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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세대보다 잘 살거라는 희망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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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세대보다 잘 살거라는 희망은 끝났다"

<FT> "임금 격차 크지 않던 선진국도 불균형 심화돼"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는 파멜라 고든(55)은 치과 병원에서 관리직으로 일하며 콜센터에 근무하는 남편과 함께 연간 5만2000달러를 번다. 미 통계청이 발표한 미국 가구의 연간 중위소득이 5만 달러니, 이 부부는 평균에 속하는 편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든 씨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중산층은 결재를 위해 월급날을 기다리지 않는 사람들"이라며 "중산층은 저축을 하지만 난 급여가 잘못 나오면 바로 문제가 생긴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경제가 가장 활황이던 2007년 10만3000달러짜리 집을 샀던 그는 현재 주택담보 대출금으로 한 달에 세금 포함 1100달러, 자동차담보 대출금으로 500달러를 갚느라 허덕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7일 고든 씨의 사례를 전하며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대다수의 소득이 제자리에 맴돌면서 자식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 질 거라는 전후 시대의 환상이 깨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1975년 이후 미국 중산층 남성의 소득은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 가치로 따졌을 때 거의 오르지 않았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의 한 지게차 기사의 지난해 연소득은 1만9068파운드로 1978년에 비해 5% 줄었다. 일본 가정의 평균 가처분 소득은 2000년대 중반까지 이르는 10년 동안 감소했고 독일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신문은 이러한 소득의 정체나 감소가 그동안 '신용경제 붐'(credit boom)에 의해 감춰져 왔지만 저이자 시대가 끝난 최근 3년간 전 세계 중산층들이 혼란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 재정 회복을 위해 공적 지출 삭감과 증세를 고려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원하던 게 아니라고 덧붙였다.

ⓒ로이터=뉴시스

노동 시장 양극화가 소득 불균형 초래해

이같은 중산층의 몰락은 과거 미국을 중심으로 제기된 문제였다. 1975년부터 미국 가정의 실질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와중에도 국내총생산(GDP)은 급격히 증가했다. 늘어난 1인당 국민총소득은 거의 최상위 부유층에게만 집중됐다. 1974년 세전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8%만을 차지했지만 2008년에는 18%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몇 년간 벌어진 소득 불균형이 미국만의 현상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은 회원국 중 17개 국가의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소득 불균형이 증가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OECD는 최신 보고서에서 "소득 불균형이 중상위층에 수렴돼 나타나는 조짐을 보인다"며 "덴마크, 독일, 스웨덴 등 전통적으로 낮은 수준의 불균형을 보이던 국가들도 이런 추세와 떨어져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OECD 국가들은 이에 대응해 근로 수당을 늘리고 저소득층에 대한 감세 정책을 취해왔지만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불평등은 특히 노동시장의 동향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앨런 매닝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최근 노동시장에 대해 "아주 멋진 직장과 형편없는 직장"으로 양극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1993년부터 2006년까지 중간 수준의 급여를 주는 일자리는 감소했고 고소득 및 저소득 일자리는 늘어났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적 특징과 정치 문화에 관계없이 선진국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이러한 소득 불균형과 노동시장의 변화를 설명하려는 노력이 일어나는 가운데 몇 가지 경향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고소득자의 경우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통신 분야의 혁명이 일어나면서 몇몇 '스타'들이 지역에서 전 세계로 판매 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금융 분야에서 돈을 불릴 수 있는 투기 방법들이 발견됐다.

뿐만 아니라 출판업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출판이 가능해졌고 회계사나 건축가 등도 멀리 떨어진 곳의 고객을 상대할 수 있게 됐다. 교수들도 강의실을 벗어나 전 세계의 청중을 대상으로 강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직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임금 상승을 이끌었다.

반대로 저소득 일자리는 기술이 크게 요구되지 않지만 자동화가 심화되면서 공장 노동자부터 은행 직원같은 직업까지 반복 숙련된 업무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신문은 이러한 위기에 처한 중산층들이 선거 결과를 좌우한다는 점 때문에 정치인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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