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해 초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겠다며 야심차게 발표한 '국민 경제교과서'인 〈알기쉬운 경제이야기-고등학생 편〉(알경 펴냄)의 내용 대부분이 2001년 삼성경제연구소가 펴낸 〈포인트 경제학〉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5일 한국은행은 부랴부랴 전국 서점에서 문제가 된 책의 판매를 중단시키는 동시에 전량 회수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이날 한국은행은 "〈알기 쉬운 경제이야기-고등학생 편〉의 내용 중 60~70%가 삼성경제연구소의 〈포인트 경제학〉과 똑같은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밝혔다. 이 책은 총 6부로 구성돼 있는데 1~4부 본문과 예시문의 70% 이상이 〈포인트 경제학〉의 내용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5~6부 본문 중 20~30%도 베낀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책임 떠넘기기 "저자가 우리 몰래 한 것"**
한국은행은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은 책의 저자인 김준원 전 서강대 교수가 한은도 모르게 자신의 저작인 〈포인트 경제학〉의 내용을 그대로 베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제가 된 책에는 김준원 씨의 이름이 빠져 있다. 2005년 초에 한은이 이 책을 발간하기 직전에 김준원 씨가 입시비리로 서강대에서 교수직을 파면당하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저자의 이름을 책에서 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한은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김준원 씨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한은은 2500만 원 상당의 원고료 반환 및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외부 필자의 원고를 제대로 감수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입시부정'으로 파면당한 교수로 하여금 '고등학생용 경제교과서'를 집필하게 해놓고도 그런 사실을 숨긴 데 대한 윤리적 비난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알기쉬운 경제 이야기〉는 한국은행이 8억65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내놓은 이른바 '국민 경제교과서'로 초등학생 편, 중학생 편, 고등학생 편, 일반인 편 총 4권으로 구성돼 있다. 한은은 이미 각급학교와 도서관에 12만 부를 무료로 배포했다. 또 시중 서점에서도 이미 2만4000부가 팔려나갔다.
이 책은 지난해 하반기에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청소년 권장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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