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는 지난 12일 이슬람의 지하드(성전)를 '악'으로 모독한 중세 문헌을 인용한 발언으로 무슬림들의 분노를 일으킨 뒤 17일 직접 "깊은 유감"을 표명했으나, 무슬림 국가 곳곳에서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는 항의 시위 물결이 더욱 번져가고 있다.
특히 18일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를 거느린 수니파 아랍 극단주의 조직 '무자헤딘 슈라 평의회'는 한 웹사이트에 게재한 성명을 통해 "교황과 서방세계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체첸 등지의 패배에서 볼 수 있듯이 운명지어졌다"면서 "우리는 십자가를 부숴버리고, 술을 쏟아버리고, 인두세를 부과할 것인즉 (이슬람으로) 개종을 하든지 칼(에 의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을 뿐"이라고 경고했다.
이슬람은 무슬림에 의해 정복된 곳에서 음주를 금지하고, 이슬람으로 개종하지 않고 살아가려면 인두세를 내도록 하고 있다. 알 카에다와 연계된 또다른 무장세력 안사르 알-순나도 이날 웹사이트에 발표된 별도 성명을 통해 교황을 '악마의 개'라고 맹비난하며 "로마의 성벽을 파괴하는 날이 가까이 왔다"며 보복테러를 경고했다.
이라크 남부에서는 검은 깃발을 앞세운 시위대들이 교황의 형상을 불태우는 장면들이 목격되었으며, 무슬림이 많이 사는 인도 카슈미르에서는 3일째 폐타이어 등을 불태우며 주민들이 "교황을 타도하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같은 격렬한 항의 시위들이 남아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무슬림 국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슬람권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종교전쟁'으로 비화할 것을 우려해, 교황의 유감 성명을 수용할 만한 것으로 받아들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AP> 통신은 "교황은 그가 한 말을 철회하거나, 민감하게 받아들여진 단어들을 사용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지 않았다"면서 "이슬람 세계에서 교황의 유감 성명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특히 이집트의 종교부 장관 마무드 함디 자크주크는 18일 일간 <알-아흐람>에 기고한 칼럼에서 "교황이 사용한 단어들은 무슬림의 마음에 오랫 동안 치유되지 않을 깊은 상처를 입혔다"면서 "무슬림들에게 확실한 사과를 할 때만이 그 상처가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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