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 협의회 등 교수3단체 소속 76개 대학 224명의 교수들은 31일 발표한 서신에서 "해고자들의 농성이 유례없는 강추위 속에서 28일째 지속되고 있지만 학교 측은 적극적인 대처를 미루고 있다"며 "교비적립금을 수천억 원씩 쌓아놓은 대학이 전형전형적인 사회적 약자들을 상대로 푼돈을 깎으려고 생존권 박탈까지 서슴지 않는 행태라고 대중들은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재학생들에게 상대가 약자면 더욱 안심하고 짓밟아 이익을 챙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홍익대가 지금 몸으로 가르치고 있는 꼴"이라며 "이런 정글의 논리를 가르치는 게 대학의 존재이유라는 데 우리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수3단체는 이어 "잘못을 지적받았을 때 솔직하게 인정하고 수정하는 건 지성의 한 징표이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며 "지금이라도 학교를 위해 희생해 온 노동자들이 고용불안과 부당한 처우에 고통 받으며 참담한 심정으로 명절을 맞지 많도록 힘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31일 전국교수노동조합 강남훈 부위원장, 박거용 학문정책위원장, 이해진 조직실장, 홍성학 교권실장이 서울 마포 홍익대학교 본관 농성장을 방문한 모습. ⓒ전국교수노동조합 |
아래는 서신 전문.
장영태 총장님. 1년 365일 어느 하루도 중요하지 않은 날이 없겠으나, 연말연시는 더욱 특별한 시간입니다. 주어진 삶이 유한하고 실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인간들이 지나간 일을 정리하고 새로운 계획과 희망을 꿈꾸기 위해 만든 매듭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신년 벽두에 홍익대에서 청소와 경비를 담당했던 170명의 노동자들은 새로운 희망은 고사하고 절망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 가정의 생계를 어렵사리 책임지고 있던 가장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되리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해고된 이유는 작년 12월 31일 계약 만료되는 홍익대와 청소・경비 용역업체 간의 재계약 협상이 불발됐기 때문입니다. 이미 알려진 대로 학교 측이 2010년과 동일한 용역단가에 계약 연장기간을 3개월만 할 것을 요구했으니, 제반비용 상승이라는 여건 하에서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이라도 지급하기 위해 용역단가 인상이 불가피했던 용역업체 입장에서는 계약을 연장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겁니다. 그렇다고 작년까지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에게 많은 임금이 지급된 것도 아닙니다. 2010년 최저임금인 시간당 4,110원에조차 못 미치는 수준에 한 달 식대라고 준 것이 물경 9,000원, 이렇게 하루 10~11시간 일하고도 한 달에 고작 75만원을 받아왔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해고된 노동자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적정인원에 훨씬 못 미치는 인력배치 등 부당한 처우에도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입니다. 사실 이런 처우는 노동착취라고 불러야 마땅합니다. 저간의 사정이 이러했는데도 홍익대 측은 다수가 여성・노인・비정규직인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권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박탈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널리(弘) 인간을 이롭게 한다(益)"는 건학이념과 교명이 무색한 조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해고자들의 농성이 유례없는 강추위 속에서 28일째 지속되고 있지만, 학교 측은 용역업체와의 계약파기를 핑계로 적극적인 대처를 미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홍익대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크나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용역업체와의 계약파기는 분명히 홍익대 측의 책임이 큽니다. 그동안 홍익대는 법정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선에서 용역계약을 해온 것도 모자라 더 낮은 수준으로 계약할 것을 강요하였습니다. 결국 학교가 무리한 요구조건을 내세워 용역업체가 계약을 포기하도록 한 셈입니다. 교비적립금을 수천억 원씩 쌓아놓은 대학이 전형적인 사회적 약자들을 상대로 푼돈을 깎으려고 생존권 박탈까지 서슴지 않는 행태라고 대중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둘째, 해고된 노동자들은 수년째 홍익대를 위해 일해 온 사람들입니다. 용역업체는 바뀌더라도 실제로 학교에서 근무하는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계속적으로 간접고용 승계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이들이 있어 학교가 관리되고 학사가 유지될 수 있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힘든 일을 묵묵히 이어온 사람들을 대뜸 해고한 것은 법을 떠나 인간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심지어 홍익대가 이 170명의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대신해 1월 5일부터 투입한 대체인력에게 해고한 기존 노동자들에 비해 몇 배의 인건비를 주고 있다니 예산절감을 위해 계약을 파기했다는 학교 측 주장은 그 누구도 설득할 수 없습니다. 홍익대의 이번 조치를 보면서 재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겠습니까? 상대가 약자이면 더욱 안심하고 짓밟아 이익을 챙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홍익대는 지금 몸으로 가르치고 있는 꼴입니다. 그것이 홍익의 정신이고 미래 인재가 갖추어야 할 덕목인지요? 이러한 정글의 논리를 가르치는 것이 대학의 존재이유인지 우리는 절대 동의할 수가 없는데 총장님은 어떠신지요. 장영태 총장님.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잘못을 지적받았을 때 솔직하게 그것을 인정하고 수정하는 것은 지성의 한 징표일 뿐이지 부끄러운 일은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대중 대다수가 바라는 대로 학교를 위해 희생해 온 노동자들이 고용불안과 부당한 처우에 고통 받지 않도록 법정 최저임금을 지키면서 계속 고용할 것을 부탁드립니다. 이들이 참담한 심정으로 명절을 맞지 않도록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2010년 1월 31일 홍익대 청소 · 경비 해고 노동자 복직을 바라는 전국 교수 일동 강남훈(한신대), 강내희(중앙대), 강문성(청주대), 강수돌(고려대), 강신성(한남대), 강신익(인제대), 강신준(동아대), 강영걸(대구대), 강운선(대구대), 강인선(성공회대), 강진숙(중앙대), 강진철(국제대), 고부응(중앙대), 고진한(대구대), 공미혜(신라대), 곽병휴(경성대), 곽상진(경상대), 곽차섭(부산대), 권영일(청주대) 권오진(대구대), 권인호(대진대), 김강호(창신대), 김경원(서원대), 김경일(한국학중앙연구원), 김교빈(호서대), 김규종(경북대), 김누리(중앙대), 김동우(세종대), 김동환(청주대), 김명연(상지대), 김무진(계명대), 김미숙(청주대), 김민수(서울대), 김병태(청주대), 김서중(성공회대), 김석준(부산대), 김성진(대구대) 김세균(서울대), 김승석(울산대), 김연각(서원대), 김연민(울산대), 김연찬(서원대), 김영(부산대), 김영(인하대), 김영구(방송통신대), 김영균(청주대), 김영기(경북대), 김영식(청주대), 김영주(경남대), 김용원(대구대), 김용찬(순천대), 김원식(한국외대), 김원열(한양사이버대), 김원재(인천전문대), 김익한(명지대) 김인숙(대구대), 김정민(청주대), 김조년(한남대), 김종덕(경남대), 김준(동국대), 김진해(경희대), 김진희(경희사이버대), 김철홍(인천대), 김태영(경희대), 김평호(단국대), 김한성(연세대), 김한종(한국교원대), 김현묵(경북과학대), 나인호(대구대), 남지대(서원대), 노경희(충북대), 노중기(한신대), 노진철(경북대) 류동민(충남대), 류제복(청주대), 문진영(서강대), 민경희(충북대), 박경태(성공회대), 박관석(목포대), 박광혁(강원관광대), 박노영(충남대), 박배균(서울대), 박상환(성균관대), 박서호(한남대), 박승희(성균관대), 박오복(순천대), 박태호(서울과학기술대), 반병률(한국외국어대), 백수인(조선대), 백종국(경상대) 서관모(충북대), 서문(청주대), 서원명(경상대), 서정근(창원대), 서정희(부산대), 서창원(충남대), 성열관(경희대), 송무(경상대), 신동하(동덕여대), 신병현(홍익대), 신희영(경주대), 심성보(건국대), 안병우(한신대), 안태성(前청강문화산업대), 안현효(대구대), 양해림(충남대), 양홍석(동국대), 오광호(충북대) 오동석(아주대), 오세호(청주대), 오제명(충북대), 오창호(한신대), 우희종(서울대), 유병제(대구대), 유세종(한신대), 유승원(가톨릭대), 유초하(충북대), 윤명숙(전북대), 윤수종(전남대), 윤영삼(부경대), 윤태웅(고려대), 이강서(전남대), 이경희(청주대), 이구표(인천대), 이규성(이화여대), 이규환(대구대) 이기영(동아대), 이기훈(충남대), 이도흠(한양대), 이동재(서남대), 이득재(대구카톨릭대), 이명호(경희대), 이명호(청주대), 이병렬(한중대), 이병훈(중앙대), 이상훈(경북과학대), 이성백(서울시립대), 이성철(창원대), 이세영(한신대), 이승렬(영남대), 이승하(중앙대), 이엽(청주대), 이영진(경북과학대) 이용진(경북과학대), 이윤미(홍익대), 이인재(한신대), 이전(경상대), 이정은(고려대), 이정호(방송통신대), 이종춘(경북과학대), 이진석(부산대), 이진한(고려대), 이찬수(강남대), 이채욱(서원대), 이해복(청주대), 임순광(경북대), 임승빈(청주대), 임시룡(경북과학대), 임춘성(목포대), 임현진(서울대), 장동표(부산대) 장상환(경상대), 장시광(경상대), 장시기(동국대), 장평우(청주대), 전승우(동국대), 전종일(가톨릭대), 전형수(대구대), 정경훈(아주대), 정성렬(목포과학대), 정성진(경상대), 정세은(충남대), 정영철(순천대) 정용욱(서울대), 정일용(조선대), 정준(고려대), 정진상(경상대), 정진영(안동대), 정창준(청주대), 정태석(전북대), 정학성(인하대), 정학수(숙명여대), 정해구(성공회대), 정해만(조선대), 정현모(경북과학대), 조관희(상명대), 조돈문(가톨릭대), 조상(청주대), 조승래(청주대), 조승현(방송통신대), 조철주(청주대) 조태영(한신대), 조홍준(울산대), 조효래(창원대), 조흥식(서울대), 주종혁(청주대), 진경환(한국전통문화학교), 진영종(성공회대), 채수환(홍익대), 채장수(경북대), 채희완(부산대), 최갑수(서울대), 최권행(서울대), 최무영(서울대), 최배근(건국대), 최병진(대구보건대), 최영진(중앙대), 최영찬(서울대), 최영태(전남대) 최유진(경남대), 하민철(청주대), 하선규(홍익대), 한규석(전남대), 한대균(청주대), 한상권(덕성여대), 한상진(울산대), 한석태(청주대), 한홍구(성공회대), 허영은(대구대), 홍성태(상지대), 홍순권(동아대), 홍승용(대구대), 홍재성(서울대), 황철민(세종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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