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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이 한통속인 이유는?

29일자 사설 3꼭지가 동일 소재, 논조도 비슷

2002년 4월 29일은 '조중동'이란 단어가 고유명사로 국어사전에 오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날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을까.

29일자 조선 중앙 동아 세 신문은 공교롭게도 각각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 확정을 보도한 머릿기사부터 3꼭지로 구성된 사설까지 동일한 주제와 소재를 거의 비슷한 시각으로 다루고 있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사진 노무현 후보, 주적론 삭제 논란, 전교조 민주화 운동 인정 논란 등 동일 주제를 갖고 비슷한 논조를 펼치고 있는 29일자 조선 중앙 동아일보 2면의 사설들.>

29일자 조선일보 사설은 순서대로 '노무현 후보의 '과거' '현재' '미래'' '북이 요구하니까 '주적' 삭제인가' '전교조 '민주화운동 인정' 뒤에 남는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은 '노무현 후보가 해야 할 일' '주적론, 군사회담에서 풀어야' '민주화 운동 평가 성급하다'이며, 동아일보는 '노무현 민주당 대선후보' '주적론 삭제 신중해야' '전교조 민주화 인정 문제 있다'를 소재로 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주류언론이라는 3개지가 모두 '노무현 후보'와 '주적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민주화 인정' 문제를 시빗거리로 삼고 있는 것이다. 각각의 소재에 대한 3개 신문의 논조와 방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중동' "노무현은 독선적ㆍ심술ㆍ이단아"**

'조중동'은 공히 '머릿사설(첫번째 사설)'에서 노무현 후보에 대해 여당의 공식 대통령 후보가 됐으나 장관 등의 제도권 경험이 부족하니 더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하고(조선 중앙), 현 정권의 부정부패에 대한 입장정리를 해야 하며(동아), 시비와 논란을 일으켰던 이념적 정책적 사안들에 대해 보다 분명한 자기 입장을 밝혀야 한다(조중동)고 지적한다.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질 대통령 후보가 철저한 검증을 받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며 상당히 중요하다. 문제는 제도권 언론들이 국회의원이나 장관 등 제도권 경력의 중요성을 은연중에 부각시킴으로써 우리 사회가 가진 기득권 우월주의, 혹은 편향의식을 드러내고 있다는 데 있다.

또한 세 신문은 29일 노무현 집중탐구를 통해 '"두뇌명철, 판단력 풍부…비타협적 극히 독선적"'(조선 5면) '가난이 싫어서 '있는 집' 아이에 심술도'(중앙 9면) '가난 속 숱한 좌절 '이단의 길''(동아 A8면)이라며 노 후보의 가난과 '독선적' 성격 등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한 개인의 과거사를 조명함으로써 그가 지닌 품성 등을 알아볼 수도 있겠으나, 마치 '가난이 죄'라는 식의 매도나 좌절이 많았던 생활을 그리며 이단아라고 표현한 것은 우리 사회의 일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조중동'의 노 후보에 대한 적대감정이 드러난 대목은 아닌가 생각해볼 일이다.

***국어사전에도 없는 "'주적' 표현 유지하자"**

'조중동' 사설의 두 번째 주제는 지난 95년 처음 국방백서에 등장한 '주적' 표현의 폐지논란으로 사설들은 '북한이 요구하니까 따르자는 것이냐(조선)' '주적론 문제만은 상호주의를 적용하자는 국방부 입장이 옳다(중앙)' '현재의 군사대치 상황에선 시기상조(동아)' 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공식문서라 할 수 있는 국방백서에 '북한은 주적'이란 표현을 반드시 넣어야 우리 국군의 안보의식이 고취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주적이란 표현 자체가 없었던 70-80년대 군생활을 해본 대한민국 국민들중 당시에는 '북한이 주적'이라는 표현이 없어 지금보다 안보의식이 없었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

북한이 남한 안보의 최대 위협요소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조중동'은 주적 표현 삭제 문제와 관련해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주적' 표현을 유지하자고 애쓰며 북한의 요구이니 따르면 남남갈등이 생긴다는 식으로 안보상업주의를 부추길 것이 아니라 전향적으로 이 문제를 검토할 의향은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

'주적' 표현 문제는 세종연구소 이종석 박사가 제안한 것처럼 일단 국방백서에 '주적'이란 표현이 등장하기 이전인 92-93년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당장은 논란의 소지도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교조의 민주화 운동 인정 논란' 본질 벗어난 딴지걸기**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의 전교조 해직교사 민주화운동 관련자 인정방침에 대한 비판은 '조중동' 사설의 세 번째 소재로 다뤄졌다. 먼저 조선은 '전교조 운동의 민주화 인정은 반대쪽의 반발을 일으키는 갈등의 소지가 매우 크다'고 지적한다.

중앙 역시 "묵묵히 교단을 지킨 다수 교사들은 비민주적인가"라며 이런 평가작업은 국회를 통한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정리할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동아도 같은 논리로 '전교조의 근본적인 성격은 노동운동이라며 이를 민주화 운동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동아는 전교조 문제와 관련해 민주화운동심의위원회 내부의 일부 위원이 사퇴한 것을 부각시키며 사회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치 않은 성급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조중동'이 '참교육'과 '교육의 민주화'를 주창한 전교조 운동의 본질을 모르고 이같은 사설을 쓴 것은 아닐 게다. 그럼에도 '조중동'은 전교조가 민주화운동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자격은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자격시비는 제쳐둔 채 교육계의 기득권 집단이라 할 수 있는 사학재단이나 교총 등의 논리를 대변하며 전교조를 노동단체로만 보는 대립적인 불신의 시각을 부각시키고 있다.

***언론의 소중한 가치중 하나가 다양성**

물론 전교조 내에서조차 전교조의 조합주의와 이기주의는 경계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는 전교조가 초심대로 참교육과 교육 민주화를 위해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중동'이 한국의 주류를 대변하는 언론이라면 한국 사회 기득권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민초들의 목소리도 귀 기울여 들어야 하지 않을까.

한국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조중동'이 초록동색이라는 것은 한국 사회발전의 큰 저해요인이다. 그런데 이처럼 끔찍한 상황이 29일처럼 종종 현실화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한국 사회의 발전과 민주주의를 추구하며 독자를 받든다는 '조중동'의 각성이 필요할 때다. 언론의 가장 소중한 가치중 하나는 다양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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