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주거 약자와 상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25일 발표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공공주택 관리·운영에 거주민 참여 강화, 주택임차인보호(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전세금보증센터, 주택바우처제도), 상가임차인 보호(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 전통시장 상인협동조합 상가 마련 지원) 등의 구체적인 정책수단이 안철수표 주거복지대책의 골자다. 이를 안철수표 주거복지대책은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세입자와 소유자간의 힘의 비대칭성 해소'로 구성된다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공공임대 주택 확대는 결단의 문제
안철수 캠프의 공공임대주택정책을 보면 2018년까지 연간 12만가구를 공급해 공공임대주택 거주가구 비율을 10%로 높이고 다양한 유형(기존 주택의 매입 후 임차, 토지임대부 주택의 공급 등)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유형 및 공급목표 모두 평가할 만 하다. 안철수 후보의 발표대로만 공공임대 주택이 공급된다면 서민들의 주거 안정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뿐 아니라 주거비 부담도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다. 또한 정부가 전체 주택 재고 물량의 10%가량을 소유하게 됨으로써 시장에 합리적으로 개입할 여지를 담보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예산 타령을 하면서 안철수 캠프의 공공임대주택 확대 방안을 포퓰리즘이라고 매도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는 전형적인 딴지걸기에 불과하다. 예산은 자원배분의 우선순위를 어떤 가치와 기준에 따라 결정하는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중산층과 서민들의 삶을 가장 옭죄는 주거불안을 해소하는 것만큼 절박한 예산사용처도 달리 없다. 사족이지만 만약 MB가 4대강 사업에 쏟아부은 예산을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투입했다면 지금의 극심한 전.월세난도 없었을 것이다. 그때는 어디서 무얼하고 있다가 이제와서 예산타령이란 말인가.
세입자들의 시름을 덜어주자
또한 안철수 캠프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힘의 비대칭을 해소해 임차인을 보호하겠다고 천명했다.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임차인에게 1회에 한해 자동계약 갱신권 보장, 우선변제 적용대상 확대 및 변제금액 증액, 전세금 보증센터를 설립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이사시기가 맞지 않아 곤경에 처한 세입자 지원, 주택임차료 보조제도(주택 바우처 제도)단계적 실시 등이다.
열거한 정책수단들 모두 임차인 지위에 있는 중산층과 서민에게 긴절히 요구되는 것들이다. 자동계약갱신권 보장은 임차주택 공급을 늘리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고, 전세금 보증센터 설립은 유동성을 공급해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여줄 것이며, 우선변제 적용 대상 확대 및 변제금액 증액은 서민들에게 최소한의 주거안전망 역할을 할 것이고, 주택 바우처 제도는 주거 극빈층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주택임차인에게만 쏠려 있는 시선을 상가임차인들에게 돌린 것도 의미가 크다. 기실 대부분 영세자영업자인 상가임차인들은 가뜩이나 매출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게다가 지금의 상가 건물 임대차 보호 제도는 이들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있지 못하다. 만약 안철수 캠프의 발표대로 상가 건물 임대차 보호법을 개정해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의 보호대상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우선변제의 적용대상 및 변제금액을 늘리며, 계약갱신 시 임대료 증액 상한선을 지금보다 낮추고, 개건축 등을 원인으로 해 임대인이 임차인의 정당한 계약 갱신청구권을 거절하는 경우 임대인에게 임차인의 매몰비용 중 상당액을 보전토록 한다면 상가 임차인들의 고통이 지금보다는 한결 완화될 것이다.
소유자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의 전환
안철수표 주거복지 정책을 꼼꼼히 살펴보면 이명박 정부 주택정책의 근간을 구성했던 소유자 중심주의에서 사용자 및 임차인 중심으로 무게의 중심이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진정 바람직한 변화이며 헌법의 정신과도 부합하는 방향이다. 일단 안철수가 부동산 정책의 기조는 잘 잡은 것처럼 보인다. 부동산 세제와 도시 재생 등과 관련한 정책들은 어떠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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