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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파토니 이탈리아 감독의 상처받은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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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파토니 이탈리아 감독의 상처받은 영혼"

독일 FAZ '한국ㆍ이탈리아전 논평'

한국이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진출한 지난 18일 경기의 심판 판정에 대한 이탈리아의 불만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사자 입장인 한국과 이탈리아로서는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편향적일 수밖에 없다. 제3자인 외국 언론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해외에서 활약하는 최초의 이탈리아 감독이었던 지오바니 트라파토니 감독은 90년대 두 차례에 걸쳐 3년간 독일의 명문구단 바이에른 뮌헨을 이끌며 분데스리가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서투른 독일어로 화려한 제스처를 구사하던 트라파토니 감독은 아직도 많은 독일인들에게 호의적인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사진>

한국 이탈리아전 경기와 관련해 한국의 선전에도 박수를 보내고 이탈리아에는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는 독일 전국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이 20일 '상처받은 영혼'이라는 기사를 통해 18일 경기에 대한 논평을 싣고 있어 주목을 끈다.

이 신문은 트라파토니 감독이 이탈리아의 탈락으로 영혼에 상처를 입었다며 이탈리아 감독과 선수 모두가 에콰도르의 모레노 주심에게 패배의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FAZ는 모레노 주심의 판정중 두 차례 논란의 여지가 있는 판정이 있었지만 모레노 주심이 한국팀에 고의적으로 유리하게 판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반적으로 트라파토니 감독과 이탈리아의 절망을 이해할 수 있다는 논조를 보이고 있는 이 기사는 결론으로 "이탈리아는 이제 한국과의 축구 역사속에서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에 패배했던 사건만이 아니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의 끔찍한 경험도 기억하게 될 게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FAZ 20일자 '상처받은 영혼'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상처받은 영혼(In der Seele verletzt)'**

지오바니 트라파토니 이탈리아 감독이 서투른 독일어로 작별인사를 했다면 그가 과거 독일에서 했던 가장 유명한 문장을 이용해 "나는 끝냈다"(Ich habe fertig)고 말했을 것이다. 그런데 트라파토니 감독은 무엇보다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완전히 끝장났다.

젠틀맨인 63살의 이탈리아 감독은 한국에서 개최되고 있는 이번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의 우승 희망이 무산된데 대해 논평하며 '음모'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이탈리아 팀이 연장전에서 한국 축구의 '골든 보이'이자 이탈리아 페루지아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안정환 선수의 헤딩 '골든골'로 8강 진출이 좌절되고 한국에 1대2로 패했다는 사실은 언급되지도 않았다. 16강전 경기종료 휘슬이 울린 후 트라파토니 감독과 모든 이탈리아 선수들은 오직 하나의 적, 즉 에콰도르 바이론 모레노 주심만을 떠올렸다.

트라파토니 감독은 이탈리아 탈락의 충격으로 영혼에 상처를 입은 듯 힘든 경기의 심판을 본 모레노 주심에 대해 어떤 호감도 표시하지 않은 채 "오늘은 페어플레이의 경계선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위대한 축구의 나라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이탈리아로서는 과체중의 남미 주심이 경기의 템포를 따라잡을 정도로 성숙하지 못했던 것은 용인할 수 있었지만, 자신들이 약팀이라고 여긴 한국을 도운 것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모레노 주심은 이날 두 차례의 모호한 판정으로 한국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하면서 최선을 다해 거둔 행복한 승리의 값어치를 손상시키기도 했다.

이미 옐로우카드를 받은 플레이메이커 토티에게 다시 옐로우카드를 줘서 퇴장시킨 것은 유일한 오심이었다. 토티는 한국의 페널티 지역에서 넘어졌는데 시뮬레이션 액션은 아니었다. 모레노 주심이 토티에게 재차 경고를 주지 않았다면 그는 판정에 대한 불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레노 주심은 이러한 토티의 행동에 권위적인 태도로 옐로우카드와 레드카드를 주어 이미 흥분해있던 이탈리아 선수들을 더욱 흥분시켰다. 이탈리아 국가대표 선수로 126번째 출전이자 마지막 출전을 했던 말디니 주장은 "그 판정은 스캔들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토티는 주심에 대해 "수치"라고 경멸하는 말만 늘어놓으며 "우리는 이미 경기 시작 전부터 주심이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몇몇 선수들이 악수를 청하는데도 못 본 척했다"고 말했다. 과거 세 차례나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던 이탈리아 팀에게 편안한 심판을 선택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처럼 중요한 경기에 왜 하필이면 모레노 주심을 선택했는가 하는 의문이 남아 있는 것이다. 모레노 주심은 아직 이날처럼 중요한 경기를 진행해본 경험이 없고 조별예선에서 이탈리아에 졌던 에콰도르 출신의 심판이었다.

같은 날 오후 이탈리아 출신의 경력있는 심판인 코린나 주심은 미야기 경기장에서 별 무리없이 일본 대 터키의 경기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경기의 승자인 터키는 물론 경기에 졌던 일본도 심판의 판정에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트라파토니 감독은 일본이 1대0으로 패배한 상황에서 최악의 사태를 예감한 듯했다. 그는 "일본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우리팀의 경기도 조금 다르게 진행됐을 것이다. 아마 내가 너무 실망해서 이렇게 말하는지도 모르지만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감독 중의 한 사람인 트라파토니는 토티 선수의 퇴장을 경험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번 FIFA 관계자가 고개를 저을 정도로 부당하게 여겨질 수 있는 일을 겪어야 했다. 이탈리아에 '골든골'을 선사할 뻔했던 토마시가 이번에는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은 것이다.

경기 초반부터 비에리의 헤딩골로 앞서 가다 후반전 종료 2분을 남기고 설기현의 동점골을 먹은 이탈리아가 심판의 오프사이드 판정에 격렬하게 항의하면 안되는 것일까? 안정환의 '골든골'은 이런 일들이 있은 후에야 가능했던 것이며, 만약 오프사이드 판정이 없었다면 이탈리아 입장에선 토마시가 '골든골'의 주인공이 됐을 것이다.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에서 5골을 인정받지 못했다. 5골은 크로아티아전에서의 두골, 멕시코전에서의 두골 그리고 한국전에서의 논란이 된 한골이다. 트라파토니가 이번 한일월드컵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면서 너무 많은 '역풍'을 느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일까?

트라파토니가 이끄는 이탈리아팀은 3만9천명의 '붉은 악마들'이 한국의 승리를 열렬히 응원한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결국 최대의 불운을 경험했다. 트라파토니 감독은 청천벽력같은 함성과 열정적인 응원을 보여준 한국 응원단의 광기에 대해 "이들은 단순한 관중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아마 모레노 주심도 '대한민국'을 외치는 한국 응원단의 열기에 압도당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아마도 스스로의 두려움에 대한 것이었다고 보이며 고의적으로 이탈리아에 불리한 판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하튼 모레노 주심은 한국인들이 품은 월드컵에서의 꿈을 연장하고 처음으로 8강 진출을 이룩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지는 않았다. 한편 이탈리아는 이제 한국과의 축구 역사속에서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에 패배했던 사건만이 아니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의 끔찍한 경험도 기억하게 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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