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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더 늦기 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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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새만금, 더 늦기 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나서라"

[기고] 새만금 계기로 사회의 수준을 높이자

***사람의 눈, 하늘과 땅의 눈**

하도 걱정이 돼서 올 1월 6일부터 나흘 동안 새만금 방조제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두루 여러 사람을 만나보았다. 3월 24일부터 한 달 동안이 마지막 물막이 공사의 최적기라고해서 간척지 개발을 주장하는 쪽(=개발 측)이나 갯벌의 뭇생명을 살리고 보전해야 한다는 쪽(=보전 측) 모두 몹시 바빠졌다.

개발측은 물막이공사 기간 중에 집중적으로 퍼부을 커다란 바위덩어리를 덤프트럭 수십 대로 매일 실어 나르고 있었고, 보전측은 2심 재판 결과에 분개하면서도 총력을 다해 3월 초봄의 저지투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잘 알다시피 양쪽의 시각, 견해, 주장은 정말 확연히 다르다.

"막으면 썩는다. 뭇생명이 죽는다." (보전 측)
"막아도 썩지 않는다. 뭇생명이 죽지 않는다." (개발측)

이것이 핵심이다. 여기서 파생되는 수많은 대척점이 있지만, 쟁점은 "고이면 썩는다"(보전 측)와 "고여도 희석, 배수 등의 방법으로 썩지 않게 한다"(개발 측)이다. 보전 측은 막으면 썩으므로 2~3년 안에 반드시 방조제를 다시 트게 된다고 하고, 개발측은 썩지 않는데 다시 틀 일이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새만금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양측의 말은 겉으로는 같아도 속셈은 아주 다르다. 정권이 바뀌어도 개발 완료 때까지 계속 재정 투입이 보장되는 특별법(개발 측), 원래의 개발 목적을 바꿔 현 상태에서 채택할 수 있는 갯벌 보전형 지속가능 대안을 달성하기 위한 특별법(보전 측).

이것만은 양쪽이 똑같았다. 새만금 개발 사업의 주목표가 원래의 "집단 우량 농지를 포함한 8600만 평(=28,300정보)의 토지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농토가 아니고 산업 용지나 위락 용지로 용도 변경할 것이라는, 그것이 소위 개발 이익을 극대화하는 자본의 요구라는 것이다.

이렇게 완전히 다른 주장과 판단은 2월 16일 대법원 재판정에서도 그대로 재연되었다. 이제 새만금갯벌과 뭇생명의 장래는 대법관들의 판단에 좌우되게 되었다. 이것이 합당한 일인가?

***새만금 문제, 법정에서 판단하는 게 과연 맞는가?**

원래 인간 사회의 분쟁이나 사건도 재판을 하다보면 오심, 오판이 있게 마련인데, 새만금 문제는 인간 사회의 문제임과 동시에 인간과 자연과의 영역이 중첩된 문제다. 사실 인간 사회의 분쟁은 될 수 있으면 서로 이야기를 나눠서 푸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다. 예로부터 소장(訴狀) 많이 쓰는 사람과는 사귀지도 말라고 했다. 하물며 사람과 자연, 뭇생명의 문제를 어찌 인간사회의 법정에서 재단하려 하는가?

지구상에서 변호사가 제일 많고 웬만하면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과연 행복하고 평화로운가? 이런 사실을 다 알면서도 새만금문제가 법정으로 간 것은, 사실은 새만금 문제에 가장 큰 영향력과 책임을 가진 사람들이 까놓고 말해서 전북도민의 표심 때문에 할 몫을 하지 않았거나, 뻔히 알면서도 다른 소리를 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다.

나는 새만금 현장에서 그 드넓은 갯벌과, 그리고 하늘과 맞닿은 서해의 일렁이는 물결을 보면서 "새만금 문제는 썩는다. 썩지 않는다. 뭇생명의 죽임, 최소한의 죽임 등으로는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재판으로 결말을 지을지는 몰라도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의 지식에 의존하고 주장할 수밖에 없지만, 사실 새만금의 모든 생명의 문제는 사람의 눈, 하늘과 땅의 눈으로 함께 보려고 정성을 다해야 그나마 잘못 보게 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나는 대법관들이 천ㆍ지ㆍ인(天ㆍ地ㆍ人)의 눈으로 정말 제대로 판결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는 바람일 뿐 아무리 대법관이라 할지라도 그 역시 사람의 눈과 귀로 판단할 것이기에, 우리는 새만금 문제를 인간의 법정에서 떼어내 대법원의 판결문은 이 시대의 지적, 도덕적, 문화적 수준을 반영한 역사적 문서로 참고하기로 하고, 다른 방식을 함께 찾아 합의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른 말로 하면 "새만금"이 알려주고 있는, 또는 알리려고 하는 "하늘과 땅의 뜻"을 양측이 다시 한번 깊이 있게 살펴보고 진정하게 "새만금 문제를 풀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어쩌자는 것인가?**

우선 안할 말과 피해야 할 자세를 몇 가지 전제하고 싶다.

대법원 재판 결과를 보고 서로들 우리가 이겼다, 그들이 졌다라고 하지 않아야겠다. 햇볕은 착한 이에게도, 미운 이에게도 다 비추는 것이다. 승패로 보지 말고 함께 살아갈 방법과 길을 찾아보자.

만약 현상을 유보하고 더 좋은 방안을 찾아보자는 의견이 나오면 "공사가 지연돼 하루에 몇 억 원씩 손실을 보고 있다"는 소위 자본의 애국적 거짓 발언과 과장된 주장을 삼갔으면 한다.

이제 기나긴 찬반 양론을 접고 화합단결하여 부국강병하자는 말 역시 삼가기로 하자. 새만금 문제의 본격적인 찬반은 아직 10년도 안 됐다. 인간, 환경, 생태, 자연, 미래, 통일시대, 발전, 개발 등, 이 시대가 정성스럽게 천착해야 할 의제들을 더 깊고 더 넓게 다룰수록 우리 민족공동체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이다. 서두르지 말자. 몇 년을 더 얘기해보자.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나서야 문제의 실마리가 풀린다. 대법원 판결이 끝났다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나는 여기서 새만금 문제에 대해 과거사를 규명하자고 하지는 않겠다. 다만 새만금이라는 대형 간척사업은 1987년 대선 때 노태우후보가 전북 표를 낚으려고 전주시청에서 공약했고, 노태우정권이 중간평가를 유보하고 이른바 노태우ㆍ김대중 영수회담 때 당시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전북도민의 숙원사업이라며 거론해서 그 해에 예산이 편성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개발이냐? 보전이냐? 인간 중심이냐? 뭇생명과 더불어 함이냐? 자본이냐? 생명이냐? 등의 대형 토론이 불꽃을 튀길 수밖에 없는 새만금문제는 이렇게 "지극히 정치적인 판"에서 시작되고 추진되었다는 점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하나? 새만금 문제를 놓고 정말 우리 공동체 구성원이 탁월하게 "통합되고 함께 승리할 수" 있도록 '현 상황 고정 → 새로운 방법 합의'를 선언해야 한다. 그러자면 노대통령은 정말 힘들겠지만 국책사업, 전북도민 표심, 5월 지방선거 같은 말은 완전히 책상 서랍 속에 넣어 잠그고 참된 발전의 길, 하늘, 땅, 바다의 소리, 생명의 소리를 듣는 것이 좋을 것이다. 컴퓨터를 끄고 깜깜한 밤에 청와대 뒤뜰에서 "혼자서, 깊이"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통령이 나서는 것이 격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총리가 일을 맞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문제는 의지와 정성이다.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와 농업ㆍ농촌특위는 무엇을 하고 있나? 농림부와 환경부, 해수부장관도 그 책임을 면치 못한다. 그들이 따로 또는 함께 나서도 될 것이다. 우선 3ㆍ24 물막이 투하용 바위덩어리를 실어 나르는 덤프트럭의 시동부터 끄고 "이제, 정말 우리 공동체 구성원들이 생명과 발전을 열쇠말로 정성스러운 화백(和白)을 해보자. 그 화백회의의 안건은 "생명사회를 앞당기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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