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구조조정 이후 무급 휴직상태에 있거나 해고당한 노동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77일 파업' 이후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한 쌍용차 노동자들의 문제를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및 쌍용자동차지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등은 4일 쌍용자동차 노동자 193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율은 파업종료 직후보다 더 높아졌고, 심리상담이 필요할 정도의 우울증상을 보인 이도 80%에 이른다고 밝혔다.
파업 종료 직후 쌍용차 노동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률은 42.8%였지만 현재는 52.3%로 높아졌다. 보고서는 "유병률이 높다고 알려진, 성적 희롱과 폭력이 많은 서비스 노동자와 인명사고를 자주 경험하는 열차 기관사보다도 6~7배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우울증 설문 조사에서는 30%가 중등도 수준의 우울증상을, 50%는 고도의 증상을 보였다. 보고서는 "정신건강 수준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조합 상근자(23%), 해직자 공무원(28%), 미군사격장 주변 주민(26.5%)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우울증상 역시 파업 종료 직후의 54.9%에서 현재 80%로 심해지고 있는 추세다.
보고서는 이어 "최근 1년간 쌍용차 노동자 자살률은 10만 명당 151.2명으로 일반인구 자살률보다 3.74배 높다"며 "사망한 노동자들도 대부분 심근경색이 원인인데 이는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환"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년간 구조조정 후유증에 시달려 13명의 쌍용차 노동자 및 가족이 자살하거나 숨졌다.
이는 쌍용차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궁핍과 무관하지 않다. 응답자의 40.9%가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고 32.6%는 직업이 없었다. 정규직으로 이직한 응답자는 3.6%(7명)에 불과하다. 가구당 평균 부채는 4919만 원으로 구조조정 이후 평균 3060만 원이 늘었지만 평균 수입은 약 320만 원에서 82만 원으로 줄었다.
보고서는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쌍용자동차가 무급 휴직자들에 대한 복직 합의를 즉시 이행하고 지방자치단체도 긴급 생활자금을 지원에 가계를 보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노동자들의 가족들도 정신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며 정신적·심리적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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