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 계열사 '가치네트'가 감자를 통해 자사주 소각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이 부실 인터넷 기업인 가치네트의 해체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등 삼성 계열사들이 2001년 이재용 상무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은 인터넷 기업들을 차례대로 청산해왔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등은 삼성 계열사들이 이 인터넷 기업들의 지분을 매입해 막대한 손해만 본 후 곧바로 이 기업들을 청산해 버리는 것은 정상적인 투자가 아니라 이 상무의 '재산 부풀리기' 과정에서 생긴 손실을 삼성 계열사들의 소액주주들에게 떠넘기는 수법이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번 자사주 소각은 법적 청산의 첫 수순?**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치네트는 오는 23일 주주총회에서 감자를 통해 자사주 10.63%를 소각하는 방안에 대해 최종 의결하기로 했다. 주총의 승인을 받아 다음달 25일 감자가 실시되면 가치네트의 자본금은 214억 원에서 191억 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가치네트는 이번 감자의 배경에 대해 2002년 12월 자회사인 금융재테크 포털사이트 '웰시아' 영업권을 SK텔레콤의 자회사인 팍스넷에 매각할 때 당시 가치네트의 주주들이 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보유하게 된 자사주 지분을 전량 소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는 가치네트의 이번 자사주 소각이 법적 청산의 첫 수순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상무는 인터넷 벤처 열풍이 한창이던 2000년 초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지원을 받아 e-삼성, e-삼성 인터내셔널 등 2개의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가치네트를 포함한 14개의 인터넷 기업을 세웠다. 그러나 1년도 되지 않아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이 기업들이 부실화되자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삼성 계열사들에 떠넘겼다. 가치네트는 이런 인터넷 기업들 중 이재용 상무가 최대주주로 남아있는 '마지막' 회사다.
삼성의 6개 계열사들은 이 상무로부터 부실 인터넷 기업들을 인수한 후 이 기업들을 하나하나 해체해 왔다. 참여연대의 계산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계열사들이 입은 손해는 2005년 현재 총 387억 원에 달한다.
현재 가치네트는 영업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페이퍼 컴퍼니'다. 회사 지분 중 76.26%는 이재용 상무(32.79%), 삼성에버랜드(18.73%), 삼성SDS( 9.37%), 삼성경제연구소(4.68%), 삼성카드(3.28%), 삼성증권(1.41%) 등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하고 있다. 최근 삼성의 전략기획실장으로 부임한 이학수 부회장도 4.6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참여연대 "이재용 상무의 경영실패를 왜 소액주주들이 감당해야 하나"**
이렇게 이재용 상무가 '저질러놓은' 인터넷 기업들의 부실을 삼성 계열사들이 '뒷처리'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해 10월 참여연대는 삼성 계열사들이 이재용 상무의 인터넷 기업들을 인수한 것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며 이 상무와 삼성 계열사들의 이사 9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상무가 인터넷 기업들의 경영에 실패해서 생긴 손실을 삼성 우량 계열사들의 소액주주들이 부당하게 떠맡게 됐다는 것이 고발의 요지다.
당시 참여연대는 "삼성 계열사들이 이 상무의 지분을 매입한 것은 정상적인 투자가 아니라 이재용 상무의 경영권 승계 과정의 하나로 추진된 인터넷 사업이 실패하면서 생긴 손실과 사회적 명성의 훼손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결국 지배주주 일가의 손실 회피를 위해 수익성 없는 사업에 투자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이재용 상무와 계열사 임원들은 업무상 배임"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및 삼성SDS의 인수권부사채(BW) 헐값 증여에 이어 또 다른 '삼성의 정당치 못한 경영권 승계' 사례로, 그것도 '실패한' 사례로 지적되고 있는 이번 사건이 법원에서 어떤 판결을 받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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