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열린 청문회에서 유성기업 사태에 대해 사측의 직장폐쇄는 정당한 처사였다고 밝혔다가 야당 의원들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MB 노동 아바타", "기획재정부 장관 같은 발상"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등 이 후보자의 '반노동 성향'이 재차 지적받았지만 그는 '친일자리 성향'이라는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이 후보자는 26일 오후 속개된 청문회에서 "유성기업 공권력 투입은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벗어난 시설점거에서 비롯됐다"며 "완성차 업계와 이에 딸린 수천 개의 하청업체 및 그들의 가족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유성기업에 국한해) 좁게 볼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성기업의 직장폐쇄는 노동조합의 파업 찬반투표 후 파업이 실제로 일어나고 난 뒤 벌어진 일이기에 적법하지만 대체근로자들을 막아서고 공장을 점거한 행위는 불법이었기 때문에 공권력 투입이 정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성기업 노조는 직장폐쇄가 벌어진 당일 2시간의 부분파업만 진행했고 야간조는 정상 출근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측의 공격적 직장폐쇄는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관할 지방노동위원회도 사측의 직장폐쇄의 위법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힌 와중에 장관 후보자가 '불법'이라고 선을 그은 것.
이 후보자의 이러한 발언은 곧바로 야당 의원들의 표적이 됐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직장폐쇄라고 하면 일반 국민들은 아무도 작업을 하지 않는 것처럼 여기지만 실제로는 대체인력을 사용해 공장을 돌리는 것이다. 그래서 법원도 공격적 직장폐쇄는 불법으로 규정한다"며 "사측에는 솜방방이 휘두르면서 노조만 불법이라고 막으니 사람들이 (이 후보자를) 반노동적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기업 사태가 단일 사업장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이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추가질의에서 "기재부 장관 같은 말"이라며 "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전체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신경쓰니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동부가 없어졌다고 하는 것 아니냐. 장시간 근로 철폐 같은 노동자의 요구를 국무회의에 가지고 가서 싸워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질타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도 "1980년대 임금 동결 정책이 시행되면서 회사 이익이 많이 나도 노동자 임금은 10%를 넘게 못 올리게 했던 적이 있는데 지금 후보자의 얘기가 딱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라며 "이 후보자의 머릿속에는 법과 질서만 있지 노사 자율은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 "쌍용차 무급자 대책 마련하겠다"
이날 청문회에는 쌍용자동차 무급 휴직자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문제도 거론됐다. 이 후보자는 쌍용자동차 문제에 대해 "지난 주에도 쌍용차 임원과 평택시 관계자, 노동지청장과 만나 전향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며 "사측이 무급 휴직자의 복귀가 가능한 시점, 적어도 생산량 기준을 밝혀서 예측이라도 가능하게 하고 법 개정을 해서라도 (회사 소속이라는) 무급 휴직자 신분에도 생계 대책을 마련하게끔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논란과 관련 이 후보자는 "사내하도급의 본질을 부정할 순 없지만 원천적으로 근로자의 부당한 처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에둘렀다. 이에 대해 정동영 의원은 "대법원까지 가서 불법이라고 결정된 사안인데 하도급 활용과 대법원의 권위를 같이 놓고 보는 건가"라고 지적했고 이 후보자는 "국민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라고 답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법정 최저임금 위반 사례가 많은데도 노동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지난 5년간 위반 횟수가 4만 건이 넘지만 처벌 건수는 고작 55건"이라며 "세계노동기구(ILO)의 세계임금보고서를 보면 최저임금 준수 여부는 근로감독관의 방문 횟수와 처벌 강도에 좌우되는 것으로 나온다"라고 말했다.
유성기업·쌍용차 등 노동 현안에 대해 침묵하던 한나라당은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서도 정반대의 해법을 주문하기도 했다. 손범규 의원은 "법대로 하면 아파트 경비원 월급이 200만 원에 달한다"며 "오해를 사지 않고 국민들에게 일자리 창출을 위해 현실적인 법 적용이 필요한 점을 설득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사실상 최저임금을 낮춰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밖에도 이 후보자에 대한 금품수수 의혹 등이 오전에 이어 도마에 올랐지만 이 후보는 "(인사청탁은) 원척적으로 불가능했던 상황이었다"라는 입장만 반복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추가질의가 이어지던 오후 6시경에는 신영수 의원을 제외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부분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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