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이 야권연대의 승리로 끝났다. 민심이 무섭다는 점이 다시 확인되었다. 국민은 현정부에 분명한 경고를 보낸 동시에 야권을 향해서 조금의 오만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도 보냈다.
이번 재보선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개혁세력의 승리 가능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다. 최근 선거에서 드러난 야권 지지는 특정 정당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정권교체라는 희망을 향한 것이다. 야권이 자신의 기득권에 집착한다면, 바둑 용어로 '쌈지뜨려고' 하면, 재보선에서 이기고 본선에 진 2002년 한나라당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 삼지뜨는 것이 아니라 대해로 나간다는 자세로 임할 때 계속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어떻든 이제 많은 사람들이 비관적으로 보았던 2012년 승리의 길이 열렸다. 연합정치와 국민의 성원이 만들어낸 성과다.
2012년 총선, 정권교체의 첫번째 관문
대해로 나가려면 무엇보다 압도적인 총선 승리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총선에서 패배한 정당이 불과 8개월 뒤의 대선에서 승리하고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고 기대하긴 어렵다. 총선 승리는 정권교체를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하는 강이다.
이명박정부 시기 수차례 치러진 지방선거와 재보선의 결과는 진보개혁세력이 총선에서 큰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역적으로 볼 때 야권은 수도권, 호남, 충청, 강원권에서 지지기반을 강화하고 경남에서도 만만치 않은 지지를 받고 있다. 중산층의 몰락, 민주적 감성에 어긋나는 통치행태에 대한 염증으로 야권의 계층적·세대적 지지기반도 넓어졌다.
우리 앞에는 남북관계, 복지, 기득권세력의 권력과 자원에 대한 독점 타파 등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 사실 상식 수준에서 해결되어야 할 것이 많지만 그저 그런 승리로는 수구보수의 저항을 극복하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분단체제가 만들어놓은 현실이다. 의회 내에서, 또 관료와 언론과의 지루한 싸움으로 자원을 소진하면서 개혁의 추진력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지난 민주정부 10년의 경험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한국사회의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다음 총선에서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그 힘으로 정권교체도 이루어야 한다.
야권 대통합의 계기를 어디서 찾을까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진보개혁세력은 이명박정부에 대한 반사이익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한국사회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주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연합정치를 진화시키는 것이다.
연합정치와 관련해 후보단일화, 소통합, 대통합 등의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현재의 파편적 정당구도로는 총선에서 전면적인 후보단일화가 거의 불가능하다. 다른 대안이 없다면 제한적 후보단일화를 위해서라도 노력해야겠지만, 이 경우 정당들 간의 '고차방정식'이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 결과는 야권 내부에서만 보면 소수당보다 다수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아도 연합정치의 진화라고 하기 어렵다.
적어도 노선과 뿌리가 유사한 정당들이 통합해 '방정식'의 난이도를 낮춰야 총선에서 연합정치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 경우도 전면적 후보단일화를 이루기는 쉽지 않겠지만 전략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협력을 통해 상생의 구도를 만들어낼 가능성은 높아진다. 소통합과 정당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원하는 대통합으로 나아갈 계기도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러할 때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것은 분명하다.
통합적 수권정당 건설에 도달하려면
그렇지만 대통합 논의에서 단일정당인가 아닌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단일정당이라는 표현이 통합대상 정당을 염두에 두고 사용되고 있으나 기본적인 정치적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비치고 불필요한 논란만 부르기 쉽다. 대통합은 단순히 정당의 수를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내년 정권교체를 실현하고 개혁을 책임있게 추진할 폭넓은 정치사회세력이 결집해 통합적 수권정당을 건설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장기적 비전에서는 차이가 있더라도 현재 우리 사회가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 그리고 각자의 장기적 비전을 실현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개혁작업에 대한 합의가 넓어진다면 소통합을 넘어 통합적 수권정당 건설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는 강요가 아니라 정치주체들이 그에 부합하는 내용과 형식을 만들어내는 과정 속에서만 실현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원하는 정치세력들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는 자기혁신으로 더 큰 연합의 길을 열어야 한다.
연합정치가 더 높은 수준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정책대안의 창출이 시급하다. 그동안의 연합정치에서 정책연합의 중요성이 늘 강조되었어도 구체적인 정책대안까지 제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국민은 연합정치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는 소수정당들이 당장 정책 면에서 변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내년은 상황이 다르다. 승리했을 때 어떤 변화가 있을지 보여주고 이에 대한 신뢰를 얻어야 압도적 승리가 가능하다. 즉 실현 가능하고 정교한 정책대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다음 세가지 영역에서 정책대안을 구체화시켜야 한다.
총선 승리 위해 시급히 준비할 것들
첫째,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정책대안이다. 복지담론과 관련된 논의는 무성하지만 당장은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기본조건 확보가 시급하다. 자칫하면 구상만 많고 실현수단은 얻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자감세 중단, 법인세 인하 저지, 4대강사업 같은 불필요하고 반환경적인 토건사업 중단 등 복지 강화를 위한 재원증대방안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 확보된 재원을 어디에 쓸지,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둘째, 정치개혁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정략적 필요에 따라 이런저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총선 같은 중요한 정치공간에서 정치발전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국민의 지지를 확인해야 개혁의 정당성과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중에서 정당명부투표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정책정당의 발전과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정치개혁 목표를 달성하는 데 관건이 될 것이다.
셋째, 포용정책과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 남북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불확실하고 긴장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군사적 충돌이 재발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에 큰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다. 진보개혁세력은 정세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과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작업을 일관되게 진행해야 한다. 여기서 신뢰를 얻지 못하면 분단체제의 제약하에서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의 길은 지난해질 것이다.
위와 같은 영역에서의 정책개발과 함께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방향으로의 정당개혁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연합정치 발전과 2012년 선거 승리를 통해 2013년을 남한과 한반도의 진정한 변화를 위한 원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큰 꿈을 갖자. 국민이 그 꿈을 실현시킬 힘을 모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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