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끝난 후 문재인 민주통합당의 패인에 대한 각종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정책의 적실성, 구체성 및 집행력 측면에서 박근혜 새누리당이 문재인 민주통합당을 앞섰다는 것이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박근혜 새누리당이 문재인 민주통합당에 비해 많은 유권자들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전문가들이 드는 실례는 하우스푸어 대책과 렌트푸어 대책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두 가지 요소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언론 환경의 비대칭성과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 그것이다. 다른 모든 것이 그렇지만 대선 후보의 공약이나 정책 역시 '언론'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전달된다. 후보들의 정책이나 공약이 언론이라는 프리즘을 투과해 일반 유권자들에게 전달된다고 할 때 이런 정보 유통 구조의 최대 수혜자가 박근혜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조중동(신문과 종편)과 공중파 방송 등 거의 대부분의 언론사로부터 압도적인 화력 지원을 받은 사람이 박근혜이기 때문이다. 비대칭적 언론 환경에서 우위에 선다는 것은 공약의 노출도면에서 박근혜 새누리당이 문재인 민주통합당을 훨씬 앞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비대칭적 언론 환경 아래서는 유권자들이 후보 간 정책이나 공약의 우열을 판별하기가 어렵다.
박근혜의 하우스푸어 대책이나 렌트푸어 대책에 포퓰리즘적 성격이 짙은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보유지분 매각 제도를 핵심으로 하는 하우스푸어 대책이나 목돈 안 드는 전세 제도 등을 중핵으로 하는 렌트푸어 대책은 좋게 보아 미봉 성격이 짙고 나쁘게 말해 인기영합적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의 하우스푸어 및 렌트푸어 공약은 정책의 완성도 및 공익 부합성 관점에서 박근혜 새누리당의 것보다 한결 낫다. 박근혜 새누리당의 공약 중 특히 보유지분 매각 제도 같은 경우 재정 투입과 채무 면제 등을 전제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별로 없는 까닭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박근혜 새누리당의 정책에 매료됐다면 박근혜 새누리당이 재정을 투입하거나 채무를 면제해 자신들의 처지를 개선시킬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인데, 이건 공익을 침해해 사익을 지켜주는 꼴이 된다.
물론 박근혜 새누리당의 정책이나 공약이 모두 문재인 민주당에게 정책의 완성도, 지속가능성, 총체성, 공익 부합성 등의 기준에서 뒤진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다만 박근혜 새누리당의 하우스푸어 대책이나 렌트푸어 대책 같은 것이 유권자들에게 문재인 민주통합당의 그것보다 선호됐다고 해서 그게 꼭 박근혜 새누리당의 하우스푸어 대책이나 렌트푸어 대책이 문재인 민주통합당의 그것보다 우월하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편 이번 대선은 진보·개혁진영에 두고두고 고민할 근심거리를 안겨주었다. 정책의 완성도 및 지속가능성, 체계성과는 별도로 정책이나 공약이 비대칭적인 언론 환경을 통과해 유권자들에게 전달되는 유통 과정의 구조적 불리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많은 유권자들의 집합적 선호(단기적 사익 추구 경향)와 장기적 공익을 어떻게 공약 속에 조화시킬 것인가, 추상적이기 쉬운 정책이나 공약을 어떻게 일반 대중의 언어로 이미지화할 것인가 하는 것들이 그 근심거리의 구체적 내용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