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국공립 연구기관의 보직자들이 연구비는 많이 타가면서도 연구실적은 별볼일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동당은 국공립 연구기관의 일부 보직자들에 의해 연구비 배분의 왜곡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구성취도 낮은데도 '연구비 몰아주기'"**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는 18일 지난 5년간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원장 조해월)에 소속된 연구관 급 연구인력 45명의 연구비와 연구실적에 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전체 연구관 급 연구인력 중에서 원장, 실장, 부장, 과장 등 보직자는 22명(48.9%)이며 이들이 지난 5년간 사용한 총연구비는 152억여 원으로 전체 연구비의 87.8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5년간 '연구실적'은 총 251.59점으로 전체 연구실적의 83.74%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연구실적'을 연구비로 나눈 '연구성취도'는 16.55점으로 국립보건연구원의 평균 17.36점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보직을 맡지 않은 연구원들이 지난 5년간 받은 총연구비는 21억여 원으로 전체 연구비의 12.51%를 차지했고, 연구실적도 48.86점으로 전체 연구실적의 16.26%에 불과하다. 하지만 연구성취도는 23.24점으로 국립보건연구원의 평균 17,36점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는 "보직자들이 비보직자들에 비해 연구성취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연구비를 훨씬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이것은 연구비 사용의 효율성이 저하돼 있음을 의미하며, 더 나아가 연구비 배분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보직자들에 의해 연구비 배분의 왜곡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5년간 연구개발비 1억4천여만 원 사용하고 연구실적은 '0'"**
이런 연구비 배분 왜곡은 부서별로도 나타난다. 국립보건연구원의 유전체연구부는 지난 5년간 전체 연구비의 38.19%인 66억여 원을 사용했으나 연구성취도 면에서는 평균의 3분의 1 수준인 6.88점을 기록했다.
이것은 가장 높은 연구성취도를 보인 생명의학부의 34.34점에 비해 5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생명공학(BT)에 대한 관심의 증대로 2002년부터 유전체연구부의 연구비가 대폭 증액됐지만 이에 따른 연구실적은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5년간 연구개발비를 1억4천여만 원을 사용하고도 논문 등 연구실적이 전혀 없는 연구원이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5년간 연구비를 가장 많이 받은 상위 3명의 연구원의 연구성취도 역시 전체 평균에 훨씬 못 미쳤다.
민주노동당은 "전체적으로 연구비를 많이 받는 부서, 보직자, 연구자가 그렇지 않은 부서, 보직자, 연구자에 비해 연구성취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연구비가 연구능력이 우수한 연구자들에게 더 많이 배분되고 있지 못하고 연구성과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분석은 국공립 연구기관이 연구원들의 연구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각종 저널에 기고한 논문, 출원 특허, 저서 출판 등을 고려해 '연구실적'을 계산한 결과를 토대로 이루어졌다. '연구성취도'는 특정한 연구비로 어느 정도의 연구실적을 얻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실적을 연구비로 나눈 후 백만분율로 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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