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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끝났다" 30년 전 예언이 국가 전략으로, 트럼프 맞은 중국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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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끝났다" 30년 전 예언이 국가 전략으로, 트럼프 맞은 중국의 속내는?

[원동욱의 외교광장] 2026 미중 정상회담, '관리된 긴장'의 세계정치

2026년 5월 13일 저녁, 베이징 수도국제공항. 에어포스원의 트랩을 내려서는 트럼프를 중국 부주석 한정(韩正)이 영접했다. 300명의 어린이들이 미중 양국 국기를 흔들었고, 브라스 밴드가 연주를 시작했다. 9년 만의 방중이었다.

화려한 의전의 이면에서, 두 나라는 서로의 약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트럼프는 역대 최저 수준의 지지율과 중간선거 압박을 안고 왔다. 이란 전쟁은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고, 미국의 재정과 여론은 소진되어 가고 있다. 시진핑은 부동산 침체와 청년 실업, 기술 봉쇄라는 구조적 부담을 떠안은 채 그를 맞이했다. 두 지도자는 서로의 필요 때문에 마주 앉았다. 그것이 이번 회담의 본질이다.

1. 쇠퇴의 직관: 왕후닝의 예언과 중국의 세계관

이번 회담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류는, 중국이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의 근본적 변화다.

2025년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자들의 추적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공식 자료에서 '미국 쇠퇴' 관련 용어의 빈도가 2025년 한 해 동안 거의 두 배로 급증했다. 중국 관변 싱크탱크들이 공공연히 쓰는 "제국의 저녁 종소리"라는 표현은 이제 민족주의 인터넷 커뮤니티의 수사가 아니다. 중국 외교 전략의 심층 구조로 자리 잡은 '미국 쇠퇴론'의 공식 언어다.

이 세계관의 뿌리에는 한 사람이 있다. 왕후닝(王沪宁). 1988년부터 이듬해까지 미국을 여행한 당시 젊은 푸단대 교수는 귀국 후 『미국 VS 미국』을 썼다. 그는 노숙자와 약물 중독, 인종 폭력과 정치 마비로 얼룩진 미국을 기록하며 결론지었다. "서구의 개인주의와 민주주의는 아시아의 집단주의에 결국 패배한다." 30년이 지난 지금, 왕후닝은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서열 4위다. 시진핑의 최측근 이론가이자 '중국몽'의 설계자다. 30년 전 한 학자의 직관은 이제 중국의 국가 전략이 되었다.

이 세계관에서 도출되는 전략은 단순하다. 기다린다. 미국이 내부 모순으로, 군사적·재정적 과부하로 스스로 소진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시간을 번다. 지금 베이징이 선택한 것은 '싸움'이 아니라 '시간'이다. 전략적 인내, 롱 게임(Long Game).

이란 전쟁에서 중국이 공개적 강경 입장 표명을 피해온 것은 약함이 아니라 전략이다. 오랜 파트너 이란을 앞세워 미국과 정면충돌하는 대신, 중국은 "글로벌 질서의 안정적 중재자"로 자신을 포지셔닝하며 간접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막대한 군사 비용을 감당하지 않으면서도 외교적 공간을 넓히는, 비용 대비 효율이 탁월한 전략이다.

2. 베이징 테이블의 다섯 의제와 '젠슨 황의 알래스카'

이번 회담 테이블 위에는 다섯 개의 의제가 얽혀 있다. 무역과 공급망, 이란과 호르무즈, 대만, AI와 기술 냉전, 희토류. 그 무게와 밀도는 제각각 다르다.

이 회담의 성격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 장면은 개막 이전에 이미 연출되었다. 방중단의 '막판 합류'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애초 명단에 없었다. 언론이 그의 부재를 주목하자, 트럼프가 직접 전화를 걸었다. 황은 알래스카까지 날아가 에어포스원에 올라탔다. 베이징 착륙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의전 해프닝이 아니다. AI와 첨단 반도체가 더 이상 '협상 밖의 영역'이 아님을 선언한 사건이다.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이 핵기술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았던 것과 달리, 지금 미국은 AI를 협상의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젠슨 황의 알래스카 합류는 그 현실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그러나 합류가 곧 개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전략은 이미 두 층으로 분리되어 움직이고 있다. 하나는 트럼프가 원하는 단기적 '숫자'다. 중국의 대두 구매, LNG 계약, 보잉 항공기 발주 같은 중간선거용 성과다. 다른 하나는 미국 국가전략 차원의 '구조'다. 첨단 반도체와 AI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을 늦추고 기술 패권 우위를 유지하려는 장기 기획이다. 완전한 디커플링도, 완전한 개방도 아닌 '관리된 기술 냉전'이 현재 미국 전략의 실체다.

중동 문제는 이 구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미국 여론의 60% 이상이 이란 전쟁에 반대하고,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불안하다. 트럼프는 출발 전 "이란에 대해 긴 대화를 나눌 것"이라 했다가,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수위를 조절했다. 그 말의 앞뒤 사이에, 미국이 처한 전략적 궁지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대만은 이번 회담의 가장 위험한 의제다. 트럼프는 방중 전날 대만 무기 판매를 의제로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6개 보장'*에서의 이탈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시진핑에게 대만은 체제 정통성과 직결된 문제다. 미국에게 대만은 민주주의 가치의 상징이기 이전에, TSMC와 AI 칩, 첨단 파운드리 공급망이 집중된 전략적 초크포인트다. 대만의 장악은 AI 패권 지형 자체의 재편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양측 모두 여기서는 쉽게 물러서지도, 쉽게 밀어붙이지도 못한다.

3. 구조적 딜레마: '원하던 미국'과 '두려운 미국'

그러나 중국의 자신감 이면에는 깊은 불안이 공존한다.

미국 외교싱크탱크 CFR의 경제학자 조용유안 조 리우는 이 역설을 날카롭게 포착했다. 시진핑은 "항상 원하던 미국과, 가장 두려워하던 미국을 동시에 얻었다." 트럼프식 고립주의는 미국 주도의 동맹 체제를 약화시키고 중국의 외교 공간을 넓혀준다. 이것이 '원하던 미국'이다. 그러나 그가 휘두르는 극단적 보호주의와 공급망 재편은 중국의 수출 중심 경제 근간을 흔든다. 이것이 '두려운 미국'이다.

2025년 중국 경제는 예상을 웃도는 5%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수출의 외형적 성장이 내수 부진을 가린 수치다. 부동산 침체와 청년 실업, 지방 부채는 해소되지 않았다. 60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35년에는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중국 역시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

결국 미·중 양국은 서로의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승리'가 아닌 '현상 유지'를 선택하고 있다. CSIS의 스콧 케네디는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현실적인 결과를 "대체로 중국에 유리한 피상적인 휴전"이라 규정했다. 중국은 대두·에너지·항공기 대규모 구매로 트럼프에게 가시적 경제 성과를 선물하고, 미국은 고율 관세와 기술 압박의 강도를 일정 부분 조절하되 AI 패권 구조의 핵심은 건드리지 않는 방향으로 협상한다. 충돌 비용을 낮추고 경쟁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냉혹한 현실주의적 조정. 이것이 이번 회담의 본질이다.

2017년 트럼프의 첫 방중 당시 발표됐던 2,500억 달러 계약 중 상당수가 실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화려한 숫자는 구조적 변화와 다르다. 희토류 문제도, 반도체 통제도, 대만 해협의 긴장도, 이틀의 만찬으로 해소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4. 관전자를 넘어: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이 거대한 패권 조정의 과정에서 한국은 단순한 관전자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은 이미 한국 자동차 산업과 배터리 공급망을 흔들었다.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은 한국의 에너지 수입 구조에 직접적 충격을 준다. 대만 해협 긴장의 심화는 한반도 안보 구조와 연결된다. 두 강대국이 한국의 공급망과 에너지, 안보 환경을 결정하는 테이블에 앉아 있는 동안, 한국은 결과를 기다리는 위치에 서 있다.

유럽과 인도는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중 양측을 동시에 활용하며, 동남아 국가들은 다중 정렬(Multi-alignment)과 공급망 다변화로 움직인다. 심지어 미국조차 중국과 완전한 단절을 선택하지 않는다. 머스크와 팀 쿡은 베이징으로 향하고, 월가 자본은 중국 시장 개방을 원한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한국의 외교 언어는 여전히 냉전의 이분법 속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지금 필요한 것은 친미나 친중의 선택이 아니다. 미중 전략경쟁의 구조를 냉정하게 읽고, 그 안에서 기술 주권과 공급망 안정, 외교적 자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정교한 전략적 언어다.

▲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 로이터 =연합뉴스

*6개 보장(六项保证, Six Assurances)이란 1982년 미국 레이건 행정부가 대만에 비공식적으로 제시한 대만 안보 관련 약속으로,

1.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종료 시한을 정하지 않는다.

2.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팔 때 중국과 사전 협의하지 않는다.

3. 미국은 중국과 대만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하지 않는다.

4. 미국은 대만관계법을 개정하지 않는다.

5. 미국은 대만의 주권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

6. 미국은 대만이 중국과 협상하도록 압박하지 않는다.

즉,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대만을 일방적으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안전장치임.

중국은 이를 미국의 대만 개입 근거로 보고 강하게 반대하고, 대만은 미국 안보공약의 중요한 정치적 근거로 간주하고 있음.

원동욱

원동욱은 동아시아 국제정치와 중국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학자이자 공공 지식인으로, 현재 사단법인 외교광장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동아대학교 국제대학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교육과 연구를 병행해왔다. 한국교통연구원 책임연구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제23대 한국현대중국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중국 정치와 외교, 미중 전략경쟁, 동아시아 질서를 연구하며, 주요 매체 기고와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운영위원장 활동을 통해 공공 지식인으로서 사회참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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