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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시범학교 점심시간…"밥이 너무 맛있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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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시범학교 점심시간…"밥이 너무 맛있어졌어요!"

"10점 만점에 8~9점"…학생ㆍ교사ㆍ학부모 모두 '대만족'

4일 서울 성북구 성북초등학교 점심시간. 6학년 3반 교실에서는 20명 남짓한 아이들이 급식을 받으러 길게 줄을 늘어섰다. 식당이 따로 없는 이 학교는 반별로 손수레에 밥과 반찬, 국을 실어와 교실에서 점심을 먹는다. 자율배식이지만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 같은 '닭강정'만 한 학생이 배식을 했다. 아이들의 배식이 끝나고 기자도 담임교사의 권유에 따라 급식을 받았다.

오늘 메뉴는 차조밥과 '고소한 콩나물국'(식단 명칭이다), 닭강정, 참나물된장무침, 김치, 골드키위, 그리고 급식우유였다. 오늘 식단에 들어간 26가지 재료 중 쌀, 육류, 고춧가루, 키위, 생강, 키위 등 12가지가 친환경 재료라고 한다. 아이들이 나물 반찬과 김치를 싫어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밥에 김치를 척척 얹어 먹는다. 먹을 만큼 받아서 잔반도 거의 남기지 않는다. 거의 맨 마지막으로 먹은 기자가 잔반통을 들여다보니 밥 한주먹 정도만 떠다녔다. 친환경 재료만큼 식사예절도 잘 배운 건강한 아이들이었다.

성북구 지난달 1일부터 무상급식…쌀, 육류, 농산물 친환경 재료

성북구는 지난달 1일부터 지역 내 24개 모든 공립초등학교의 6학년 학생 3945명을 대상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범 실시하고 있다. 올해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 겨울방학을 제외한 기간 점심이 대상이다. 또 1~5학년 학생들에게는 친환경 재료로 전환하는 만큼의 재료비를 지원해준다. 이 사업에 성북구가 들이는 예산은 초등학교 6학년 친환경 무상급식비 4억 9500만 원, 초등학교 전체 학년 친환경급식 차액 지원비 3억 2100만 원 등 총 8억 1600만 원이다.

▲ 성북초등학교 6학년 3반 아이들이 교실에서 배식을 받고 있다. ⓒ프레시안(이경희)

유상급식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바뀌면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이들이 먹는 음식의 질이다. 영양교사인 김다혜 씨는 "쌀과 육류, 농산물은 모두 친환경 재료를 쓰도록 지정돼 있다"고 말했다. 성북구는 쌀은 자매결연 도시 등 우수농산물 공급자(3~5개소)를 선정한 후 학교에서 자율 선택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농축산물은 서울시 산하 농수산물 공사에서 운영하는 '친환경 급식유통센터'를 활용하고 있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먹는 밥을 자랑하듯 외쳤다. "클로렐라 밥도 나와요", "볶음밥도 나오고, 카레밥도 나와요!" 다음날 식단 역시 현미밥에 해물수제비국, 순대야채볶음, 취나물무침 등이고 이 학교의 11월 한 달 식단에서는 현미밥, 강낭콩밥, 수수밥, 차수수밥 등 잡곡밥이 눈에 띈다. 쌀밥을 주는 날은 11월 중 단 하루다. 매일 나물반찬이 나오는 것도 차이다.

기자도 먼저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비운 학생 자리에 앉았다. 밥보단 뛰어노는 게 더 즐거운 아이들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운동장으로 곧장 뛰어나갔다. 아이들 틈에 껴 추억의 급식 판에 밥을 받아먹으니 옛날 기억이 새록새록 했다. 과거 위탁 급식을 받을 때에는 반찬이 주로 돈가스나 만두와 같은 튀김류, 간단히 데워 먹을 수 있는 레토르트 식품이 많았던 것에 비하면 식단이 좀 더 건강해 보였다.

무상급식 후 식단 10점 만점에 9점!

식사 후 최강원, 정한나, 장하연, 서인범 등 네 명의 학생들에게 "지금 급식을 10점 만점 중 몇 점을 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8점이요!", "9점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만족도가 높은 대답이었다. 무상급식 시행 이전과 이후 식단에 변화가 있었냐고 묻자 서인범 학생은 "대부분 비슷한데, 밥이 더 맛있어졌다"라고 대답했다. "예전에는 밥이 좀 더 꼬들꼬들했는데 이제는 밥이 더 차진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들은 '무상급식이 무엇인지 아느냐'는 질문에는 "선생님께서 설명해주셔서 안다", "공짜로 점심 먹는 것"이라고 했고 아이들은 모두 "좋다"면서 "부모님도 티는 내지 않으시지만 당연히 좋아하실 것"이라고 했다. 10점 만점 중 8~9점이란 점수를 준 아이들에게 아쉬운 점을 묻자 "양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한창 클 나이라 먹어도 허기가 지는 모양이다. 서인범 학생은 "밥만 나오기보다 다른 나라의 음식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고 최광원 학생은 장난스럽게 "달팽이 요리"를 외쳤다.

▲ 아이들은 무상급식 후 식단이 "10점 만점에 9점"이라고 외쳤다. ⓒ프레시안(이경희)

아이들은 무상급식 이전까지 급식비 지원을 받아온 친구들에 대해서는 모르는 눈치였지만 성북초등학교는 국고에서 지원을 받는 학생이 전체의 10% 정도에 달한다. 성북초교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지원하는 '좋은 학교 만들기 자원학교'에 선정되어 예산지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 때문인지 유상급식을 하던 때는 학생들 중에는 급식비 미납자가 적지 않았다.

"스쿨뱅킹이라고, 지정된 통장에 돈이 들어 있으면 급식비 등 필요한 금액이 자동이체 되는데 3만 원도 채 안 되는 급식비마저 들어 있지 않은 경우가 있어요. 그럼 행정실에서 가정에 일일이 전화를 해요. 그래도 안 되면 각 학급 담임 선생님들에게 미납자 명단을 넘기죠. 그럼 선생님들이 일일이 연락을 하는데 학부모님들에게 직접 말씀드리기가 미안한 부분이 있죠."(김춘영 교장)

실제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신승현 교사도 각 담임이 독촉할 상황이 오면 매번 난감했다. 요즘은 과거 육성회비를 걷을 때처럼 아이들에게 바로 '급식비가 미납됐다'고 알리지는 않지만 각 가정에 전화하기도 쉽지 않은 일임은 사실이다. 신 교사는 "우리 학교는 미납자가 많은데 그런 전화를 한다는 게 교육적으로도 좋지 않은 것 같다"며 "집안이 어려운 학생들은 차상위계층 급식 지원을 받으면 되지만 활동비 지원 등 다른 사업에 비해 급식비 지원 신청은 저조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차상위 계층이 급식비를 면제받으려면 △통합지원신청서 △주민등록등본 △건강보험증 사본 혹은 보험료 납부액 확인자료 등을 제출해야 한다. 기초생활수급권자나 한부모가정의 경우 통합지원 신청서를 내면 된다. 하지만 이런 자료를 내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신 교사는 "특히 고학년은 자존심이 강해서 급식비뿐만 아니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다른 혜택도 일부러 받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 성북구의 시범실시가 끝나면 아이들은 다시 유상급식으로 돌아가야 할 지 모른다. ⓒ프레시안(이경희)
무상급식 100% 찬성이지만, 예산 사용 아쉬움 남아

결국 학교 현장에서는 무상급식이 시작된 후 교사, 학생, 학부모의 부담을 모두 던 셈이 됐다. 이러한 장점을 생각하면 학교 현장에서는 무상급식 지원은 '100% 찬성'에 가깝지만 고민은 여전히 남아있다.

김춘영 교장은 "성북구는 지역 환경상 급식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이 많아 무상급식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숱한 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잘사는 아이들 무상급식 할 돈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좀 더 도와줄 수 있다'는 주장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무상급식이 이뤄지는 학교 현장을 본다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동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승현 교사는 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말했다. 그는 "무상급식에 찬성하지만 만약 강남구에서 시범사업을 했다면 '그 돈으로 우리 학교처럼 노후화된 학교에 시설 지원 등을 해주지'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북초등학교는 지은 지 63년 된 건물로 식당뿐 아니라 강당이나 체육관 등의 시설도 없다. 학교로서는 시설투자에 대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또 시범사업 과정에서 얻게 된 교훈도 적지 않다. 성북구는 학교별 급식비를 일괄 평균을 내어 급식비를 지급했다. 당연히 그간 학생들로부터 걷어온 급식비보다 많은 학교도 있고 적은 학교도 있다. 영양교사 김다혜 씨는 "우리 학교야 이익을 본 입장이지만 다른 학교 영양교사들은 불만이 있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애초에 1인당 급식비를 1800원 정도로 낮게 잡았던 성북초등학교는 무상급식 지원을 받으면서 예산이 늘어 아이들에게 더 좋은 반찬을 해줄 수 있었다. 지금 지원받는 급식비는 한 끼에 2000~2300원 선이다. 그러나 급식 예산이 줄어든 학교는 급식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역으로 학교마다 달랐던 급식 단가가 같아져 급식질의 학교별 차이가 줄어들 수도 있다.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할 때 예산 절감을 이유로 급식단가를 지나치게 줄이면 급식 질이 전체적으로 하락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채소도 잘 먹는 아이들. ⓒ프레시안(이경희)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서울시 교육청은 무상급식 대상 범위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선거 당시 '무상급식'을 정책으로 내세웠지만 예산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 셈. 만약 성북구의 시범 사업 이전까지 무상급식 여부가 결정되지 않으면 성북초등학교의 친환경 무상급식은 일단 중단될 상황인 셈이다.

영양교사 김다혜 씨는 "현재로서는 2월 이후 무상급식 지원이 종료된다는 사실이 가장 불안하다"고 했다. 6학년 3반 학생들은 내년 이후의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우리는 중학교에 가니까"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이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다시 무상급식을 받아볼 수 있을까. 아니면 초등학교 6학년 2학기의 짧은 추억으로만 남을까.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서울시교육청의 의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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