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민족통일대회 개막식이 광복절 57주년을 맞은 15일 남·북 민간대표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워커힐호텔 내 제이드가든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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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은 오전 10시42분 북측대표단 중 50여명이 먼저 아리랑에 맞춰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미리 자리하고 있던 남측대표단들은 일어나 박수로 환영했으며, 북측대표단은 손을 흔들며 웃는 얼굴로 답례를 했다.
뒤이어 이돈명 남측 민화협 상임의장과 김영대 민족화해협의회 회장 등 남·북 주석단이 입장했고, 그 뒤로 6명의 남·북 대표들의 손에 들린 ‘단일기’가 들어왔다. 단일기는 북측 평양예술단 김수경, 지국주, 조명애양과 남측 대학생 대표 조은정(덕성여대), 김미리내(목포대), 조최화윤(동아대)양이 들고 입장했다.
앞쪽에서 단일기를 든 김수경씨(24)는 “우리 민족이 하나되는 이날, 하나됨을 나타내는 단일기를 들게 된 기쁨을 숨기지 못하겠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북측의 조명애(배우)씨 또한 “서울에서 첫 날은 아주 편하게 지냈다. 언제나 그리워하던 남측의 동포들을 만날 수 있어 너무 기쁘다”며 긴장한 표정속에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단상 왼쪽에 단일기가 게양되면서 시작된 개막식은 김종수 신부와 허혁필 북한 민화협 부회장의 공동 사회로 진행됐다.
김영대 북측 단장은 개막연설에서 “혈육의 정으로 우리 대표단을 따뜻이 맞아준 남녘 동포여러분에게 우리 북녘동포들의 따뜻한 동포애적 인사를 전해드리는 바입니다”라며 “6.15 공동선언이 또다른 소중한 결실로 맺길 바라며, 분열하여 우리 민족이 겪은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민족도 하나, 핏줄도 하나, 문화도 하나, 역사도 하나, 이 땅도 하나인 우리 민족이 남남처럼 갈라져 조상대대로 뜨겁게 흘러온 혈육의 정이 불신과 대결로 차가운 얼음장처럼 식어 진 때, 더 이상 지난 세기의 비극을 지속시키지 말자”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또 “분열의 가증스런 장벽에 파열구를 내고 통일의 이정표로 세워진 6.15 북남공동선언으로 이제 우리는 광복의 8.15를 통일의 8.15로 바꾸고 남과 북이 다같이 민족의 숙원인 조국통일만세를 소리높여 부릅시다”고 덧붙였다.
이돈명 민화협 상임의장은 “서울에서 함께 모여 민족화합과 통일의 의지를 굳건히 하는 민족 공동의 행사를 여는 것은 통일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며 “우리는 한핏줄 한민족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될 것이며, 우리가 느끼는 동포애는 21세기 민족의 변역을 이룩하는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남·북 대표의 개막연설에 이어 김철 천도교 교령(남), 김명철 농근맹부위원장(북), 한상렬 통일연대 상임대표(남), 이영희 여맹부위원장(북) 순으로 연설이 진행됐다.
특히 한상렬 통일연대 상임대표는 “오늘이 마침 칠월칠석으로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 남·북이 함께 만나 더욱 뜻깊다”며 연설 말미에‘우리민족끼리’라는 글씨가 적힌 부채를 펴들고 ‘아리랑’을 불러 주목을 받았다. 한 상임대표의 아리랑 선창에 맞춰 개막식에 참석한 남·북 대표단 또한 모두 단일기를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끝으로 남측대표단 은방희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과 북측대표단 최휘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비서가 공동으로 ‘7천만 겨레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낭독했다. 남북대표는 "온 민족의 커다란 관심과 기대속에 열리는 8.15민족통일대회에 참가한 우리들은 통일의 염원을 담아 겨레에게 이 호소문을 보낸다"며 "7천만 동포여!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민족의 최대과제인 조국통일을 이루는 길에 힘차게 나서자!"고 밝혔다.
한편 행사장 주위에는 남북이 각각 준비한 ‘온민족이 대단결하여 한국의 자주적 평화통일 이룩하자’ ‘온겨레와 함께 8.15 민족통일대회를 축하합니다’ ‘력사적인 6.15 북남공동선언 철저히 리행하자’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다음은 개막식에서 남북대표가 공동 낭독한 공동호소문 전문.
***7천만 겨레에게 보내는 호소문**
(공동) 7천만 겨레여!
(남) 온 민족의 커다란 관심과 기대속에 열리는 8.15민족통일대회에 참가한 우리들은 통일의 염원을 담아 겨레에게 이 호소문을 보낸다.
(북) 우리 겨레는 6.15공동선언을 지지하면서 공동선언을 실현하기 위한 통일대행진을 힘차게 전개해 왔다.
이번 통일대회에서 우리 겨레, 우리 민족은 뜨거운 통일열망과 단합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내외에 힘있게 보여주고 있다.
한 핏줄을 이어 온 동포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을 외치는 이 순간 우리 모두는 뜨거운 동포애로 더 가까워지고 함께 손잡고 통일의 길을 힘차게 열어 나갈 의지를 다시 한번 굳게 하였다.
(남) 역사적인 6.15공동선언이야말로 민족이 화해하고 단합하여 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기치이다.
우리들은 정세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6.15공동선언을 실천하여 민족의 앞길을 밝혀 가야 한다는 한결같은 의사를 거듭 확인하였다.
남과 북의 통일운동단체들은 이번 8.15민족통일대회에서 우리민족끼리 서로 손잡고 힘과 지혜를 합쳐 조국통일운동을 더욱 활성화해 나가며 민족단합을 실현하기 위한 거족적인 연대연합운동을 적극 벌려 나감으로써 민족의 안녕과 평화를 지키고 전쟁의 근원을 하루 빨리 제거해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의 통일운동 단체들은 지난 통일행사들에서 이룩한 성과들을 공고히 발전시켜 나가기 위하여 민족의 명산 금강산에서 청년학생통일대회와 여성통일대회를 9월 중에 진행하기로 하였으며 10월 3일 ‘개천절’을 비롯한 여러 계기들에 남과 북의 해당 단체들 사이에 통일행사을 진행해 나가기로 하였다.
(공동) 사랑하는 동포 형제들이여!
(북)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21세기에는 대결과 분열로 얼룩진 과거에서 벗어나 민족공동의 번영을 이루고 통일을 달성해야 할 대망의 세기이다.
온 겨레가 새로운 열정, 새로운 각오, 새로운 신심을 안고 민족의 대업인 나라의 통일을 위하여 한사람같이 나서자.
민족적 단합과 조국통일의 이정표인 6.15공동선언을 굳건히 고수하고 더욱 철저히 이행해 나가자!
(남) 6.15공동선언에서 밝힌 ‘우리 민족끼리’라는 대명제에 우리의 민족문제를 우리의 힘으로 풀어 나갈 수 있는 밝은 길이 있다.
우리의 힘, 우리의 의지, 우리의 슬기를 믿고 조국통일과 민족번영을 실현하는 길에 나서는 모든 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풀어나가자.
(북) 민족의 화해와 단합은 통일을 향해가는 출발점입니다.
대결과 반목의 낡은 때를 씻고 따뜻한 동포애로 화해와 신뢰와 단합의 손을 잡자.
외세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민족의 힘을 모아 자주적으로 민족번영의 길을 개척해 나가기 위한 거족적인 연대연합을 벌려 나가자!
이 땅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고 민족의 평화와 안전을 이루자!
(남) 통일이야말로 최대의 애국 애족이다.
통일운동은 6.15 공동선언 발표 이후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이미 이룩한 성과와 경협을 토대로 해서 통일운동의 새로운 도약을 마련해야 할 역사적 시기이다.
통일의 주체인 7천만 민족 전체가 하나로 뭉쳐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을 위한 운동을 힘차게 벌려 나가자!
(공동) 7천만 동포여!
(북)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민족의 최대과제인 조국통일을 이루는 길에 힘차게 나서자!
(남) 그리하여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로 빛나는 이 땅위에 길이 번영하는 자랑스런 통일조국을 반드시 빠른 시일안에 이룩해 나가자!
(공공) 8.15 민족통일대회
2002년 8월 15일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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