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상지대 총장, 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 정운찬 서울대 총장 등 경제학자와 경영학자 100명이 노무현 정부의 재벌개혁 및 금융개혁 정책 후퇴에 우려를 표명하고 중단 없는 개혁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노무현 정부, 개혁 동력 상실"**
이번 공동성명 발표를 주관한 경실련 및 참여연대는 3일 서울 정동 세실 레스토랑에서 공동성명에 서명한 일부 학자들과 함께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시장경제 원칙에 따른 재벌개혁·금융개혁이 양보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임을 확신하며 그 과제의 엄중함은 IMF 위기 이후 8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도 결코 줄어들지 않았음을 확인한다"면서 "김대중 정부가 완성하지 못한, 혹은 실패한 개혁과제를 추진해야 할 노무현 정부는 이미 개혁의 동력을 상실했으며, 무엇보다 개혁의 의지를 스스로 포기해버렸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들은 "카드사 부실에서 비롯된 금융시장 위기를 사실상 관치금융으로 미봉하였고, 이미 때늦은 부동산 대책마저도 정부 부처간 혼선을 노출하며 투기심리에 오히려 불을 질렀으며, 특정 대기업의 현행법 위반에 대해서는 감싸기로 일관하는 등의 사례는 개혁정부를 자임했던 현 정부의 지리멸렬함을 대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는 일부 대기업에 의한 금융 지배 심화, 특히 은행 소유를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매우 우려하며, 이에 대한 어떠한 시도에도 반대한다"면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야말로 현 시점에서 한국경제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금감위와 같은 시장감독기구는 오히려 불법행위를 저지른 피규제자를 감싸는 자의적인 법적용을 통해 스스로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시장감독기구의 엄정한 법집행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별도의 입장표명을 통해 "최근 두산그룹 총수 일가의 비리, 이재용 씨의 삼성 비상장계열사 주식 불법인수 및 e삼성 관련 손실전가 등 재벌총수 일가의 실정법 위반 문제에 대해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함으로써 시장규율을 확립하라"고 촉구했다.
권 교수는 이어 정기국회에 상정된 금산법 개정안에 대해 "현재 정부와 여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의 분리대응론은 실제로는 실정법을 위반한 기업을 정치논리에 따라 봐주자는 것"이라며 "이는 법치주의와 시장원칙을 훼손하는 것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전성인 교수는 미국 등 외국에서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원칙이 크게 수정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이러한 원칙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일부 국회의원들과 윤증현 금감위원장의 최근 발언에 대해 "그런 주장은 금융기관 고객의 돈을 이용하여 그룹 지배권을 유지, 강화하는 일부 재벌그룹의 지배구조를 정당화하기 위해 미국의 법률 내용과 그 입법의도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동성명 전문과 서명한 경제학자, 경영학자의 100명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공동성명 전문**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중단 없는 금융ㆍ재벌 개혁을 촉구한다**
밖으로는 나날이 심해지는 전지구적 경쟁 속에서, 또 안으로는 끝을 알 수 없는 경기침체 속에서, 한국 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우리는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한국 경제의 크고 작은 문제에 대해 각자 학문적 위치에서 관심을 갖고 탐구해왔다. 특히 우리는 시장경제 질서의 기본원칙을 확립하고 강화하는 것이 한국 경제의 발전을 위한 가장 중대한 과제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지난 1997년의 경제위기는 구태의연한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이 더 이상 한국 경제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따라서 우리는 시장경제 원칙에 따른 재벌개혁ㆍ금융개혁이 양보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임을 확신하며, 그 과제의 엄중함은 위기 이후 8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도 결코 줄어들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김대중 정부가 완성하지 못한 혹은 실패한 개혁과제를 추진해야할 노무현 정부는 이미 개혁의 동력을 상실했으며, 무엇보다 개혁의 의지를 스스로 포기해버렸다. 2002년 대통령 선거와 2004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통해 표출된 국민들의 개혁 열망을 노무현 정부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저버리고 말았다. 카드사 부실에서 비롯된 금융시장 위기를 사실상 관치금융으로 미봉하였고, 이미 때늦은 부동산 대책마저도 정부 부처간 혼선을 노출하며 투기 심리에 오히려 불을 질렀으며, 특정 대기업의 현행법 위반에 대해서는 감싸기로 일관하는 등의 사례는 개혁정부를 자임했던 현 정부의 지리멸렬함을 대변하고 있다. 개혁다운 개혁은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단기적 시각에서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한국 경제의 미래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우리는 공정하고도 효율적인 시장경제 질서의 확립을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힌다.
1. 우리는 갈수록 심화되는 시장개혁 후퇴에 대해 우려하며, 중단 없는 개혁을 촉구한다. 현 정부는 SK그룹 사태, 카드사 위기, 기업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 재벌ㆍ금융개혁과 관련된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오히려 개혁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방향으로 대응함으로써, 스스로 개혁 의지를 부정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증권집단소송법 등 그나마 추진된 개혁입법 역시 시행조차 되기 전에 개악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경제의 안정과 성장은 지속적인 개혁을 통해 구체제의 폐단을 극복할 때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현 정부는 개혁에 대한 분명한 원칙을 천명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만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2. 우리는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는 일부 대기업에 의한 금융 지배 심화, 특히 은행 소유를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매우 우려하며, 이에 대한 어떠한 시도에도 반대한다. 대기업의 은행 소유는 은행의 효율적인 자금 배분 기능을 마비시킬 뿐 아니라 경제력 집중을 심화하여 심각한 경제구조의 왜곡을 가져올 것이다. 무엇보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엄격히 분리하는 시장 경제의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의 대기업 집단 중 일부는 금융기관 고객의 자산을 총수일가의 경영권 강화에 이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금융기관을 부실화시킨 사례 또한 적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야말로 현 시점에서 한국경제의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확인하며, 이를 훼손하려는 시도, 특히 어떤 형태로든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3. 우리는 시장감독기구의 법집행이 특정 기업에 편파적으로 적용되어서는 안되며, 엄정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한다. 개혁입법만이 개혁의 전부는 아니다.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경제위기 이후 시장개혁과 관련하여 많은 법ㆍ제도적 개선조치가 있었다. 만약 시장감독기구가 현행 법제도를 엄정하게 집행한다면, 상당한 수준의 개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금감위와 같은 시장감독기구는 오히려 불법 행위를 저지른 피규제자를 감싸는 자의적인 법적용을 통해 스스로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다.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금융지주회사법, 공정거래법 등 논란이 되고 있는 현안에서 나타나는 시장감독기구의 형평성 잃은 법집행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오히려 가중시키고 있다. 우리는 시장경제 질서의 확립이 시장의 규칙을 위반하면 이익보다 더 큰 제재를 받는다는 원칙을 지키는 데에서 시작됨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시장감독기구의 엄정한 법집행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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