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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샵 수익이 로레알 동물실험에 쓰이다니…"

로레알, 바디샵 인수 발표…환경단체들 "불매운동 펴겠다"

세계 최대의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이 영국의 친환경 화장품 소매업체인 바디샵을 인수합병(M&A)했다고 19일 발표했다.

천연원료 사용, 용기 재활용, 동물실험 반대 등을 내세우며 '윤리경영'을 실천해 온 바디샵이 '당신은 소중하니까요'라는 광고문구로 전세계 여성들의 특권의식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해 온 로레알에 인수됐다는 소식은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바디샵의 대변인인 빌 아이레스는 "이번 M&A 뒤에도 바디샵의 브랜드와 경영진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고, 바디샵의 모든 가치들을 수호하기로 (로레알과) 합의했으며,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기존의 정책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의 환경단체들은 로레알과 바디샵의 M&A를 비난하며 바디샵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돌입했다.

***바디샵 창립자 애니타 로딕 "로레알이 바디샵처럼 변할 것"**

로레알이 바디샵을 인수하면서 지급한 대금은 6억5200만 파운드(1조1123억 원)다. 바디샵의 창업주인 애니타 로딕과 그의 남편 고든 로딕은 보유지분 18%를 주당 300펜스에 매각해 1억3000만 파운드(약 2217억 원)를 벌어들였다. 그동안 애니타 로딕은 바디샵을 통해 버는 수익은 모두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

반세계화 운동가로도 유명한 애니타 로딕은 바디샵의 고문직을 계속 유지하는 한편 로레알에서도 연간 50일을 근무하기로 했다. 로레알은 로딕이 개발도상국들과의 공정무역(페어 트레이드)에 관련된 일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딕은 이번 M&A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의식한 듯 "로레알이 적이라는 가정은 완전히 틀린 것"이라며 "로레알은 바디샵을 좋아하고, 바디샵의 윤리를 좋아하고, 바디샵의 일부가 되기를 원하고, 바디샵으로부터 경영철학을 전수받기를 원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로레알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인 린제이 오웬-존스도 바디샵 인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로레알의 모든 회사들이 하룻밤 새에 바디샵 식의 접근법을 적용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장기적인 계획은 바디샵과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는 로레알이 바디샵을 인수합병한 배경에는 바디샵이 현재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과 최근 고객의 구매장소가 백화점에서 전문매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 등이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로레알은 랑콤, 메이블린 등의 화장품과 아르마니, 랄프 로렌 등의 향수를 제조하는 세계 최대의 화장품업체다. 로레알은 1989년 이래로 완제품에 대해서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다고 선전해 왔으나 환경단체들은 로레알이 원료에 대한 동물실험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한편 30년 전에 영국의 조그만 가게로 시작한 바디샵은 전세계 54개 국에 2000여 개의 점포를 가진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해 지난해 1년 간에만 4억1900만 파운드의 매출과 2억7000만 파운드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우리나라에는 1996년에 진출했으며, 현재 전국에 걸쳐 80여 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결국 '윤리경영 원칙'이 '돈의 힘'에 진 것**

로레알이 바디샵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네이처워치(Naturewatch), 언케이지드(Uncaged) 등 영국의 동물보호단체들은 바디샵에 대한 불매운동에 들어갔다.

네이처워치의 존 루엔 국장은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바디샵을 보이콧 하기를 촉구한다"며 "우리가 바디샵에서 돈을 쓰면 이제는 그 돈이 동물실험에 쓰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바디샵이 전과 같이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경영원칙을 고수한다 하더라도 수익의 일부분이 로레알의 동물실험에 쓰일 가능성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바디샵은 '네이처워치의 승인을 받은 소매업자 명단'에서 즉각 제외됐다.

또 이들은 바디샵이 로레알의 모든 연구개발(R&D)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권을 갖게 된 것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바디샵이 직접적인 동물실험을 하지 않더라도 로레알이 동물실험로 얻은 연구결과를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당신 그대로의 몸을 사랑하고 긍정하라'는 모토로 환경친화적인 화장품을 값싼 가격에 많은 여성들에게 공급해 온 바디샵의 철학이 '현재보다 더 예뻐지기 위해서라면 화학물질, 보톡스 주사, 콜라겐 주입, 지방흡입술도 사용할 수 있다'는 태도로 값비싼 제품을 소수의 여성들에게 판매해 온 로레알의 '돈'에 팔려 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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