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씨를 비롯한 논문조작 관련자들에 대한 서울대 징계위원회의 징계가 '솜방망이'라는 비판이 과학계에서 강력히 제기됨에 따라 정운찬 서울대 총장의 결정이 주목된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 "학문적 사기사건 재발 않도록 징계수위 높여야"**
한국과학기술인연합(scieng.net)은 23일 성명을 내어 "서울대가 논문조작 가담자에 대한 징계안을 발표했으나 황우석 씨를 제외한 다른 교수들에 대한 징계수위가 너무 낮다"며 "서울대는 동료 학자, 학문 후속세대, 전 세계 과학자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망각하지 말고 다시는 학문적 사기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냉정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번 논문조작 사건은 전 국민적 관심을 넘어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었다"며 "더구나 관련 연구활동과 조작행위에 구체적으로 참여한 것이 명백히 밝혀진 이들이 심지어 논문조작을 은폐하기 위한 각종 언론 플레이에 적극 나선 것을 고려하면 소장학자라는 이유로 이들에게 관대함을 베푼 서울대 징계위원회 측의 결정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번 징계안대로라면 향후 황 씨가 연구활동에 개입하는 것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의 연구실이 사실상 유지되는 것"이라며 "이는 황 씨를 파면한 징계위원회의 결정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BRIC 과학자들 "논문에 거명된 전원 중징계해야"**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도 22일부터 만 하루 동안 회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대다수가 서울대의 징계수위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설문조사 응답자 489명 가운데 79%인 385명은 '서울대의 징계수위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부정행위를 엄벌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하다'(49%), '부정 행위에 대한 징계수위의 형평성이 맞지 않다'(26%) 등이 꼽혔다.
이들 응답자 중 다수는 논문에 거명된 전원에 대해 강력한 중징계를 내릴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응답자의 41%인 156명은 '논문에 거명된 전원에 대해 강력한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답했고, '전원 파면 조치'나 '관련 당사자 전원을 대학이나 과학계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이들도 각각 26%(100명), 48명(12%)나 됐다.
***정운찬 총장 재의 '고심'…황우석 씨 등 징계받은 교수들이 재의 요구할 수도 있어**
이런 과학계의 반발에 대해서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재의를 요구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대 총장은 징계위원회 결정 후 15일 이내에 징계처분을 하거나 교육인적자원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서울대가 자체 결정을 번복하고 교육부로 최종 결정을 떠넘기는 것이어서 정 총장으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반면에 황우석 씨를 비롯해 징계를 받은 이들 역시 교육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재의를 요구해 징계를 한 단계 경감받는 시도를 할 수 있어 징계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도 높다.
소장과학계는 2004년 조작논문의 교신저자로 참여했던 문신용 교수(의대), 논문조작에 구체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확인된 강성근 교수(수의대), 논문조작을 은폐하고자 '언론 플레이'에 나섰던 이병천 교수(수의대), 안규리 교수(의대) 등에 대해서는 파면, 해임 등 중징계가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일부 과학자들은 〈사이언스〉, 〈네이처〉, 〈셀〉 등 세계 굴지의 과학 관련 잡지 편집인에게 이번 서울대 징계위원회의 '솜방망이' 징계를 성토하는 메일을 보내고 있어, 이 문제가 국제 과학계의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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