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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급등…정부 대책은 "빚 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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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급등…정부 대책은 "빚 늘려라"

부동산 전문가들 "공공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전셋값 급등 현상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사철까지 맞물리면서 서민가계 부담이 가중되는데도, 정부는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공급하는 전세물량을 늘리고, 임차인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 광진구 전셋값, 연초보다 7% 이상 올라

▲지난주 서울의 전셋값 변동 현황. 짙은색 지역일수록 상승률이 높다. ⓒ국민은행
20일 KB국민은행연구소가 조사한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을 보면 지난주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대비 0.2% 올랐다.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에서 안산 단원구(1.1%), 시흥(0.9%), 구리(0.9%) 등이 크게 올랐다. 서울에서는 강동구(0.6%), 영등포구(0.5%), 노원구(0.5%), 강서구(0.4%), 송파구(0.4%) 등에서 전셋값이 큰 폭으로 올라 상승세를 주도했다.

서울의 전세가격 변동률은 올 여름께 바닥을 치면서 본격 상승해, 광진구와 영등포구 등 인구가 밀집된 지역은 작년말대비 7.8%, 7.5%씩이나 급등한 상태다. 강남 3구 역시 각각 6.7%(송파구), 6.0%(강남구), 4.5%(서초구) 상승했다.

전세가 상승세는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사철을 맞은데다, 매매수요가 줄어들어 고급 전세주택이 전세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조사하는 '전세물량 부족정도' 지수는 8주 연속 증가세다. 공급 부족 지수는 지난 7월 첫째 주 이후 11주 연속 상승해 85.9에 달한 반면, 공급 충분 지수는 1.6까지 떨어졌다.

이는 전세수요에 비해 전세공급물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공급 부족 지수가 100이라면 응답자 전원이 '공급이 부족하다'고 답했음을 뜻한다.

주택매매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상황이라, 앞으로도 전세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주택가격이 장기적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리라는 공감대가 형성된데다, 가계의 구매능력도 크게 떨어져 수요자들이 주택 구입을 꺼리는 만큼 전세 수요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주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노원과 은평, 종로, 송파, 강서 등에서 하락세를 이어갔다. 국민은행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거래가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세도 "빚 내서 마련하라"는 정부…관련 법 손봐야

간단히 생각해보면 주택 매매 부진이 전세가 상승의 주요 원인인 만큼, 주택 매매를 살리면 전세난이 일정 정도 해소되리라는 도식이 가능한 부분이다. 부동산 업계가 강조하는 해법이다. 주요 언론에서 "전세난 지속 이유는 공급 부족 때문"이라는 기사가 나오는 이유다. '새 아파트 공급-주택 매매 활성화-전세난 해소'라는 공식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미 한계치에 다다른 가계대출 구조와 향후 집값 전망을 감안할 때, 이는 적절한 대응책이 되지 못한다. 무리한 새 주택 공급은 결국 건설업체 부실만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전세 관련 대책을 내놨으나, 전세 수요자에게 부담만 더 지우는 꼴이라는 비판이 많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8.29 대책에서 전세난을 주택매매시장처럼 대출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상당부분 빚에 의존하고 있다. 건설사 유동성 지원, DTI 완화, 전세지원이 모두 같은 맥락이다. '언 발에 오줌누기'라는 비판이 많다. 지난달 29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이른바 '8.29 대책'으로 명명된 부동산 대책을 정부 과천청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8.29 대책의 전세 관련 핵심 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국민주택기금에서 전세자금 대출한도를 확대해주는 동시에 상환부담을 완화하고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결국 가계가 돈을 꿔 전셋집을 마련하라는 얘기다. 이는 가계부실을 키울뿐 아니라 정책의 실질 혜택이 임대인에게만 집중되는 부작용을 낳는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8.29 부동산 대책,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전세물량과 전세 주택 질이 일정하게 정해진 상태에서 전세금 지원이 늘어나면 결국 전세금만 올라 그 이득이 100% 임대인에게만 돌아간다"며 "월세 세입자가 월세 부담을 줄이고 보증금을 높이려할 때 정부가 지원해주는 등의 대출지원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업계에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전세가격에 직접 제한을 줄 수 있는 대책에서 해법을 찾는다.

권정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변호사)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전체 재고 주택 중 4.7%에 불과한 공공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려 안정적인 전세주택 공급을 정부가 주도하고, 임대차기간 연장과 임대료 인상 상한 규정을 적시하는 방향으로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전세시장 안정을 도모하자는 얘기다.

홍 연구위원도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보금자리 주택 공급을 줄이고,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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