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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독선, 국제사회 왕따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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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독선, 국제사회 왕따 자초"

국제형사재판소 비준거부 등에 세계여론 악화

미국 부시 행정부가 일방주의 외교정책으로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도 "국제사회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유럽에서는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블레어 총리의 독선 때문에 유럽연합(EU) 국가들의 화합이 위험에 처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7일 클라이드 프레스토비츠(Prestowitz) 미 경제전략학회(ESI) 회장의 '왜 우리는 더 이상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가'라는 기고문을 통해 "이대로 가다가는 전 세계가 미국의 적이 될 것"이라며 미국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한 비판을 소개했다.

<사진>

***워싱턴포스트 "국제사회의 미국 지지도 국제형사재판소 비준거부 등으로 급락"**

최근 아시아 유럽 미주 등 14개국을 돌며 전 세계의 대미여론을 경청한 프레스토비츠 회장은 "9.11 테러 직후 격려해주던 국제 분위기가 대조적으로 변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도 미국의 테러 희생자들에 대한 동정여론은 그대로이지만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국제지지도는 미국의 국제형사재판소(ICC) 비준 거부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여론으로 급락하고 있다고 충고했다.

프레스토비츠 회장이 지적한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최근 아프간 전쟁 등에서 미국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 러시아의 이고르 이바노프 외무장관이 7일 러시아TV ORT에 출연해 "미국의 국제형사재판소 비준거부는 미국이 해야 할 국제적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이바노프 장관은 "미국의 일방주의는 ICC 비준거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며 "문제는 상당수의 미국 엘리트들이 국제사회의 의견을 무시하고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현실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바노프 장관은 현재 미국이 대외정책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며 공동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미국이 ICC에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독일 "미 기소면책특권 요구는 ICC의 목표와 의미 무산시킨다" 비판**

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 또한 6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의에서 "ICC 창설은 인권의 역사앞에서 획기적인 사건으로 이를 위한 법령은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하에 작성됐다"면서 "미국의 면책특권 요구는 유엔의 권위를 훼손시키고 법령의 목표와 의미를 무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창설되고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될 경우 미군이 정치적인 동기에 의해 기소돼 ICC에서 재판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미군에 대한 특혜, 즉 기소면책특권 부여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3일 미국이 ICC 창설에 항의하기 위해 보스니아 평화유지군 활동의 6개월 재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보스니아 평화유지군의 활동을 오는 15일까지로 연장한 바 있다.

애리 플라이셔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미군에 대한 ICC의 기소면책특권 부여에 대한 허용이 논란을 빚고 있지만 보스니아 유엔평화유지군 활동에는 계속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의 이같은 태도는 미국이 요구한 면책특권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보스니아에 주둔중인 3천명의 미군을 철수시킬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여론에 미국의 주장이 일부 철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애초 미군이 ICC로부터 기소면책특권을 부여받지 못할 경우 보스니아에서 활동중인 유엔평화유지군의 역할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었다.

미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이 곳곳에서 덜미를 잡히고 있는 것이다. 일견 미국의 대테러전쟁에 협력하고 있는 듯한 러시아가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 국가로 지목한 이란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도와주고 있는 것과, 이라크·북한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현실이 바로 미국 대외정책의 허실을 방증하고 있다.

***프레스토비츠 "미국의 오랜 친구들마저 돌아서고 있다"**

프레스토비츠 미 경제전략학회장이 "미국은 세계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한 배경도 바로 이같은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프레스토비츠 회장은 "반미주의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지난 35년간 여러 나라를 돌아본 후 혼란스럽게 느끼는 것은 미국의 오랜 친구였던 외국 지도자들이 미국에 대해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외국 관찰자들이 미 국민에 대해서는 호감을 표시하면서도 국가로서의 미국에 대해서는 점차 증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9.11 사태에 대해 '이제 미국은 그같은 고통이 무엇인지 알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미국이 고통을 참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데 대해 만족감을 표시한다는 말이다.

***"민주주의·인권·자유무역 주장하는 미국, 실제로는 이기적 목적만 추구"**

프레스토비츠 회장은 외국인들이 미국에 대해 원하는 것은 "(9.11 테러와 같은) 비극이 미국에 어느 정도의 겸손함을 자각시켜 에너지 보존, 지구온난화, 세계빈곤 등의 문제들에 대한 미국의 오만함이 무디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의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려는 목표하에 '민주주의' '인권' '자유무역'을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자국의 이익만을 챙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게 프레스토비츠 회장의 진단이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프레스토비츠 회장은 "한국에서는 미국의 대북 적대감이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포용노력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의 고위층 인사 몇 명은 나에게 한국이 북한 붕괴를 떠안을 형편이 아니라는 것을 미국은 이해하지 못하거나 상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 핵심 남북협상대표가 "우리에게 긴 과도기가 필요하며 갑작스런 북한 붕괴를 막아야지, 재촉해선 안된다는 것을 미국에게 어떻게 이해시킬까"라고 말했다며,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 특히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도 중국 군사력에만 집착해 아시아 전체 분위기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독일 SZ "미 일방주의 외교, 영국의 독선 등 유럽연합내 갈등 부추겨"**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은 급기야 유럽통합의 길을 재촉하고 있는 유럽연합내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독일 쥐드도이체차이퉁은 8일자 '유럽인들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독자노선을 경계한다'는 기사에서 국제형사재판소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간 갈등이 유럽의 화합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미국의 ICC 기소면책특권 부여에 대한 논란이 일자 블레어 영국 총리가 미국과의 우선적 유대관계를 유지, 강화하기 위해 미국 편을 들고 나섬으로써 유럽 국가들과의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은 ICC 창설 및 효율적인 운영과 관련해 유럽연합내에서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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