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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은퇴 선언'의 이면…MS는 부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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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은퇴 선언'의 이면…MS는 부활할까?

신약 개발에 역점 둔 재단 운영방식에도 의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지난 15일 2년 후에 일상적인 경영에서 손을 떼고 사회사업에 전념하겠다는 선언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나,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업계 공룡'으로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MS, 초고속 인터넷 시대 도래로 위기"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는 18일자 기사에서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으나, 마이크로소프트는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위기 증후군'과 관련해 "성장은 정체되고, 인터넷 부문 사업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으며, 새로운 PC운영체제인 비스타의 개발은 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같은 위기가 초래된 근본적인 요인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조직이 '명령과 통제형'이어서 소프트웨어가 탑-다운식으로 개발되던 구시대의 문화에서 탈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초고속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도 완전히 바뀌었는데, 특히 초고속 인터넷과 검색-광고 엔진의 발달로 소규모 회사들이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를 전세계에 알리는 것이 용이해졌다는 것이다.

검색 엔진 회사인 구글은 새로운 시대의 혜택을 받으며 눈부신 성장을 한 대표적인 사례이며, 이같은 성공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모질라의 파이어폭스는 2년만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지배하고 있던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의 '스카이프'도 비슷한 기간 내에 5000만 명의 사용자를 끌어모으며 세계 제1의 인터넷 전화 사업자로 떠올라 지난해 이베이에 26억 달러에 인수됐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사진을 공유하는 서비스로 각광받은 '플리커'가 야후에 인수된 것은 서비스를 선보인 지 1년여만이었다.

지난해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이 5억8000만 달러에 '마이스페이스'를 인수했는데, 이 회사는 커뮤니티 서비스로 3년만에 8000만 명의 사용자가 끌어들이며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찾는 사이트가 되었다.

윈도 비스타 출시가 늦어진 이유

이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동안 마이크로소프는 윈도의 차세대 버전인 '윈도 비스타'를 완성하는 데에 몰두했다. 하지만 개발이 늦어져 예정보다 2년 늦은 2007년에나 출시될 전망이다.

비스타의 개발이 늦어진 것은 과거 마이크로소프트가 거두었던 성공들이 이제는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방해가 되는 현상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윈도를 운영체제로 쓰고 있는 각종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들과의 호환성을 보장하려니 개발비용과 시간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반면 구글 등 신생 인터넷 기반 서비스 업체들은 처음에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제품을 내놓더라도 쉽게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선데이 타임스>는 빌 게이츠 후임으로 최고소프트웨어설계자(CSA)로 지명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기술책임자(CTO) 레이 오지가 지난해 10월 작성한 메모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문제점을 자각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면서 그 내용을 소개했다.

오지는 이 메모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 스카이프, 플리커 등이 개발한 서비스가 사업성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사업화시키는 대응이 너무 느렸다"고 시인했다.

오지는 빌 게이츠가 '세계 3대 개발자 중 한 명'이라고 극찬하며 영입한 천재 프로그래머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실세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선데이 타임스>는 "오지가 마이크로소프트의 CSA로 지명된 것은 이 회사의 앞날에 매우 중대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00년 빌 게이츠로부터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물려받은 스티브 발머는 취임 이후 상당한 경영실적을 보였으나 최근 윈도와 오피스 프로그램의 매출 성장률은 10% 아래로 떨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도 지난 몇 년간 횡보세를 보이다가 최근 크게 하락했다. 지난 99년 말 주당 60달러에 육박했던 주가가 최근에는 20달러 선도 위협받고 있다. 발머의 투자 확대 계획과 급성장세를 보이는 인터넷 광고 시장에서 MSN가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이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아냈기 때문이다.

<선데이 타임스>는 지난 5년간 윈도 개발자로 일해 온 필립 수가 마이크로소프트 블로그를 통해 지적한 글을 "마이크로소프트가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며 소개했다.

그의 글에 따르면 우선 마이크로소프트의 오늘날을 있게 한 PC운영체제 '윈도'가 너무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5000만 개 달하는 코드와 50단계에 이르는 상호의존체계를 지닌 윈도를 제대로 이해하는 개발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느리고 복잡해진 의사 결정체계도 큰 문제다. 2000명에 달하는 개발자와 빌 게이츠의 결정에 이르기까지 11단계를 거쳐야 하는 관리시스템 때문이다.

나아가 필립 수는 "가장 나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윈도의 문제를 지적한다는 것은 매우 공포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지 <포천>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문제를 분석한 레이 오지가 15명의 최고위 경영진 앞에서 발표하는 자리에 빌 게이츠가 참석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빌 게이츠의 존재에 위압감을 느껴 회의적인 의견을 자유롭게 내놓지 못할 것을 우려한 발머가 빌 게이츠에게 참석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필립 수는 "빌 게이츠의 리더십에 매달려 온 중역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중단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측은 빌 게이츠가 은퇴한다고 해도 본질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선데이 타임스>는 "6만 명에 달하는 직원들과 함께 비스타 개발에 따른 문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조직 문화가 경직돼 있으며, 초고속인터넷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FT "빌 게이츠 재단, 세계적 건강 문제도 독점하려는가"

한편, 부인 멜린다와 함께 운영하는 재단에 30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기부하면서 빌 게이츠는 자선사업가로서도 과거 록펠러와 같은 반열에 올랐지만, 재단의 순수성에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2년 전 제3세계 빈민 구호와 질병 퇴치를 위해 설립된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현재 직원만 250명에 달하며, 그동안 미국에 1500개의 학교를 설립하는 등 중등교육 개선 프로그램에 1조2000억 원을 지원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태동한 미 북서부 지역의 빈곤.장애인 계층에 대한 지원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빌 게이츠는 최근 세계적인 제약업체인 글락소 스미스 클라인의 R&D 책임자를 재단에 영입하면서 재단의 사업 우선순위를 바꾸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재단은 사업의 역점을 점차 신약과 에이즈 등에 대한 백신 개발로 옮겨가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12일 "신약과 백신 개발로 사업 방향을 수정하면서 '현재의 생명을 구제한다'는 재단의 당초 목표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약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정치적이나 병리학적 혹은 관리적인 문제 등으로 신약을 가장 필요로 하는 가난한 국가로 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점 때문에 재단의 신약과 백신 개발 사업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FT는 "신약과 백신 개발은 추후 임상 실험에서 빌 게이츠가 내놓을 수 있는 돈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든다"면서 "재단측이 세계적인 건강 문제도 독점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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