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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 예상하던 사람들은 이제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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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북한 '핵실험' 예상하던 사람들은 이제 뭐라고 할까?

[한반도 브리핑] 3차 핵실험설의 역설

궁금하다. 북이 당장이라도 핵실험을 할 듯이 떠들던 사람들이 이제는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싶다. 북의 2009년 핵실험을 미리 알았다는 전문가는 아예 날짜까지 콕 집어서 4월 25일에 3차 핵실험을 기정사실화 했고, 많은 이들이 그 정도로 무모하지는 않더라고 3차 핵실험은 확실한 것으로 치부했다. 심지어 언론에서는 '대화-합의 위반-도발'이라는 '공식'까지 운위했고, 한국 정부도 이러한 3차 핵실험에 장단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이제 뭐라고 할까? 3차 핵실험을 기정사실화하거나, 심지어는 희망하며 속으로 "이번 기회에…"를 되뇌던 이들은 이제 무슨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세상의 억측에도 불구하고 조용하던 북은 외무성 대변인의 언론 답변이라는 형식으로 지난 22일 "핵시험과 같은 군사적 조치는 예견한 것이 없었다"는 공식적 입장을 밝혔다. 물론 "적대시정책이 계속되는 한 핵억제력은 순간도 멈춤없이 확대강화될 것"이며 "자위적 견지에서 대응조치들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기는 했다. 하지만 새롭게 확인해 준 사실은 핵실험을 "예견"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 북한 영변 핵실험 장소의 위성사진. ⓒAP=연합뉴스

북은 왜 아직까지도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우선 실질적인 필요가 없다. 핵실험은 핵무기를 만들어서 그 기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많은 '전문가'들은 잊은 듯이 발언한다. 북은 이미 두 차례 핵실험을 했고, 북은 이에 성공해서 핵억제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장이 사실이라면 3차 핵실험은 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그 실험 성공 주장이 거짓이라고 일각에서는 주장한다. 실험의 강도가 여타 실험에 비해 작았다는 근거를 댄다. 북이 대형 실험을 시도했는지, 소형 실험을 했는지를 간과한 어처구니 없는 주장이다. 따라서 보다 세련된 '소식통'은 북이 중국에 사전에 알려준 예상 강도보다 작았다는 근거를 대기도 한다. 북이 중국에 그런 민감한 정보를 전달했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설사 했더라도 북이 사실을 전한 것인지 세상에 공개되기를 의도한 '사실'을 흘린 것인지 의심도 하지 않는 모양이다. 종북파인가?

북의 성공 주장이 거짓이라면 3차 핵실험을 할 수 없다. 핵실험을 하는 순간 이전의 실험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입증해주는 것이니까.

북은 미국의 적대정책이 계속되는 한 핵억제력을 '확대강화'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핵실험을 하면 하는 만큼 억제력은 축소된다. 확보해 놓은 플루토늄 양은 고정되어 있고, 새로운 플루토늄 생산은 없는데 실험만 하면 있는 것 까먹는 것 아닌가. 많아야 핵탄두 8개 분량의 플루토늄인데, 자꾸 까먹으면 '확대'에 반대되는 바보짓일 것이다.

북이 그 정도의 바보는 아니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따라서 우라늄 폭탄 실험의 가능성을 얘기한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우라늄 폭탄은 실험이 필요 없다. 고농축 우라늄만 충분히 확보되면 이를 폭발시키는 것은 너무 쉽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반세기도 전인 1945년 우라늄 폭탄은 시험하지도 않고 히로시마(廣島)에 투하했다. 핵테러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우라늄 폭탄을 우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험이 필요없는데도 불구하고 만약 북이 우라늄 폭탄을 시험한다면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될 것이다. 현재 영변에서 가동 중인 우라늄 농축시설과 건설 중인 경수로의 존재근거를 스스로 파괴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이 시설이 핵발전용이라는 주장을 스스로 행동으로 부정하는 것이므로. '유훈'사업이라는 경수로 건설에 결정적 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는 이런 행동을 할 정도로 북의 사고체계가 유연하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그러면 억제력의 '강화'를 위해서 실험을 하지는 않을까? 이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핵폭발의 수율을 높일 장치와 물질을 개발·생산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북이 손 놓고 앉아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활동을 하고 있더라도 굳이 핵폭발 실험까지 갈 필요는 없다. '부품 시험'만으로도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으므로. 이러한 '강화' 작업을 하고 있다면 기존 '억제력'이 도전을 받는 시점에 핵실험을 한 번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비대칭적이기는 하지만 아직 한반도에서 '공포의 균형'이 깨졌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3차 핵실험을 할 정치적 이유가 있을까?

혹자는 '미사일 시험발사'가 실패했기 때문에 북이 명예를 만회하기 위해서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추론한다. 미사일 발사에 실패했으면 다시 미사일 발사해서 성공시켜야 실추된 명예가 회복되지, 관계없는 핵실험을 한다고 어떻게 명예가 회복되는가. 사법고시에 떨어졌는데 벽돌 격파 시범을 보인다고 체면이 살아날까? 북 내부적으로는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가 인공위성 발사에 실패했는데, 전략로케트사령부가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이행하면 우주공간기술위원회의 명예가 살아날까, 더 망신스러울까?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는 다시 인공위성 발사를 시도할 것이고, 이를 성공시켜 명예를 회복하려 할 것이다. 이미 그렇게 하겠노라고 공언한 바 있다.

혹자는 합의->위반->도발이라는 핵실험 '공식'을 운위한다. 2006년과 2009년에 두 번 그런 경로로 행동했으므로 이번에도 2.29합의 -> 미사일 시험 (위반) -> 핵실험 (도발)의 경로를 밟을 것이라는 것이다. 사회과학적으로 봤을 때 두 개의 데이터를 가지고 공식을 얘기하는 것은 무척이나 도발적이다. 더구나 북의 행위는 이 '공식'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맞는 경우보다 더 많으므로 이 '공식'은 데이터를 위반한 셈이다. 사회과학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주장인 것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공식이 핵심적인 인과관계를 제외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이 핵실험을 했을 때는 두 번 다 북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사활적인 이해가 위협을 받는다고 볼 만한 일들이 있었고, 이에 대한 대응이 핵실험을 통한 억제력 과시였다. 즉 2006년에는 9.19공동합의에 도달한 순간 미국측에서 BDA 금융제재라는 조치를 취해 이 합의를 뒤엎으며 북의 뒤통수를 치고 연이어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제재가 취해지자 대응에 나섰던 것이다. 2009년에는 북이 인공위성을 발사한 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2009년 4월 5일(현지시간) 발사를 규탄한다"는 의장성명을 발표하고 안보리결의 1718호에 따른 제재조치 이행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인공위성 발사가 역사상 최초로 유엔의 제재를 받자 강력하게 대응했던 것이다.

언뜻 보기에 2012년에는 북이 더 강력히 반발해야 할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의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전의 표현보다 강한 의장성명을 발표했고, 제재조치들도 매우 구체적이다.

그러나 이 의장성명은 2항에서 "이번 위성 발사"라고 인정함으로써 북의 주장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이 이전과는 뚜렷한 차이점이다. 또한 제재조치들이 구체적이라고는 해도, 기존 조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중요하다.

즉 이 같은 양면성을 보았을 때, 2012년의 의장성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북한 양자의 명분을 세워주는 타협의 성격이 짙다. 북과 유엔, 그리고 미국은 서로 취할 수밖에 없는 조치를 취하면서도, 상황이 통제불능으로 악화되는 것은 막는 상호관리의 태도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북은 이미 지난 3월 리용호 외무성 부상을 미국에서 열린 민간회의에 파견, "우리의 새 지도자는 이전 세대들과 달리 미국과의 다툼을 원치 않습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2.29합의에서는 미국이 북을 "더이상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북미관계 개선에 합의한 대가로 미국이 원하는 조치들을 무더기로 받아주기도 했다. 즉 "핵시험과 장거리미싸일발사, 녕변우라니움농축활동을 림시 중지하고 우라니움농축활동 림시중지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허용"했던 것이다. 미국이 취하기로 한 구체적인 조치는 인적교류와 영양지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대미관계개선을 위해서 북이 이전의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서도 많이 물러났음을 시사한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에 반발하여 2.29합의에 "더 이상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실지 행동은 자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미국 측에 "수주일전에 통지"까지 했다고 22일 공개했다.

인공위성 발사는 국내적 필요에 따라 강행할 수밖에 없었지만, 대외적으로는 관계개선을 원한다는 일관된 메시지가 읽힌다.

결론적으로 북은 3차 핵실험을 할 실질적인 이유도 없고, 정치적인 동기도 없는 것이다. 조만간 핵실험을 할 것이라던 예측은 이미 어긋났고, 적어도 당분간은 고개를 다시 들기 어려울 것이다.

우선 북과 중국 간에는 이미 공감대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영일 북 노동당 국제비서 및 국제부장의 4월 21~24일 방중하여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뿐만 아니라 다이빙궈(戴秉国) 국무위원 및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까지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합의가 있기 전에는 어려운 일이다.

미국도 대화로 복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린 데이비스 특사는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관리들과의 회담 이후 "북한이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신뢰감이 조성된다면 영양지원을 하고 싶다"며 대화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3차 핵실험' 논자들이 깔아준 멍석이다. 북이 조만간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강력히 떠들었던 만큼, 북이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신뢰감' 조성에 기여할 것이다. 이제 북은 '신뢰감 조성'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 "북이 핵실험만 하면 이번 기회에…"를 벼르던 논자들이 역설적으로 대화의 멍석을 깔아준 꼴이 되었다. 이제 이들은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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