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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냐 월드컵 승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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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냐 월드컵 승리냐"

조국팀과 일전 벌이는 외국인 감독들의 기구한 운명

월드컵과 애국심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함수관계를 갖고 있다. 한 국가를 대표해 싸우는 선수들과 감독에게 애국심이 없다면 '총성없는 전쟁'으로까지 불리는 월드컵이 오늘날의 인기를 담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 분명하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인 프로야구가 월드컵 인기에 밀리고 있는 현상도 사실 축구라는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운동에 담겨있는 애국심이라는 변수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월드컵 기간만큼은 애국심을 버려야만 진정한 스포츠맨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구한 팔자를 타고 난 사람들이 있다.

<사진>

조국이 아닌 타국 국가대표팀의 운명을 책임져야 하는 프랑스 등 축구 선진국 출신 감독들이 바로 그들이다. 다음은 2002 한일월드컵 본선에 출전중인 32개국 대표팀 감독중 모국이 아닌 타국의 대표팀을 맡고 있는 감독들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외국인 감독들은 8개조 모두에 각 한팀씩을 이끌고 있으며 이중 프랑스 출신이 3명으로 가장 많다.

프랑스 출신인 브루노 메추 감독은 A조의 세네갈팀을 맡고 있으며 B조 파라과이팀의 감독은 이탈리아 출신의 세사레 말디니. 또 C조 중국팀은 유고슬라비아 출신인 보라 밀루티노비치 감독이, D조 한국은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고 있다.

E조 카메룬은 독일 출신인 빈프리트 셰퍼, F조 잉글랜드은 스웨덴 출신의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이 맡고 있다. 또 G조 에콰도르의 감독은 콜롬비아 출신의 에르난 다리오 구메스, H조 일본의 감독은 프랑스 출신인 필립 트루시에다.

***본선진출 32개국중 외국인 감독은 각조 1명씩 모두 8명**

이 가운데서도 특히 개막전에서 전 대회 챔피언 프랑스를 꺾는 최대의 이변을 일으킨 프랑스 출신의 메추 세네갈 감독, 1968년 이후 44년 동안 스웨덴을 상대로 3무6패를 기록하다 이번 대회 예선에서도 무승부에 그친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끄는 스웨덴 출신의 에릭손 감독, 오는 11일 독일과 16강을 결정짓는 한판을 벌이게 될 독일 출신의 셰퍼 카메룬 감독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모두 같은 조에서 모국 대표팀을 상대로 일전을 벌였거나 벌여야 하는 운명을 안고 있다. 모국팀이 16강에 탈락할 경우 자칫 '조국의 배신자'라는 오명을 덮어 쓸 수도 있는 것이다. 이미 세네갈의 메추 감독은 조국 프랑스에 일격을 가해 세계 최강이라는 프랑스팀을 예선탈락의 위기에 놓이게 했으며 에릭손 감독은 44년을 절치부심해온 잉글랜드 팀의 스웨덴 징크스를 깨는 데 실패했다.

현재 가장 곤경에 처한 감독은 독일 출신인 빈프리드 셰퍼 카메룬 감독. 1승1무(승점 4)에 +8골을 기록중인 독일팀은 11일 셰퍼 감독의 카메룬 전에서 무승부만 기록해도 E조 예선통과가 확실하다. 하지만 같은 승점 4를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골득실차가 +1에 불과한 카메룬은 반드시 독일을 꺾어야만 자력으로 예선을 통과할 수 있다. 현재 승점 2점인 아일랜드가 2패(승점 0)에 -9를 기록중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질 확률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독일 출신 셰퍼 카메룬 감독 "독일전에서 나는 독일인이 아니다"**

독일 언론들은 현재 자국이 독일 축구 역사상 가장 미묘한 상황에 처해있다며 셰퍼 감독의 조국애를 부추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셰퍼 감독은 6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1일 독일과의 경기에서 나는 더 이상 독일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이같은 상황이 오지 않기를 원했다. 하지만 세상은 뜻대로 돌아가지만은 않는다. 독일팀과 싸우는 90분 동안 나는 독일인이 아니며 질 수 없는 카메룬의 사자로서 카메룬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여년간 독일 분데스리가 칼스루에 SC 감독을 지낸 셰펴는 "나는 물론 루디 푈러(독일팀 감독)의 선수들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 내 생각에도 독일이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카메룬은 독일이 후반전에 아일랜드에 동점을 허용해 무승부에 그친 데 비해 사우디아리비아 전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심리적 자신감을 갖고 있다. 이는 독일팀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상대든 이길 수 있다. 나는 자신있다"고 말했다.

카메룬과 부담스런 일전을 치러야 하는 독일팀의 푈러 감독은 6일 독일 대중지 빌트(BILD)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우리가 8대0으로 이긴 사우디에 카메룬이 1대0으로 이긴 것을 두고 자만에 빠져서는 안된다. 그들은 독일팀과의 경기에서 훨씬 더 잘할 수 있다"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푈러 감독은 "독일 감독끼리 붙는 이번 경기에서 예선을 통과할 팀은 바로 독일"이라고 자신감을 비췄다.

월드컵은 축구를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화려한 무대 뒤에서 펼쳐지고 있는 각종 신경전과 조국에 대한 애국심과의 갈등 등을 함께 이해하면 한층 더 재미있는 월드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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