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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감세논란'…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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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감세논란'…누구를 위한 것인가

[초점] 세수부족은 정부가 초래…한나라 감세안은 기만적

여야가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도중에 감세정책의 필요성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인 데 이어 5일 TV토론을 벌이기로 일단 합의하는 등 장외에서도 한판 붙을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영식 열린우리당 공보담당 원내부대표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무분별한 감세정책"에 대한 TV토론을 제안하자 이정현 한나라당 부대변인이 "기다리던 바이며 즉각 수용한다"고 밝힌 것이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감세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가 정책토론의 성격을 유지하기보다는 시간이 흐를수록 정치공방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데 있다. 게다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 서민들을 내세우며 논쟁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누구를 위한 감세 논란인지 국민들은 혼란을 느끼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 "소수에 감세혜택 집중은 사실"**

우선 감세가 서민들을 위한 것이라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은 정치적 포장에 가깝다. 한나라당 감세안의 핵심은 소득세와 법인세의 인하이며, 직접적으로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유류세 인하, 부동산ㆍ자동차 등의 등록세 폐지, 영업용 LPG에 대한 특소세 폐지 등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식이어서 '끼워넣기'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경제통인 윤건영 의원측 관계자는 5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한나라당 감세안의 핵심은 소득세와 법인세의 인하이며, 이같은 감세안의 혜택이 불가피하게 소수에게 집중되는 측면이 있다"고 시인했다.

정부의 통계를 보면 현재 근로소득자의 49%, 자영사업자의 49%가 소득세 면세점 이하자라고 그는 지적했다. 아울러 소득세율 2% 인하에 따른 연간 개인당 감세효과를 보면 세금을 내는 근로자 630만 명 중 1000만 원 이하 소득자(380만 명, 60%)의 경우 약 8만 원에 지나지 않는 데 비해, 8000만 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는 근로자(4만1000명, 0.65%)의 경우는 320만 원에 이른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또 전체 법인의 34%는 결손으로 법인세를 전혀 내지 않고 있으며, 상위 0.5%의 대기업이 법인세의 70%를 부담하고 있는 반면 매출 10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 중 하위 95%가 법인세의 12%만을 부담하고 있다는 점도 법인세 인하가 극소수의 대기업에 집중되는 것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윤건영 의원측 관계자는 "누구에게 감세의 혜택이 돌아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정부의 세정과 '큰 시장, 작은 정부'라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한나라당이 감세를 주장하는 취지는 과학적인 세입 추정에 기초한 예산편성과 세제의 선진화를 통해 감세를 추구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방향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 "적자재정, 정부의 책임 크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감세안 비판에 앞장서고 있는 문석호 열린우리당 의원측 관계자는 "세출을 줄일 수 있는 대안까지 제시하며 감세안을 주장한다면 일리가 있는 것으로 보고 검토할 용의가 있다"면서 "한나라당의 감세안은 표퓰리즘"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1980년대에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대대적인 감세정책을 펼칠 때 의료보험 등 복지예산을 대폭 감축하는 등 정책노선을 명확히 드러냈다"며 "이에 비해 한나라당은 감세를 주장할 때도 서민을 내세우지만 정작 어떻게 세출을 줄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정부에 떠넘기고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솔직하지 못한 국민 기만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나라당의 주장처럼 감세가 투자와 소비를 활성화시키는 선순환 동력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조건이 필요하다"면서 "유럽의 일부 국가처럼 높은 세율에도 탄탄한 경제기반을 갖고 있는 경제가 일시적으로 침체에 빠졌을 때가 바로 그같은 조건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그런 조건에서는 세율을 인하하는 등 감세정책을 펴면 투자와 소비가 자극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우리의 경제 실상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감세정책은 현 정부의 재정운용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것인 동시에 그 불신을 더욱 확산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바탕에 깔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현 정부가 달성 가능성이 희박한 경제성장률 5%를 전제로 예산을 편성한 뒤 무분별한 재정지출로 적자재정을 자초한 점을 겨냥해 "감세를 통해 민간부분의 자생력을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적자재정을 해결하는 길이라고 역공을 하는 의미가 한나라당의 감세안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국회 재정경제위의 한나라당 간사인 최경환 의원측 관계자는 "감세안의 밑바탕에 분명히 현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관계자도 "적자재정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면서 현 정부의 재정운영에 대한 불신과 한나라당의 감세안 제기 사이에 연관관계가 있음을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법인세 인하 요구를 덜컥 받아들여 세수부족을 자초한 정부의 예산정책 관료들이 문제"라며 적자재정의 책임을 행정부 관료들에게 돌렸다. 그러나 그는 "재정지출은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혜택이 가느냐는 측면에서 일부 문제가 있더라도 반드시 일정한 효과를 발휘한다"며 재정지출이 방만하게 이뤄지고 있으니 감세를 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에 대해서는 수긍할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도 5일 감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다. 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과 일본에서 감세정책으로 재정적자가 크게 확대된 바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세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적정 수준의 국민부담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 장관은 또 "기본적으로 교육비와 주거비, 의료비 등과 같은 사회적 비용이 개인적 비용으로 전가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정의 역할이 오히려 더 강화돼야 한다"면서 "최근 정치권 일부에서 제기된 감세 주장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변 장관은 특히 "근로소득자의 51%만이 세금을 내는 상황에서 감세가 소비촉진 효과를 내주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감세는 고소득자에게만 유리해 형평성의 문제가 있고, 기업들에 여유자금이 많아 법인세 감세가 투자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낮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방만하고 부실한 조세체계의 정비 필요"**

참여연대는 5일 논평을 내고 한나라당의 감세안과 정부의 부실한 조세제도 모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4조3000억 원의 세수부족에 이어 올해도 4조6000억 원 이상의 세수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정부의 세입예산 대비 조세수입의 부족 현상이 전례없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세수부족 사태는 근본적으로는 지난 2003년에 세수보전 대책도 없이 경기활성화라는 미명 하에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인하한 데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이러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에서는 오히려 9조 원 가량 세금을 줄여야 한다는 감세안을 내놓았다"면서 "세수부족으로 인해 재정의 건전성이 매우 취약해졌음에도 정부는 세수부족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정치권은 인기에 영합하는 감세정책을 주장하는 현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지금의 세수부족 사태는 현실과는 맞지 않는 경제전망치를 근거로 잘못된 세수추계를 하고 감면 및 비과세를 지속적으로 확대한 정부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면서 "각종 비과세, 저율과세, 소득공제 등을 통한 세금감면 규모가 2003년 17조5000억 원에 이어 2004년 18조6000억 원에 이르는 등 전체 국세의 14% 정도를 차지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한나라당이 제시하는 감세안은 가뜩이나 부족한 세수를 보전할 대책을 결여하고 있으며, 명분으로 내세운 경기활성화나 서민들의 부담 경감이 실현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면서 " 2차례에 걸쳐 법인세 인하를 관철함으로써 현재의 세수부족 사태에 원인을 제공한 한나라당이 세수부족이 매우 심각한 현 상황에서 또다시 감세정책을 내놓음으로써 세입의 기반을 영구히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다시 말해 참여연대는 감세니 뭐니 하는 이야기보다는 과도한 비과세나 감면을 정리하고 정확한 세수추계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인 재정운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런 주장에 적지않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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