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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마약과의 전쟁' 성공하고 있나

[현장에서 본 남미<2>] 마약의존 경제, 내전의 상처 등 걸림돌 많아

지난 9월28일 콜롬비아 고위외교관의 아들이 마약 소지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도쿄 경시청에 체포된 사람은 일본 주재 대사를 지낸 콜롬비아 고위급 외교관의 아들인 후안 에스테반 구티에레스(26)였다.

여기서 주목받은 점은 구티에레스의 체포가 그의 형 리카르도(31)를 살인혐의로 수사하기 위해 이들의 집을 급습하던 과정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리카르도는 도쿄의 한 공원 화장실에서 34세의 미국인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으며, 콜롬비아의 마약 조직 칼리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칼리는 메데인과 함께 콜롬비아의 대표적인 마약조직이다.

세계 최대 코카인 산지인 콜롬비아에서는 이처럼 마약문제가 정부와 범죄조직을 엄격히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만연해 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집권 후 연임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개정해 지난 5월 재집권에 성공한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 이전의 정권에서는 대통령 자신이 마약조직과 거래를 해 왔다는 의혹 끝에 퇴진한 경우까지 있을 정도다.

우리베 대통령 집권 후 콜롬비아 경제는 연간 경제성장률이 5%를 상회할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또다른 한 편으로는 마약조직과의 전쟁을 벌여 이들을 모두 외곽지역으로 쫓아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이기도 한 산토스 콜롬비아 부통령 역시 한국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치안 안정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강조했다.
▲ 콜롬비아 정부가 벌여 온 마약과의 전쟁 효과를 강조하는 산토스 콜롬비아 부통령. ⓒ 공동취재단

현재 전체 중남미에서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 수준으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급증하고, 1997년 이후 해외로 망명했던 200만 명의 기업인 등이 속속 귀국해 투자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도 5년전 1%대에서 5%대로 크게 높아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베 정부 역시 한계가 있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국내총생산(GDP)의 30%가 마약거래에서 이뤄지는 현실에서 콜롬비아 정부로서도 마약거래 자체를 완전히 뿌리 뽑는 정책을 펴는 데는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콜롬비아 경제성장률 5%에서 1%가 마약 수입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중남미 국가들을 차례로 강타한 외환위기가 이 나라를 비켜간 것도 막대한 마약 자금 덕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콜롬비아의 중류층은 코카인을 복용하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으며, 콜롬비아 법으로도 개인 복용은 3g까지 허용되는데, 거래만 불법이다. 현지인들도 '이상한 법체계'라고 할 정도다. 마약 복용이 합법화되어 있다 보니 코카인이 그다지 비싸지도 않다.

또한 이 나라 전체 수입품의 30% 정도가 밀수품일 만큼 지하경제도 비대해 있는 현실에서 콜롬비아 경제의 건전성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만난 콜롬비아 권위지 <엘띠엠뽀(El Tiempo)>의 주요 편집자들도 "우리베 대통령의 집권 2기 안에 마약 문제는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 편집자는 "우리베 대통령은 기존 정권과 달리 게릴라와 어설픈 협상을 하는 대신, 투쟁을 택해 일관된 노선을 고수했다"면서 "그 결과 좌파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와 민족해방군(ELN)에 대한 강력한 소탕작전을 벌여 이들을 산악지대로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부정부패 척결, 행정 비효율 개선, 우익 민병대 조직을 사회에 재통합하는 정책들이 여론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 8월부터 시작된 우리베 대통령의 집권 2기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엘 띠엠뽀>의 국제담당편집자 파란시스코 셀리스 알반은 "우리베 대통령은 집권 1기에 마약.테러조직과의 전쟁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으나, 흩어졌던 좌익 군소정당들이 강력한 우리베 정권에 맞서 연합해 이번 선거에서는 2등을 차지했다"고 달라진 정치지형을 지적했다.

산악지대로 쫒겨간 좌익게릴라 조직들도 수도 보고타를 제외한 지방과 국경지대로 퍼져 가면서 정부군에 맞서고 있다.

우익 민병대원들이 처벌을 받지 않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위헌논란이 가열되면서 좌절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으며, 민병대원 역시 이 프로그램에 인내심을 잃고 다시 무기를 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무장해제시킨 3만 명의 민병대원 중 20%는 중도에 포기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중남미 전문가는 "콜롬비아는 내전에 의한 깊은 갈등으로 미래가 없다"고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1940년대 3년 동안 보수와 진보의 이념 투쟁으로 인구 10%에 달하는 40만 명이 살해된 뼈아픈 역사에 이어 60년대부터는 좌파 반군과 정부군, 반군에 맞선 우익 민병대까지 내전의 소용돌이에 빠져든 나라가 콜롬비아라는 것이다.

그는 "한 나라가 50여 년간 이처럼 극심한 내전을 겪고 있으며, 지금도 사실상 수도 보고타 외에는 정부가 제대로 장악한 곳이 없는 분열의 나라에서 정치경제적으로 국가를 통합해 나갈 구심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마약 문제도 콜롬비아 코카인이 주로 소비되는 미국이 코카인을 합법화해 가격이 폭락하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여전하다. 실제로 부시 미국 행정부가 지난 5년간 매년 7억 달러씩 마약 퇴치를 위한 자금을 지원했으나 성과는 거의 없었다.

반군뿐 아니라 농민들 스스로도 다른 농작물에 비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마약 재배를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전문가들의 비관적인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베 대통령 통치 하의 콜롬비아는 그 어느 때보다 활력이 넘쳐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 회생의 기운이 향후 정권에서도 계속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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