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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몰린 부동산 정책…MB 정부 '자승자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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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몰린 부동산 정책…MB 정부 '자승자박'

"주택 대책 발표 못한 게 '진퇴양난' 처지 보여줘"

정부의 이번 고심은 이미 예견됐다. 거시경제 변화 기류를 지나치게 거슬러올랐고, 이는 자승자박으로 이어졌다. 부동산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정부가 현실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대안이 마땅치 않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곧바로 부동산 세금감면책에 들어갔다. 미분양 아파트 해소와 부동산 거래 활성화가 주요 정책 목표였다.

연이은 규제완화

첫 번째 조치는 세제개편이었다. 지난 2008년 8월 31일 정부는 양도세 부과기준을 대폭 낮추고, 주택매매차익에 매기는 세금도 크게 감면하는 한편 종합부동산세의 힘을 빼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부자를 위한 세제개편'이라는 비판이 일었으나 정부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이듬해 발표한 세제개편안 역시 마찬가지 기조였다. 양도세 중과제도를 전면 폐지했고 강남3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을 투기지역에서 해제했다.

세금정책만 손 본 게 아니다. 민간택지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완화, 재건축 규제 완화, 적자재정을 바탕으로 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조치가 이어졌고, 기준금리는 내내 바닥을 쳤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기간 내내 부동산 규제 완화에 올인했다손 쳐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과거 참여 정부 당시 만든 부동산 투기 억제책은 사실상 강남3구 투기지역 지정을 제외하고 사망선고를 받았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주택거래활성화를 위한 긴급 관계장관 회의 후 언론브리핑을 갖고 있다. 이번 정부 회의에서 국토부는 DTI 규제 완화를 강력하게 주문했으나 타 부처의 반대가 강했다. ⓒ뉴시스

효과 없었다

경기 반등세와 맞물려 정부 정책이 효과를 보는 듯했다. 2008년 말을 기점으로 꺾여만 가던 강남 집값이 되살아났다. 그러나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작년 하반기 들면서 집값은 다시 하향세를 탔다.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 강남을 대신해 가파르게 떠오르던 강북 3구의 아파트 가격 역시 곧바로 하향 안정세를 이어갔다. 서울 강남권을 제외하고 정부 정책이 먹힌 곳은 거의 없었다. 일시적 소재에 따라 출렁임을 보인 정도가 전부다.

국토해양부의 실거래가 자료를 살펴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서울 강남 압구정동의 한양1 64㎡형의 가격변화 추이를 보면, 정부 정책이 큰 효과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경제위기가 터지자 아파트 거래가격은 내리 하강했다. 정부의 대규모 규제 완화와 빠른 속도로 이어진 경제성장률 회복세와 맞물려 일시 반등했으나 최근에는 다시 꺾여 2008년 3분기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비강남권 아파트 가격은 대체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정부 내에서도 "현재 아파트 가격은 연착륙하는 중"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가격 하락이 이어지자 최근 정부는 다시 규제완화를 고민하게 됐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포함해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진 이유다. 이는 국토해양부를 중심으로 정부 내에서도 큰 화두가 되는 듯했으나, 22일 부처간 의견조율이 실패해 다음달께가 돼야 윤곽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전국 주요 아파트 가격 추이. 강남권(왼쪽) 아파트의 가격 변화폭이 비교적 컸으나 최근 들어서는 큰 변화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프레시안

정부 쓸 카드 마땅찮아

정부가 두 차례에 걸친 회의에도 대책을 확정하지 못한 이유가 있다. 마땅히 꺼낼 카드가 없다. 이미 경기 하방기에 정부는 지나치게 많은 규제완화 카드를 소진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를 내지 못했다.

추락세가 가파른 게 강남권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다. 강남 아파트 가격을 떠받치기 위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과감한 대책을 내놓을 수는 없다. 이는 지방선거 패배 이후 친서민 기조를 강화하는데 악영향을 미친다.

지금 국내 거시경제가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최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끌어올렸다.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DTI 규제 완화는 곧 대출수요를 더 늘려 주택매입수요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대출이 늘어나면 당연히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져 한은의 정책기조와 충돌을 빚는다.

무엇보다 DTI 규제 완화가 효과를 내리라는 확신이 없다. 자칫 잘못하면 효과는 없이 경제에 부담만 더 키울 수 있다. 정부가 함부로 빼들 카드가 아니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DTI 규제가 풀린다손 쳐도 심리적 측면에서 효과를 내는 데 그칠 것"이라며 "이마저도 효과가 없었다는 점이 확인되면 오히려 더 가파른 속도로 주택가격이 하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 부소장은 "지금은 사상 최대의 부양기조가 유지되는 와중에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상태로, 대출이 안 돼서 주택가격이 가라앉는 게 아니다"라며 "정부가 주택대책을 예상된 시일에 발표하지 못한 것은 그만큼 정부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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