단들을 촉구해야 한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의심하는 것처럼 만일 파키스탄이 북한에 우라늄 농축설비를 제공한 나라로 드러나면 미국은 그러한 무모한 거래를 즉각 중지토록 요구해야 한다.

이제 북한은 엄숙한 국제무기협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앞으로 있을 어떤 새로운 양해각서도 무조건적인 그리고 아무 거리낌없는 검증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이번 행동에서 이라크와 비슷한 점이 한가지 있다면, 서명된 협정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독재자들의 손에서 핵무기를 떼어놓는 것이다.

***WP '북한의 핵계획 '시인'에 어떻게 대처할까(Answering North Korea)'**

핵무기계획을 비밀리에 수행해왔다는 북한의 충격적인 고백을 가장 좋은 말로 설명한다면, 그것은 북한이 머뭇거리는 부시 행정부를 진지한 정치적 협상에 끌어들이려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점이다. 북한의 공산정권은 그 만큼 절실하기 때문이겠지만 외부세계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데 분명히 열심이다. 지난 2년 동안 김정일은 러시아와 중국을 방문했고 한국과 일본에 손을 내밀었다.

최근 그는 구금중 사망한 사람들을 포함해 북한이 과거 10여명의 일본인을 납치했다고 시인함으로써 고이즈미 총리를 경악케 했다. 2개월전 북한은 서해교전 사태에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는 이례적인 태도를 보였다. 일본과 한국은 이같은 기묘한 행동을 신중하면서도 호의적으로 대했지만 부시 행정부는 무관심했다. 내부적으로 의견이 엇갈렸고 협상의 가치에 의심을 품은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와 같은 조건으로 협상에 임하려 하지 않았다.

클린턴 정부는 1994년 북한의 핵계획 동결을 마무리짓고 퇴임 직전 또 하나의 큰 무기협정을 추진중이었다. 미 특사가 우라늄 농축에 관한 증거를 제시했을 때, 북한은 대드는 자세로 이를 시인하면 그토록 열망하던 대미협상이 성사돼 결국 대량살상무기와 경제원조를 맞바꾸는 또 다른 거래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만약 그랬다면 북한은 크게 오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의 놀랄만한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곧바로 그런 흥정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 16일 밤 이 뉴스를 발표하기 전 미 의회 및 동맹국들과 협의하느라 10일간을 신중히 보냈다. 관리들은 북한에 핵계획을 중단토록 압력을 가하기 위해 강력한 국제적 공조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의 조짐들은 고무적이다. 일본은 금명간 북한과 협의를 시작키로 한 수교조약이 북한의 핵협정 준수여부에 달려있음을 분명히 했고, 중국과 한국은 핵계획 종식을 위해 압력을 가할 준비가 돼있음을 밝혔다. 지역내 어떤 국가도 대외적인 테러와 잔혹한 내부통치로 악명 높은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확보하는데 찬성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정치와 경제적 고립의 위협은 생존을 위해 외국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정권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제적 공조구축은 성공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나 다음의 두 가지 대안보다는 확실히 나은 전략이다. 첫째는 군사적 선제공격인데, 이는 한반도가 이라크에 비해 훨씬 위험한 만큼 현명치 않다. 특히 방대한 군대를 가진 김정일 정권은 군사공격보다 경제적 공세에 더욱 취약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공갈에 또 다시 굴복하는 대안 역시 매력이 없다. 이제 북한은 어떠한 합의도 지킬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그들의 핵계획 종결을 위해 미국이 또 다시 정치, 경제적 유인책을 쓰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못된다.

유일한 해결책은 김정일이 핵무기계획을 포기하거나 외부의 생명선을 놓쳐 자신의 정권이 붕괴되는 위험을 무릅쓸 것이냐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꼭 미국으로부터가 아니라도 김정일이 이러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듣게 될 향후 몇 주일이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FT '폭탄 투하(Dropping a bombshell)'**

김정일의 은둔적 정권이 비밀 핵무기 계획을 추진해왔다는 사실을 왜 미국 관리들에게 시인했는지 그 배경을 밝힐 때까지는 북한의 시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한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알기 어렵다.

그러나 북한에 의해 추진된 원자 무기의 증거를 평양이 마침내 확인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다. 부시 행정부는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그리고 외교적으로 해결하기로 한 듯 보이지만 행동은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고백을 듣고 그것을 외부 세계에 알리기까지 2주일이 걸렸다는 것은 뭔가를 말해준다. 백악관으로서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의심하고 있던 바를 확인하고 그것을 숨기기 힘들었을 것이고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자신의 조치를 비웃는 사람들을 질타할 기회를 상실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북한에 관한 이 뉴스를 공개한 것은 미국 대통령이 대처해야 할 또 하나의 전선을 펼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라크와 테러에 추가될 또 다른 위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마치 머리에 생긴 구멍처럼.

사실 북한이 외부 세계와 벌인 핵 사기 도박을 감안하면 북한의 시인은 놀랄 일도 아니다. 미국의 인공위성은 1980년대 후반 무기급 플루토늄 조짐을 처음 포착했다. 물론 북한은 핵비확산조약(NPT)에 서명함으로써 플루토늄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1991년 북한은 한반도를 비핵화하기로 한국과 합의했다. 그러나 겨우 수개월 후 북한은 일정량의 플루토늄을 '우연히' 생산했다고 밝혔다. 미 정보기관은 플루토늄 생산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 이 정도 양의 플루토늄은 두 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북한의 고백은 뒤에 개발한 무기가 아니라 바로 이 폭탄과 관계됐을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북한은 파산상태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여러 나라를 협박했다. 그들은 한미일 3국이 중유와 비군사용 원자로를 제공하는 대가로 핵 시설을 해체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은 또한 러시아가 미사일 발사를 도와주는 조건으로 미사일 개발도 중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때 이미 여러 곳으로 미사일이 수출됐다.

9.11 이후 협박을 통해 다른 곳은 몰라도 최소한 미국에서 돈을 얻기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그때까지도 변하지 않은 것은 서울과 거기에 주둔한 미군을 쉽사리 가루로 만들 수 있는 북한의 대규모 병력에 대해 군사행동을 하기를 머뭇거리는 미국의 태도였다. 이라크와는 달리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선호하는 길을 갈 수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은 이제 김정일이 잘 구슬려 놓은 중국 및 러시아와 함께 북한 지도자에게 '핵 숨바꼭질 게임을 중단하라'고 설득해야 한다.

***AWSJ '북한의 시인(North Korea's Admission)'**

핵에 굶주린 악의 축 국가에 대한 법칙이 따로 있고 다른 국가에 대한 법칙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북한 관리들이 방북중인 미국관리들에게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해 왔고 다른 대량살상무기도 보유하고 있음을 밝힌 것은 사담 후세인도 보여주지 않은 대담성이다. 15일 워싱턴이 밝힌 이런 핵 공갈 시도에 단호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도처의 불량 국가들에게 가공할 메시지를 던지는 꼴이 된다. 이는 또한 이라크에 대한 미국 정책의 모든 기반을 흔들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에서 암시하듯이 미국이 당장 두 번째 전선에서의 전쟁을 결정하거나 당장 개전준비에 착수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이런 공갈 전술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이 전술은 미국을 실패한 대화로 복귀토록 하고 후세인이 만드는 위협을 다뤄야 할 긴박성으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한 것이다.

모든 불량국가들에 대한 규칙, 즉 대량살상무기를 숨기고는 결코 생존할 수 없다는 룰은 동일해야 하지만 위반자들을 다루는 방법은 사례별 효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라크의 경우 제재와 유엔 사찰방식을 적용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군사행동이 유일한 대안, 그것도 너무 오래 지연된 대안으로 남았다.

북한에 대해서는 아직 그런 방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평양이 1993년 핵비확산조약(NPT) 탈퇴를 발표하면서 핵 공갈을 처음 시도했으나 당시는 외부 원조에 의존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조를 통한 제재는 고려되지 않았다. 이것이 클린턴 행정부로 하여금 결함 투성이의 1994년 핵 기본합의를 만들게 한 한 원인이었다. 94년 합의는 북한이 핵을 동결하는 대가로 2기의 원자로를 건설해주는 내용이다. 클린턴은 심지어 임기 말에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돕는 데까지 지원을 확대하려 했으나 다행히 시간이 없어 실현되지 않았다.

1994년 합의가 잘못됐다는 것은 북한이 그것을 우습게 여기는 데서 입증되고 있다. 이제 최근 사태에 대한 최선의 길은 북한이 이미 '무효화'를 선언한 합의를 폐기하는 것이다. 그것도 김정일이 더 많은 핵 물질을 획득하기 전에 해야 한다. 북한의 내부 사정은 1993년 이후 많이 변했다. 결국 외국 원조에 의존하는 정권에게는 제재가 먹혀들었다는 말이 된다.

유엔을 신뢰하기는 싫지만 그래도 맨 먼저 손을 뻗칠 곳은 유엔밖에 없다. 언제나 다른 짓을 하기를 좋아하는 국가들마저 이제는 공개적으로 핵 공갈에 의존하는 나라에 대한 유엔 결의안을 저지하기가 어렵게 됐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굶주리는 어린이들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려 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북한이 매년 받는 수십억 달러의 원조가 김정일의 탄압적 정권의 군부와 그 엘리트 멤버들을 위해 전용됐음을 보여주는 믿을만한 보고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게 좋을 것이다. 정치적 고려 때문에 식량원조를 중단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현금을 확보하려는 김정일의 절망에서 핵 공갈에 대응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악의 정권의 수명을 원조를 통해 연장하는 것은 언제나 잘못이다. 이제 평양이 핵 개발을 계속해왔다는 사실을 시인한 이상 모든 원조를 차단하고 김정일의 정권이 스스로 몰락하도록 하는 기회가 왔다.

따라서 북한이 무효를 선언한 뇌물 계약에 따라 미국이 북한에 주기로 한 50만톤의 중유도 무효가 됐다. 김정일이 최근 일본인 납치를 전례 없이 시인하면서까지 도쿄로부터 얻으려 했던 1백억달러 역시 마찬가지다. 17일 현재 도쿄의 공식 분위기로 미루어 북한이 그 돈을 수중에 넣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러나 평양을 어떻게 압박하느냐 하는 문제는 한국 정부의 몫으로 남는다. 한국 정부는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 추진한 실패한 햇볕정책의 일환으로 지난 4년간 13억달러의 현금과 물자를 북한에 제공했다. 여전히 화해를 중시하는 한국 관리들은 남북철도 및 도로연결 작업이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한국이 공격당할 가능성을 높여주는데도 말이다.

최근 사태 이전에도 이런 일이 바보 같은 짓이었다면 지금은 더 더욱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서울은 한반도에 좋은 관계를 수립하려는 모호한 노력이 핵 공갈을 차단하는데 방해물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다음 주 멕시코 회담에서 김대중 한국 대통령에게 분명히 해둘 게 있다. 즉 한미동맹에 의미를 부여하려면 서울은 대북 원조 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낙관론자들은 벌써부터 대화를 얘기한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서의 무사안일주의자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 길을 가는 것은 또다시 평양의 농간에 놀아나는 것이다. 북한은 1993년에도 조약 탈퇴 협박을 통해 클린턴 행정부를 강제로 대화로 끌어들이고 그 대가로 뇌물거래를 얻어냈다.

이제 악의 정권과 대화하기를 꺼리는 행정부와 맞선 북한은 비슷한 전술을 다시 한번 시도하려 하고 있다. 아마도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들여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희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는 북한이 클린턴 행정부 이후 얼마나 많은 변화가 생겼는지를 모르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금 단계에서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위협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하는 것은 이라크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것은 제재를 통해 말발이 먹힐 때까지 보류해 두어야 할 옵션이다.

6개월 내지 1년 정도로 예상되는 그 단계까지는 사담 후세인이 권좌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정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를 평양에 확실히 보여줄 수 있다. 그때 가서 김정일과 그 부하들은 핵무기 계획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사담과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지 결정해야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