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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가 복지 탓?…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복지국가SOCIETY] "나라빚 문제, 과대포장은 위험"

반값등록금 논쟁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근본적으로는 살인적인 등록금 문제는 대학의 수를 늘려 경쟁을 강화하면 학비는 낮아지고 교육의 질은 상승할 것이라는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진입장벽을 낮추고 경쟁을 시키면 가격이 하락하지만, 한국의 교육 시장은 순위가 매겨진 시장이기 때문에 독점력이 있는 상위 대학일수록 가격을 올려도 학생들을 모으는 것이 어렵지 않다. 이 상위대학들은 규제가 완화된 시장에서 가격을 올려 더욱 많은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가지고 외형 확장에 나섬으로써 마치 재벌들이 성장하듯이 성장해 왔다.

그리고 상위 대학들의 이런 행태는 전국 모든 대학들에게 박탈감을 야기하며 따라 하기 경쟁을 불러 일으켰다. 교육 부문을 공공이 개입해야 할 복지의 영역이 아니라 시장논리가 작동해야 할 산업의 영역이라고 본 것이 현재 문제의 근원이다. 문제는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등록금 수준을 그대로 두고 등록금을 절반을 국가가 지불한다는 것은 등록금이 높은 대학일수록 국가의 재정지원을 많이 받는 불공평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등록금 자체를 낮출 수 있는 보다 근본적 방안도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

반값등록금에서 시작된 복지 논쟁은 향후 더욱 거세질 것이다. 총선과 대선이 치러질 내년에는 개별적인 복지 사안들을 넘어 '복지' 정책 전체에 대해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이 예상된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집권 이후 '선성장 후분배' 기조 하에서 한국 경제는 성장에서도, 분배에서도 그다지 높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가장 좋은 복지란 다름 아닌 일자리라는 신념하에 이명박 정부는 기업들에게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만들어주면 자연히 경제가 성장하고 고용이 늘 것이라고 믿었다. 따라서 정부는 환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주고 기업 관련 규제도 완화해 주었으며, 노동의 요구도 폭력적으로 제압해 주었다. 이러한 호조건으로 인해 국제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의 실적은 크게 악화되지 않았으며 최근 일본의 지진 이후 해외에서의 실적은 더욱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들의 실적은 좋아도 여전히 성장과 고용은 저조하고 양극화는 지속되고 있다. 결국 '선성장 후분배' 정책이 실패했으며, 보수 여당도 무엇인가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자연스럽게 보수 여당 내 복지확대 논쟁으로 나타났다. 한편, 시민사회와 진보정당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복지확대를 주장해왔고 민주당도 이미 복지확대를 당론으로 채택했으므로 향후 복지 관련 논의들은 더욱 치열하게 진행될 것이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가 서로 비교되어 논의되는 것만 보아도 복지에 대한 지식과 인식은 크게 개선된 것이 틀림없다.

▲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값 등록금 요구 촛불집회. ⓒ연합뉴스

개방국가의 정부부채 관리의 중요성

그러나 복지에 대한 온도차는 존재한다. 특히, 양대 정당은 '복지확대를 위해서는 감세를 되돌리거나 다른 지출을 아끼는 정도는 가능하지만 증세까지 해가며 그 수준을 대폭 올리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매우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증세를 내걸고 집권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정치적 부담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보편적 복지국가를 주장한다면 보편적 조세부담이 전제되어야 하기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국민 대부분의 세금 부담이 늘 것이다. 따라서 이를 피하기 위해 양대 정당은 현재보다 찔끔 올리는 수준에서 적당히 멈추려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복지를 현재보다 소폭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양극화와 저성장의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

국민들이 증세를 꺼린다면 그것은 늘어난 세금이 엄한 곳에 쓰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증세-복지 매칭을 통해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한편, 거시 경제적으로는 세금의 증가가 소비를 위축시킨다는 '감세주의자'들의 논리도 존재한다. 물론, 세금을 늘리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 이들의 소비를 줄이고 이 소비 감소가 거시 경제 전체적으로 위축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거두어들인 세금은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에게 돌아갈 것이므로 이들의 소비는 더욱 크게 늘어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 국제적으로 매우 낮은 편이므로 조세 증가가 거시 경제 전체적으로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만이 복지확대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은 아니다. 적극적 복지확대를 가로막는 잘못된 정보 중의 하나는 우리나라의 정부부채가 알려진 것보다 상당히 많은 수준이며, 이를 줄이는 것에 집중해야지 복지를 늘릴 여력은 없다는 주장이다. 최근의 남유럽 재정위기의 사례로부터 알 수 있듯이, 과다한 정부부채는 국가 경제 차원에서 큰 위협요인이 된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남유럽에서 '고복지'가 재정위기 자체를 초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유럽의 복지체제는 선진국들 중에서도 그 수준은 낮고 사각지대도 많으며, 비효율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남유럽 재정위기의 발생은 그보다는 '유럽통합 설계상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국제금융시장의 변덕'과 관련된다. 즉, 산업 강국 독일에 비해 다른 회원국들의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는데, 이러한 점을 무시하고 이자율정책, 환율정책, 재정정책이라는 전통적인 거시경제 수단을 모두 쓸 수 없게 만드는 경제통합을 도입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조절용으로 각국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그런데 마침 유로 도입 이후 유럽금융시장이 통합되면서 남유럽 국가들은 이전보다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끌어다 쓸 수 있었기 때문에 마치 외환위기 전 우리가 그러했듯이 남유럽 국가들도 해외로부터 자금을 끌어다 썼다. 그리고 '금융혁신'은 이들이 능력 이상으로 돈을 빌릴 수 있게 해 준 혁신적 수단이 되었다.

그러나 국제적 경기 상황이 악화되자 국제 금융회사들이 갑작스럽게 자금을 회수하게 되어 남유럽 국가들은 위기를 맞게 되었다. 따라서 남유럽의 사례에서의 교훈은 국제금융시장에 통합된 국가들의 경우 자본을 통제하거나 국채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제적 기준에 맞게 국가채무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원칙은 복지국가 세력도 받아들이는 원칙이다.

엄밀한 기준을 사용해도 양호한 정부부채 수준

그렇다면 복지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우리의 국가부채 관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일반정부의 부채는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할 경우 낮은 수준이다. OECD가 추정한 우리나라의 2009년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는 32.2%로서, 비교대상 28개국의 평균값 70.2% 및 중위값(median) 68.4%의 절반 미만에 해당했다. 이에 근거한다면, 정부부채 수준은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의 국가채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주장이 존재한다. 옥동석·하윤희(2009. 정부부채의 추정: 개념, 쟁점 및 향후 과제, <규제연구>, 제18권 제1호.)에 따르면, 현재의 국가채무는 국제기준(OECD)에 따라 작성되고 있지 않으며, 만일 국제기준을 지킨다면 두 가지 이유로 인해 정부부채가 현재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첫째, 현재의 통계는 준정부기관들을 포함하지 않고 작성되고 있다. 둘째, 대차대조표 상의 거의 모든 부채항목을 망라해야 하지만 국가채무는 차입금과 국채, 국고채무부담행위만을 포함하고 있다. 만일 준정부기관들도 모두 포함하고 대차대조표 상의 거의 모든 부채항목을 망라하는 경우 2007년 기준 정부부채는 GDP의 76.4%에 근접한다고 한다. 결국 이에 따르면 정부가 그동안 정부채무 수준을 과소 발표해 왔다는 주장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총부채수준만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특수한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서 재정건전성 문제를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A국과 B국 정부가 부채를 동일하게 GDP 대비 70%만큼 가지고 있다고 해도 A국 정부가 자산을 GDP 대비 30%, B국 정부가 140%를 가지고 있다면 실제로 B국 정부의 재정 상황은 매우 양호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유별나게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08년에 OECD 평균적으로 자산을 제외한 순부채는 42%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36% 정도로서 자산이 부채를 능가할 정도로 많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물론 이 정보도 정부가 제공한 것이기에 왜곡된 것일 수 있다.

따라서 일반정부에 포함되었어야 했는데 제외됨으로써 정부부채 통계를 왜곡시켰다는 준정부기관의 자산과 부채 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준정부기관들의 그 경우에도 자산이 부채보다 많으며 유동자산과 유동부채의 경우 유동자산이 몇 배 많은 것을 알 수 있다(옥동석, 2007). 준정부기관은 아니지만 공기업들의 경우도 자산과 부채 수준을 비교해보면 자산이 부채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자산이 부채보다 훨씬 많은 우리나라 재정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부채 수준만을 강조하는 것은 정부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만큼이나 실상을 왜곡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순금융부채로 정부부채를 파악하면 우리 정부의 재정건전성은 여전히 양호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저복지를 반영하는 정부부채 구조

한편, 왜 다른 나라의 비해서 우리나라가 정부 자산이 많은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우리 정부의 채무 중 금융성 채무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채를 발행할 때, 한편으로는 수입을 초과하는 지출에 충당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계나 기업에게 자금을 대출해 주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전자를 적자성 채무라고 부르고 후자를 금융성 채무라고 부르는데, 적자성 채무는 다시 회수할 수가 없지만 금융성 채무의 경우 자금지원을 대출 형식으로 받은 가계나 기업이 갚게 되면 회수 가능한 채무가 된다.

예를 들어 주택자금 지원을 위한 주택기금채권이 금융성 정부채무이다. 이 경우 주택채권을 발행하여 조달한 자금으로 융자해 주는 것이므로 이후 융자금을 회수하게 되면 주택채권을 자체 상환할 수 있게 된다. 아래 표와 같이 2009년까지만 해도 적자성 채무보다 금융성 채무의 비중이 더욱 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위의 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적자성 채무와 금융성 채무 모두 은행들과 수출 대기업들을 위한 정책 때문에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로 확인할 수 있다. 예들 들어 공적자금 국채전환 부분은 외환위기의 주범이었던 은행들을 살리기 위해 투입되었던 공적자금이 회수되지 못하고 정부 빚으로 남은 부분이다. 한편 금융성 채무 중에서 외환시장 안정용은 원화환율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 생겨난 빚이다. 물론 환율이 높게 유지되면 수출 대기업들만 유리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 이득은 대부분 수출 대기업들이 향유한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본다면 정부부채 중 절반 이상이 간접적으로 은행들과 수출 대기업들 때문에 발생했다고 말할 수 있다. 복지가 일부 포함되었을 일반회계 적자국채 부분과 시민주거 안정용 금융성 채무 부분은 2007년 노무현 정부까지는 그 비중이 계속 줄어들어 왔다. 이로 인해 노무현 정부도 은행들과 수출 대기업에게 우호적인 재정정책을 추진해 왔다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

2008년 이후 상황은 다소 변하였다. 시민주거 안정용 금융성 채무는 여전히 줄고 있지만, 일반회계 적자국채 부분의 비중은 늘고 있다. 그런데 잘 알다시피 이것은 현 정부의 복지확대 정책 때문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새롭게 도입된 복지 정책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부분이 늘어난 것은 경기부양을 위한 SOC사업, 신성장동력 산업과 감세정책 때문이다.

만일, 복지확대로 인한 적자성 채무 증가였다면 현재의 정부채무 수준이 그다지 위험스러운 수준이 아니기에 문제라고 할 수 없었을 것이다. 2008년 이후 몇 년 동안 국제금융위기로 저소득층의 생활이 심히 곤란을 겪었고, 그동안 이들이 재정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정부부채 증가' 그 자체가 아니라 '고소득층, 대기업을 위한 정책'으로 인해 정부부채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부채 논쟁에 신중한 대처 필요

이러한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정부부채가 과다하다는 주장 그 자체가 확산될 경우 복지확대 자체가 반대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부채 수준에 관한 우려는 원래 국가의 역할 확대에 반대하고자 했던 보수진영에 의해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예를 들어 2000년 3월 8일 한나라당은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전면광고를 통해 '200조 원이 넘는 나라 빚'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뒤이어 3월 13일에는 한나라당 이한구 선거대책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채무를 총선의 쟁점으로 본격 부각시켰다. 2001년 5월에는 공적자금 조성을 위한 정부보증 채무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관련 잠재채무 186조 원도 국가채무에 포함하면서 한나라당은 국가채무가 1,000조 원에 달한다며 당시의 정부 여당을 몰아붙였다.

국제적으로 정부보증채무나 잠재채무는 정부채무에 포함시키는 것이 아니므로 사실을 호도한 것이지만 당시 여당에게 상당한 타격이 된 것은 사실이다. 노무현 정부도 복지확대에 대해 동일한 공격을 받은 바 있다. 따라서 정부부채 수준의 심각성을 과장하는 논쟁에 휘말려 드는 것은 그다지 현명하지 않다. 국제적 기준에 맞게 국가채무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하면서 향후 벌어질 정부부채 논쟁에 신중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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