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 류웨이민(劉爲民) 대변인은 13일 한국 해경 사망에 대해 "불행한 사건"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한국 해경이 숨진 것에 유감의 뜻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한국의 주관 부처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서로 밀접한 소통을 하고 있다"며 "중국은 한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하루빨리 이번 사건을 타당한 방식으로 해결해나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류 대변인은 고(故) 이청호 경장이 사망했던 12일에는 "관련 보도에 주의하고 있고 상황을 파악중"이라며 사과나 유감 표명보다는 중국 어민의 법적 권리 보장과 인도주의적 대우를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측의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요구가 이어지자 중국 정부도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꿨다. 12일 박석환 외교통상부 1차관이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한데 이어 13일에는 김경수 주중 한국대사관 경제공사와 조용천 정무공사가 각각 중국 농업부와 외교부를 찾아 중국 어민에 대한 계도 강화와 공식 유감 표명을 요청했다.
또 이번에 나포된 중국 어선 루원위호가 불법조업을 벌인 점은 사실이고, 선장 청다위(42) 씨가 고(故) 이 경장을 숨지게 한 정황이 어느 정도 드러나면서 '사실관계 파악'만을 고집할 수 없다는 점도 유감 표명의 배경으로 보인다.
고(故) 이 경장의 사망 사건을 수사중인 인천해양경찰서는 13일 이 경장이 찔린 흉기 등 증거품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안성식 인천해양경찰서 수사과장은 나포한 어선에서 작업용이나 과도용으로 쓰는 길이 25㎝의 흉기를 확보해 시신에 난 상처와 대조한 결과 청 선장이 범행에 사용한 흉기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 인천해양경찰서가 13일 오후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 해양경찰관 살해 사건 중간수사 브리핑에서 공개한 범행 당시 사용된 흉기 사진. ⓒ연합뉴스 |
경찰은 이 경장 사망 사건을 청 선장의 단독범행으로 결론내리고 살인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청 선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청 선장과 함께 압송된 중국 선원 8명에 대해서도 갈고리와 낫 등을 휘둘러 단속에 저항한 점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이날 중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경찰은 루원위호 단속 당시 근처에 있다가 함께 나포된 리하위호의 공무집행방해 여부 역시 수사할 계획이다.
정치권에서 중국 정부에 대해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외교 당국은 일단 유감 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13일 중국의 유감 표명이 있기 전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중국 측에 사과를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이번 사태 발생에 대해 중국 정부 측이 분명이 유감을 표명하리라고 생각한다"고만 말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중국 측에 강조한 것은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 '로우 키'(low-key. 조용한 외교)로 간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안 나오면 서해에서 파고가 더 거세질 것이고 우리 해경의 보호를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다보면 충돌이 격화될 것"이라며 "서해상에서의 남획을 방지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는 게 관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김황식 국무총리가 13일 오후 인천 인하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청호 경장의 빈소를 찾아 영정 앞에 훈장을 추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편, 이번 사건이 보도되면서 중국에서는 언론과 네티즌을 중심으로 한국 해경에 책임이 더 크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포털 사이트 '큐큐닷컴'이 13일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약 1만3000명의 참여 네티즌 중 80% 이상이 이번 사건의 주된 책임을 한국 해경에게 전가했다.
홍콩의 위성TV <봉황위시>는 이날 중국의 국제관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한국 해경이 좀 더 우호적으로 접근했다면 칼에 찔리는 사건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 관영 매체들은 대부분 사실관계만을 보도하며 논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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