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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향한 유럽의 웃음…언제까지 지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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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향한 유럽의 웃음…언제까지 지속될까?"

박명준의 '유럽에서의 사색'〈8> 친미로 선회하는 유럽?

사르코지의 엘리제 궁 입성을 두고 일부에서 편향된 해석과 과도한 전망이 무책임하게 나도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소위 보수 논객들은 복지병과 노동시장 경직에 대한 그의 비판에 열광하며, 이 기회에 좌파의 무능과 실패에 대한 공격에 혈안이다. 대외관계와 관련해서도 마치 프랑스와 유럽이 금세 '친미(親美)' 내지 '친부시(親Bush)' 경향이 될 것처럼 호들갑이다.
  
  그러한 논지의 이면에는 국제정치의 현상에 대한 해석방식을 통해 우회적으로 한국 내 정치상황에 자신들의 지향을 심으려는 '권력의지'가 느껴진다. "프랑스를 보라! 신자유주 경제개혁과 친미노선 외교가 대세 아닌가! 그들이 택한 그러한 대안은 보편의 것이자 우리의 것이 되어야 한다!" 뚝 잘라서 이 말을 하고 싶은 것일 게다.
  
  메르켈-사르코지의 친미 노선
  
  그 동안 영국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유럽 내의 친미 노선 외교가 독일 메르켈의 집권과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의 탄생으로 일정한 변화의 기류를 맞이할 것은 충분히 예견되는 바다. 문제는 과연 그 정도와 깊이가 어디까지 이를 것인가에 있다.
  
  얼마 전까지도 양국의 정상이었던 슈뢰더와 시라크는 모두 이라크 전쟁 불참을 선언하며 부시와의 불협화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 제3의 물결과 유럽의 좌경화 바람 속에서 정치적인 성공을 거둔 그들은 최근까지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통합유럽의 확대강화를 주도했다. 그 가운데 두 사람 모두 유럽 내에 짙게 배어 있는 반미 포퓰리즘에 편승한 외교 노선을 택했다.
  
  양국 정치의 권좌에 새로이 앉은 메르켈과 사르코지는 모두 기존의 정통 정치 엘리트 코스와는 다른 길을 걸어 온 정치가들이다. 그들의 출신이 비정통인만큼 그들의 성공 자체는 하나의 정치적 파격이다. 이는 분명 두 나라 정치사회에 무언가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 징후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공교롭게도 양국의 새로운 집권자들은 모두 전임자들과 거리를 두며, 당당히 "아메리카와의 관계 개선"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에게 '친미'는 전임자 및 자신들의 정적인 좌파와의 '정치적 구별짓기(political distinction)'의 효율적인 수단이자 계속적으로 자신들이 추구할 수 있는 '파격의 정치'의 핵심적인 내용일 것이다.
  
  이미 메르켈은 지난 달 말일 친미 외교 노선의 발걸음을 유럽연합의 이름으로 공고화하는 데 작은 성공을 거두었다. 현 유럽각료회의 의장으로 대외적으로 유럽연합을 대표하고 있는 그녀는 몸소 대서양을 건너가 부시와 '범대서양 경제협력협약'을 체결했다. 비록 알맹이가 차지 않은, 매우 초보적인 수준의 협약이었지만 그녀는 협약 체결 후에 "물 컵의 절반이 찼다"는 비유를 들며 부시의 사인을 받아낸 성과에 스스로 도취되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 선거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사르코지는 미국과의 '역사적 동맹'을 힘주어 강조했고, 2차 대전 이후 드골이 구축한 불란서의 자주적 외교기조에서 과감히 이탈할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미국 방문을 끝내 자제한 자신의 정적 루아얄과 달리 선거전의 초반이었던 작년 9월에 사르코지는 워싱턴으로 건너갔다. 그는 부시뿐 아니라 월가의 은행가들까지 만났다. 심지어 9ㆍ11 추모행사에도 몸소 참가해 미국의 소방관들을 격려하기까지 했다. 미국과의 거리 좁히기를 위한 정서적인 전략을 확실히 제시했다.
  
  유럽의 웃음, 계속 지속될까?
  
  그러나 쉽지 않게 권좌에까지 오른 두 사람이기에 자신들의 대미 파격외교가 어디에서부터 무리수로 간주되고, 어디까지가 현재 유럽의 맥락에서 용납 가능한 한계일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레토릭(수사)과 무관하게 말이다. 분명 독일과 프랑스의 보편정서상 친미노선의 과잉지속과, 행여 그것이 명분으로 삼고 있는 경제적 실리주의의 성과빈곤은 그들이 치켜든 '파격의 창살'을 곧바로 자신들의 정치적 운명을 향하도록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메르켈의 친미행보에 대해 이미 독일 내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뒤따르고 있다. 대연정의 파트너인 사민당(SPD)의 주요 정치가들은 그녀의 정당인 기민당(CDU)과의 거리두기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며, 메르켈의 친미 외교 노선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르켈이 띄우려는 '신 메이플라워 호'는 사실 언제 암초에 걸릴지 모르는 상태다.
  
  경제학자들도 메르켈의 범대서양 경제공동체 구상에 대해 곧장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그것은 이미 지난 1990년대 이후 스페인의 곤잘레스, 영국의 블레어, 그리고 룩셈부르크의 융커 등이 제시한 다양한 제목의 신대서양 시대 선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늙은 말 올라타기'로 폄하되었다. 게다가 공산품들의 경우 평균 약 4% 정도로 이미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메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 간의 관세를 더 줄이자는 식의 주장은 현실적인 매력이 그리 크지 못한 상황이다.
  
  사르코지 역시 선거가 끝나자마자 대중적인 압력에 봉착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그 스스로 자신의 친미노선의 경계를 이미 설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유럽과 미국의 관계증진에 가장 껄끄러운 요인인 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하여 그는 미국 정부가 자국의 재계를 설득해 그것을 수용토록 해야 한다는 전형적인 유럽식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과거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도 사르코지는 당시 권좌에 있던 시라크와 함께 '미국의 오류'를 지적하며 파병반대 의사를 밝혔던 인물이다.
  
  유럽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층이 두텁고, 유럽 경제는 그간 나름의 방식으로 세계화에 점진적으로 응전해 왔다. 무엇보다도 동아시아에 비해 유럽은 대미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상호성과 대칭성을 견지해 왔다. 유럽의 정치지도자들이 "지금 유럽은 '더 많은 미국식'을 필요로 한다"는 주장을 대중들에게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렇다면 미국은 그 대가로 유럽을 얼마나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 큰 관심을 지니고 있는, 줏대 있고 까다로운 유럽인들을 수긍시켜야 한다. 결국 미국이 유럽을 향해 함께 움직이지 않고서는 대서양 너머를 향하여 짓는 유럽의 웃음도 언제 금세 쓴웃음으로 바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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