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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러시아 파트너십'은 미 패권주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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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러시아 파트너십'은 미 패권주의 산물

러시아의 승리, 유럽의 패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러시아의 악수는 냉전의 종말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미국 패권주의에 의한 새로운 국제질서의 탄생을 예고하는 신호탄인가.

14일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끝난 NATO와 러시아 외무장관 회담은 테러리즘 등 공동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NATO-러시아 회의(가입예상국 3개국을 포함한 나토회원국 19+러시아)' 구성에 합의함으로써 표면적으로는 분명히 냉전 이데올로기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나토-러시아 파트너십 구축은 냉전과의 최후 이별**

냉전을 대표하는 쌍두마차인 미국과 러시아가 '반 테러동맹'이라는 한 울타리 내에서 군축 등 안보문제에 협력을 다짐했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의 13쪽짜리 회의 보고서는 나토와 러시아가 새로운 차원의 동맹관계를 형성하며 테러리즘 등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항하는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28일 로마에서 열리는 제1회 '나토-러시아 회의'에서 부시 대통령을 포함한 19개국 나토 회원국 정상들과 만나 냉전시대의 종말을 다시 맹세하는 서약을 할 예정이다. 이번 회담에서 이뤄진 '나토-러시아 회의'의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파트너십 조직운영을 위한 세부규칙 등도 이때 공개된다.

하지만 나토와 러시아의 공동체 기구 결성 합의는 결과적으로 대테러전쟁이라는 미국의 군사주의 정책을 추종하며 기존의 동서 냉전구도였던 국제사회의 전선을 보다 다각화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도 미국과 러시아는 군비통제와 신뢰구축을 위한 상호협력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보다는 표면적인 외교적 수사에 그쳤다.

***미-러 파트너십 구축의 패배자는 유럽**

유럽 국가들은 군비통제와 상호협력방안 등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세부내용에 대해 합의하기를 원했으나 미국과 러시아는 이를 묵살했다. 이로써 미국과 러시아는 앞으로도 유럽 국가들에 비해 훨씬 자유로운 입장에서 협상에 임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됐다. 유럽 국가들이 이번 회담의 패배자는 유럽이라고 자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단 이번 회담이 보여준 가장 큰 성과는 지난 50여년간 적대전선을 유지해온 러시아와 나토가 테러라는 공동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안보 협의체를 구성함으로써 이미 효력을 상실했던 기존 냉전질서에 공식적으로 최후의 종말을 고했다는 점이다. 나토-러시아는 앞으로 테러, 군비통제, 미사일방어, 군사협력 문제 등의 공동관심사에 대해 1개월마다 정기적으로 회의를 가질 예정이며, 러시아는 거부권을 제외한 모든 권리를 나토 회원국과 공유하게 된다.

유럽 언론들이 이번 회담을 평가하며 보여주는 시각도 두 가지로 대별된다. 하나는 러시아와 나토의 공동 회의체 구성이 러시아를 적으로 간주해온 나토의 기존 전선을 허물었다는 평가로 미국은 러시아가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 재편에 동참해준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대 테러전쟁 수행에 가장 큰 공을 세운 나라가 바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정치적 지지입장을 표명한 러시아이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과 러시아간 중재역할을 자임해온 유럽의 역할이 이제 더 이상 필요 없어졌다는 상실감이다. 독일의 쥐드도이체차이퉁(SZ) 등 유럽 언론들은 90년대 이후 벌써 세 번째로 유럽이 미국과 러시아 주도의 국제정치에서 소외당했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즉 미국은 유고슬라비아 전쟁 당시 희망을 상실한 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던 유럽을 구원했고, 9.11 테러 이후에는 미국이 기대한 도움을 유럽이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회담을 통해 이제는 유럽이 더 이상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적 관계를 중재하는 브로커의 역할도 하지 못하게 됐다는 푸념섞인 말이다. 부시와 푸틴은 이제 유럽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대화하고 있다.

***독일 SZ "이번 회담의 승자는 러시아"**

SZ는 16일자 '새로운 전선'이라는 기사를 통해 "나토와 러시아가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을 위한 긴밀한 협조관계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SZ는 러시아가 이번 아이슬란드 회담을 통해 얻은 성과를 두 가지로 분석했다. 한 가지는 19개 나토회원국이 러시아를 적대적 관계가 아닌 동맹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앞으로는 '나토-러시아 회의' 기구라는 국제단체 이름으로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러시아가 새로 구성된 기구의 틀이 흔들릴 경우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이 기구 참여를 유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러시아의 재가입은 회원국 전체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나토 회원국들은 공감대와 합의라는 원칙에 상당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러시아가 '테러와의 전쟁'을 1차적 목표로 삼고 있는 나토와의 협력에 동참한 배경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한 국제사회의 주도권 회복이라는 이유외에도 나토 회원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러시아 스스로도 체첸 테러리스트들로부터의 위협을 예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반면 유럽은 미국과 러시아 주도의 세계 질서에 끌려가는 처지가 됐다고 한탄하고 있다. 예를 들어 9.11 테러 당시 유럽보다 러시아가 더 적극적으로 미국의 대테러 전쟁을 지지하고 나섬으로써 미국과의 파트너십 개선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는 평가다.

***미국에 홀대당했다는 푸념은 오늘날 유럽의 자화상**

한편 나토와 러시아는 이번 회담에서 지금까지 비밀로 유지돼온 대량살상무기 수출에 대한 상호 정보교류를 통해 테러위협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유럽 입장에서는 러시아가 그간 견지해온 대량살상 무기 수출에 대한 미온적 태도를 견제할 수 있는 구실을 찾게 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나토-러시아 회의' 20개 회원국 모두 테러에 대한 위협에 시달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오는 9월에는 러시아 노진스크(Noginsk)에서 테러리스타가 화학공장에 대한 공격을 해올 경우에 대비한 훈련이 예정돼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대해 소외당했다고 푸념하고 있는 유럽의 모습은 한쪽으로는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이 자신들을 뒤로 한 채 러시아를 더 중요한 전략적 동반자로 선택했다는 데서 나오는 섭섭함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이 오늘날의 국제정치 역학구도내에서 어떠한 입장에 처해 있는지를 방증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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