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완화 내용을 담아 금주 중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던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 발표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출수요자의 총부채상환비율(DTI)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두고 부처간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일단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들과 업계는 일제히 부동산 대책이 다음 달 중 나올 것으로 전망하는 눈치다. 결국 재보선으로 민심을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민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가 앞으로 부동산 정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 회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정 장관은 회의가 끝난 뒤 "DTI나 부동산 세제 문제를 광범위하게 논의했으나 효과에 대한 검토가 좀 더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면서 "시장 상황을 보다 면밀하게 검토한 뒤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재부와 국토부 간 의견 차이가 컸던 것으로 관측된다. DTI 규제 비율을 종전보다 5~10퍼센트 포인트 가량 끌어올려 시장 거래를 활성화시키자는 게 국토부 입장인 반면, 재정부를 비롯한 다른 금융ㆍ경제 주무부처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DTI 등 규제를 완화하면 시장 투기수요가 살아나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는 게 국토부 주장이라면, 기재부는 이 경우 가계부채가 늘어나 장기적으로 국내 경제에 더 해가 되리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만 "주택·토지 시장이 얼어붙어 있고 거래가 거의 끊겨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언제까지고 주택시장 하락을 수수방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가 문제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이냐'가 중요한데,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아직 규제 완화와 현행유지 중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둔 것인지가 불명확하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지난달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거래는 활성화시키고 가격은 안정시키라"고 주문했다. 이 두가지를 동시에 달성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조만간 이 둘 중 대통령이 어느 하나를 포기할 것이라는 신호가 확실히 나온 후에야 부동산 대책도 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DTI 비율을 종전 예상대로 끌어올린다면 서민 경제 활성화 대책은 다른 방식으로 동시에 내놓을 수도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윤곽은 재보선이 지나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부담이 줄어든 상태에서 민심의 기류를 재차 확인한 후 관련 대책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부동산시장 비수기인 7~8월을 지나 이사철이 도래하는 8~9월이 새 정책을 내놓기에 좋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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