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럽다. 〈사이언스〉2005년 논문의 공동저자 3인이 저마다 줄기세포에 대한 다른 진술을 하고 있다. 도대체 황우석 교수,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피츠버그대의 김선종 연구원이 말하는 '진실'은 무엇인가?
***〈사이언스〉 논문 조작은 사실…줄기세포 개수는 엇갈려**
우선 논문을 제출한 시점인 지난 3월 15일 현재 도대체 몇 개의 줄기세포를 가지고 '거짓말'을 했는지 살펴보자(표1).
황 교수에 따르면 올 초까지 만들어진 6개의 줄기세포는 1월 9일 곰팡이 오염으로 훼손되는 바람에 미즈메디병원 등에 별도로 보관해 둔 2개(2~3번 줄기세포)만 남았다는 얘기다. 그 뒤 6개를 추가로 만들어 총 8개의 줄기세포를 11개로 부풀려 논문을 신청했다고, 부풀린 3개는 논문을 제출한 이후 추가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성일 이사장의 주장은 이와 다르다. 노 이사장은 처음 만들어진 줄기세포가 훼손된 이후 급하게 만들어진 9개의 줄기세포는 '실체가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사진을 찍을 정도의 줄기세포로 배양하고 테라토마 검증을 하는 데에 최소한 3개월은 걸리는 데 1~2개월 사이에 9개를 만들 수 없다는 것. 그는 심지어 미즈메디병원에서 보관하기도 했던 2개(2~3번 줄기세포)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도 다시 확인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노 이사장의 증언은 김선종 연구원의 진술과도 상당히 일치한다. 그는 "황 교수가 2, 3번 줄기세포 사진으로 (〈사이언스〉 측에 제출할) 11개 줄기세포 사진을 만들라고 지시한 사실은 있다"며 "키우던 줄기세포가 죽어버려 고육지책으로 나온 방안"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시점을 특정하지는 않은 채 "8개의 줄기세포가 확립돼 있었고 3개는 준비 중이었다"고 말해 줄기세포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는 비교적 황 교수측에 기울어진 입장을 보였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볼 때 일단 확실한 것은 황 교수가 〈사이언스〉에 보고된 11개의 줄기세포 가운데 최소한 3개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부풀려 논문 부속자료로 제출했다는 사실이다. 노 이사장의 주장에 무게를 둔다면 적어도 2번과 3번 줄기세포를 제외한 9개 또는 11개 모두가 부풀려 제출된 셈이다. 김 연구원에 따르더라도 논문 작성과정을 기준으로 하면 9개가 '존재하는 않는 것'이었고, 자신의 눈으로 봤다는 8개를 제외하면 적어도 3개는 가짜인 셈이다.
누구의 말을 취하든 과학계의 시각에서 보면 '조작'이라는 혐의를 벗어날 수 없는 대목이다.
〈표 1〉
***DNA 지문분석은 조작하지 않았나…앞뒤 안 맞는 황우석 해명**
황우석 교수의 해명에서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은 DNA 지문분석에 대한 설명이다. 황 교수는 〈사이언스〉 논문에는 11개 줄기세포의 DNA 지문분석 결과 환자의 체세포와 줄기세포의 지문이 정확하게 '일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16일 기자회견에서도 이런 주장을 다시 한번 반복했다.
하지만 황우석 교수는 바로 같은 기자회견에서 "11월 말 〈PD수첩〉의 DNA 지문분석 결과를 확인한 후 자신의 '환자맞춤형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로 '둔갑'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줄기세포 배양 초기 상태(1차 계대배양 상태)에서 이미 미즈메디병원의 줄기세포로 모두 바뀌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언급했다.
일단 DNA 지문분석은 줄기세포의 배양이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실시하는 것이 상식이다. 만약 황 교수의 주장대로 배양 초기 상태에서 '진짜'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의 줄기세포와 바뀌었다면 〈사이언스〉에 제출하기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검증할 당시 당연히 '불일치' 판정이 나왔을 테고 줄기세포가 바뀐 사실도 알려졌을 것이다. 하지만 황 교수는 〈사이언스〉에 제출하기 전 DNA 지문분석 결과 '일치' 판정을 받았다고 진술한다. 앞뒤가 안 맞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 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황 교수의 줄기세포가 바뀐 것은 DNA 지문분석 이후, 즉 〈사이언스〉에 논문을 제출한 이후라는 것이다. 즉 5~11월 사이에 누가 고의로 줄기세포를 몽땅 다 미즈메디병원 것으로 '바꿔치기' 했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 또 다른 가능성은 황 교수가 DNA 지문분석을 '조작'하고도 또 한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노성일 이사장은 "김 연구원이 '황우석 실험실의 권대기 팀장으로부터 줄기세포 2, 3번을 제외한 9개의 체세포로부터 얻어진 DNA 샘플을 받아 지문분석을 실시했다'고 증언했다"고 주장했다. 이 진술은 황 교수가 이미 〈사이언스〉 논문 제출 전에 최소한 9개의 줄기세포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황 교수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150여 개 난자는 어디서 구했나**
이밖에도 황우석 교수 주장대로 1월 이후 9개나 되는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면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된다. 도대체 9개의 줄기세포를 추출할 때 사용된 난자는 어떻게 확보했는가?
〈사이언스〉 논문에 제출한 '185개의 난자로 11개의 줄기세포를 확립했다'는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더라도 9개의 줄기세포에는 적어도 150여 개의 난자가 필요하다. 불과 한두 달 안에 이 많은 난자를 어떻게 마련했는지에 대해 황 교수는 해명할 필요가 있다.
만약 '기증'이 아닌 다른 음성적인 방법으로 난자를 마련했다면 이는 범법 행위에 해당한다. 황 교수가 언급한 시기는 난자 매매를 엄격히 금지한 생명윤리법이 발효된 이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법 당국의 수사가 진행된다면 이 부분도 해명돼야 할 것이다.
***'추악한 진실게임'…국민들은 '참담하다'**
한편 이런 '진실 게임'은 사실상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다는 지적이 많다. 누가 더 거짓말을 많이 하고 있는지를 겨루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문제가 된 논문 조작 의혹은 명확한 해명 없이 '취소'하는 식으로, 또 줄기세포의 진위 문제는 '바꿔치기'됐다는 식의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 또는 '원천기술'만 가지고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항변으로 문제제기의 본질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황 교수는 16일 마지막으로 "초기 단계에서 동결 보존한 5개를 다시 배양해 열흘 정도 후에 줄기세포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겠다"며 "기회를 한 번 더 달라"고 요청했다. 열흘 후 황우석 교수의 바람대로 이 가운데 1, 2개라도 제대로 된 줄기세포의 배양이 가능하다면 이는 황 교수를 위해서도 또 우리 과학계와 국민을 위해서도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의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음을 황 교수가 증명한다 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미 2005년 〈사이언스〉 발표 논문은 만신창이가 됐고 세계 과학계는 황 교수의 이전 연구 성과에 대해서도 '가혹한' 검증 절차에 들어갔다. 향후 세계 과학계와의 협력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 심각한 것은 2년간 난치병 환자의 '희망'이었던 '환자맞춤형 줄기세포'가 존재하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국민들이 언제까지나 '거짓말쟁이'들의 추악한 '진실 게임'에 마음을 상해야 하는 것일까? 이미 국민들은 충분히 참담하고 슬프다.
〈표 2〉 황우석 교수와 노성일 이사장의 엇갈린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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