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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지명은 제국주의적 공수 전환"

클레어 "미국의 중동패권 유지 전략은 계속될 것"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자 즉각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경질하겠다고 밝혔다. 후임자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CIA 국장을 지낸 비군부 출신 로버트 게이츠이다.
  
  국방장관 교체는 '일방주의적 군사주의'를 자행해 온 부시 행정부에서 이라크 정책 등 대외정책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다. 게이츠의 등장에 대해 민주당과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정책의 실패를 사실상 시인하고, 보다 현실적인 노선으로 선회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게이츠의 국방장관 지명으로 제국주의적인 미국의 본질이 바뀌는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의 진보성향 웹사이트 '톰디스패치닷컴'은 "게이츠의 등장은, 그동안 공세 위주의 대외정책에서 내부 정비에도 신경쓰는 '수비형 대외정책'으로 작전이 바뀌는 것에 불과하다"는 마이클 클레어 미국 햄프셔대 교수의 글을 게재해 주목된다.
  
  클레어는 미국의 진보성향 지식인으로 미국의 대외정책과 석유의 관계를 분석한 <피와 석유>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다음은 클레어가 쓴 '게이츠의 의미(The Meaning of Gates)-제국주의적 공격에서 제국주의적 수비로(From Imperial Offensive to Imprerial Defence)'의 주요 내용이다.
  
  부시 대통령이 럼즈펠드에서 게이츠로 국방장관을 교체하길 원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이라크에서 직면한 군사적 재앙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새로운 이라크 전략 구상을 위해서, 군부 내부의 불협화음을 차단하기 위해서 등으로 그 이유를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가면, 국방장관 교체는 미국의 글로벌 태세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제국주의적 공격에서 제국주의적 수비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미식 축구에 비유하자면, 지난 6년간 미국의 외교.군사 정책을 책임지는 고위 관료들은 공격에만 능했다. 그러나 모든 축구팀은 공을 상대팀에 내줄 때를 맞게 되고, 이 때는 수비 전문가들에게 상대팀이 터치다운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
  
  부시 대통령도 마침내 가드를 교체하기로 한 것이다. 게이츠가 떠안은 역사적 임무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게이츠와 그를 천거한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체니와 럼즈펠드보다 제국의 관리자로서 색채가 덜 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 역시 미국의 영속적인 글로벌 패권을 추구하는 데 충직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체니,럼즈펠드, 그리고 네오콘 인맥들과는 달리 미국이 지닌 힘의 현실적인 한계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이츠는 미국이 안고 있는 취약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다시 풋볼팀에 비유하자면, 적들에게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그들의 전략과 전술을 이해하고, 방어에 나서 약간의 영역을 내주더라도 상대방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럼즈펠드는 이러한 기술들을 터득한 적이 없다. 게이츠는 정보기관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 온 만큼 이미 그런 능력을 갖고 있다. 게이츠가 미국의 역사에서 중대한 이 시점에 선택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런 점 때문이다.
  
  게이츠와 그가 꾸릴 팀원들이 현재의 국제상황에서 미국의 전략을 어떤 방식으로 다시 재정립할지 예측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승리가 멀지 않았다는 생각은 포기될 것이며, 미국을 이라크의 늪에서 구출하는 동시에 중동지역에서의 패권은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찾는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이것이 지상과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후퇴는 이란과 시리아를 포함한 이라크의 이웃 국가들에 대해 묵인하는 전략을 수반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이란과 시리아는 이라크의 상황에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그들의 근본적인 이해관계를 해치는 미국의 계획들을 좌절시킬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국가들은 협상 대상이 될 것이다. 이는 또 다시 적어도 일정기간은 이란에 대한 공습 또는 시리아의 정권교체 등에 대한 얘기가 워싱턴에서 사라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장기적인 전략으로 볼 때, 새로운 제국주의 지도부가 맡게 될 가장 중대한 과제는 이라크에서 3년간 끊임없이 전투를 벌여 온 미 지상군을 재배치하는 작업이다.
  
  부시와 럼즈펠드가 2001년 이전부터 구상한 기동력 있는 군사배치라는 개념은 바그다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도시전투를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미군의 재건 작업은 앞으로 수년은 족히 걸릴 것이며, 미군의 전투 효율성을 회복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게이츠, 베이커, 그리고 그가 함께 일할 팀원들은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는 것이 미국의 정치적 사고를 계속 지배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또한 미국의 헤게모니에 대한 많은 시험들이 닥칠 것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 안팎에 있는 그 누구보다 그들은, 미국이 다시 공세적으로 나갈 수 있을 때가 있다고 해도 지금은 수비를 택해야 할 때라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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