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정책금융공사는 현대그룹 컨소시엄에 참여한 동양종합금융증권의 풋백옵션(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 투자조건을 확인하기 위해 금융당국에 사실확인을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동양종금증권이 요구한 현대건설 인수금액이 실제 체결된 인수액(5조5100억 원)보다 낮았는지 △풋백옵션 조항을 입찰 이후에 정했는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주식을 담보로 동양종금 자금을 지원받았는지 여부 등을 조사요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건설 매각 주관사인 외환은행도 현대그룹을 압박하고 나섰다.
외환은행은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그룹에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과의 대출계약서를 7일까지 제출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며 "현대그룹이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법률 검토를 거쳐 주주협의회 의결을 통해 양해각서(MOU) 해지 등 제반 사항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효상 외환은행 여신관리본부장은 "외환은행은 주주협의회 주관기관으로서 공정, 투명한 절차에 따라 매각 작업을 진행했지만 많은 논란과 혼란이 발생해 입장을 밝히게 됐다"며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자금 증빙 자료 제출 요구에 불응하거나 자금조달에 불법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주주협의회의 80% 이상 의결을 거쳐 MOU를 해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외환은행이 단독으로 현대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던 종전의 입장에서 사실상 선회했음을 명확히한 것이다.
앞으로 채권단이 논란의 핵심으로 꼽힌 대출계약서를 제출받지 않을 경우, 현대건설을 현대그룹 대신 현대차그룹에 넘기겠다는 입장을 보인 셈이다.
그런데 외환은행의 이런 입장 변화는 현대차그룹의 압박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은 30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외환은행과 현대그룹 조사를 요청했다. 위법한 업무수행이 있었으리라는 이유다.
아예 범(汎) 현대가(家) 전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KCC,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건설 매각 불공정을 이유로 외환은행과 거래를 단절하겠다는 극단적 의지를 전했다. 약 1조 원 규모의 단기거래자금 계정을 다른 은행으로 옮기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외환은행이 채권단에서 단독으로 현대그룹과 MOU를 체결한 것도, 갑작스럽게 입장을 선회한 것 모두 저변에 치열한 물밑 거래가 오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현대그룹의 승리로 끝나는가 싶던 현대건설 인수전이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대역전할 가능성도 점쳐지는 분위기다. 사진은 올 3월 새로 세워진 현대그룹 연지동 사옥. ⓒ뉴시스 |
현대그룹은 "오늘 외환은행 기자간담회에서도 김효상 본부장이 동양종금 자금과 관련해선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밝혔고, 유재한 사장 자신도 지난달 24일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동양종금 풋백옵션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이제 와서 입장을 번복하는 건 자신이 내린 평가를 스스로 뒤집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그룹은 그러나 가장 논란이 되는 대출계약서 제출 여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그 부분(대출계약서)에 대해서는 회사의 입장이 없다"고만 말했다. 현대그룹은 채권단에 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결국 채권단의 요구에 응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이 정한 7일까지 현대그룹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 현대건설 인수자의 지위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채권단-현대그룹-현대차그룹 삼자간 법정 소송전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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