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인권특사에 제이 레프코위츠 전 백악관 국내정책 부보좌관이 19일(현지시간) 임명됐다. 네오콘으로 분류되는 레프코위츠가 임명됨에 따라 인권 문제 제기에 민감해 하는 북한이 반발하고, 나아가 6자회담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미국은 일단 이번 임명이 회담과 아무 관련이 없다며 파장을 최소화하려 애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대북 정책에 인권 문제를 '활용'하기 위한 공식 장치를 마련한 셈이어서 언젠가 파열음이 나올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 셈이다.
***美 대북인권특사에 '네오콘' 레프코위츠 공식 임명**
백악관은 이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4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신설된 대북 인권특사 직에 레프코위츠 전 부보좌관을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이와 관련한 성명을 통해 "레프코위츠 특사는 오랫동안 고통 받고 있는 북한 국민들의 인권 향상을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고 (대북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또 "그의 임명으로 북한이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인권 기준과 규범을 수용하고 지키도록 촉구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더욱 크게 확대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프코위츠 특사는 이에 따라 북한 주민의 인권 신장을 위해 북한 당국과의 교섭에 나서게 되며 국제여론 조성을 위한 국제회의와 비정부기구(NGO) 지원, 탈북자 보호와 북한내 외부 정보 유입을 위한 자유아시아방송(RFA) 지원 등의 활동을 하게 된다.
1990년 유엔 난민고등판무관(UNHCR)의 미국 대표단 단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레프코위츠 특사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국내정책 담당 보좌관보로 근무했으며, 아들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는 2001년 총무예산처 자문관을 거쳐 국내정책 담당 부보좌관을 역임한 네오콘으로 알려졌다.
***北 반응 주목…레프코위츠 대북 접촉 쉽지 않을 듯 **
대북 인권특사의 공식 임명으로 대북 인권법이 본격 가동될 모든 준비는 끝난 셈이어서 이제는 북한의 반응이 주목되는 단계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대북 인권법 제정이 민주주의 증진법과 맞물려 '북한 붕괴 시나리오의 일환'이라며 강한 경계심을 보여 왔다. 아울러 북한 인권법은 탈북자 문제와도 연동돼 자국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는 의혹의 시선을 풀지 않았다.
실제 지난해 7월 미 하원을 통과된 뒤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대통령 서명까지 끝난 북한 인권법은 2008년까지 매년 2400만 달러, 총 9600만 달러를 사용할 수 있어 북한으로서는 우려할 만한 내용이다.
특히 지난 제4차 6자회담에서 미국은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북핵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최종적인 관계정상화는 바로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북핵과 관계정상화를 대등한 협상 카드로 사용하고 싶어 하는 북한과 차이를 보였다.
북한은 이에 따라 레프코위츠 특사가 그의 임무대로 북한과 접촉하려 할 경우 무시 전략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전혀 '달갑지 않은 손님'인 레프코위츠를 만나 얻을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레프코위츠 특사는 당분간 탈북자 문제 등과 관련해 중국 내지 한국 등과 접촉하는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제3차 6자회담 이후 이번 제4차 회담이 열릴 때까지 1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은 북한이 여러 요인을 검토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북한 인권법 제정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북한이 반발할 경우 조만간 재개될 예정의 제4차 회담 2단계 회의도 유탄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6자회담에 영향 여부 주목…美 "회담과 아무 관련 없어"**
하지만 현재로서는 2단계 회담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물론 특사가 임명됐다는 것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지만 이미 북한 인권법 제정 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은 다 됐다는 점에서 비난 성명 정도는 나올 수 있지만 문제 자체에 영향을 미칠 소지는 많이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미국 정부도 이 특사 임명이 차기 회담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당초 이번 특사 임명은 지난달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인권대회를 계기로 이미 내정 상태였던 레프코위츠를 공식 발표해 북한인권 문제를 극적으로 부각시키려는 계획이었으나 당시 재개를 앞두고 있던 6자회담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미뤄져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임명 발표 시점도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이 아닌 크로포드 목장에서 휴가 중인 때에, 그것도 언론 노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금요일 오전에 발표한 것은 나름대로 신중한 행보가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있다.
실제로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백악관에서 비공식 브리핑을 가진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고위 관리는 '이번 임명이 6자회담에 영향을 주도록 맞춰졌다'는 관측과 관련해 "특사 임명은 2004년 이미 통과된 법에 따른 조치"라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고 강력 부인했다.
그는 또 "이번 임명이 절대 어떤 부정적인 방향으로 회담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이 인권 증진에 긍정적인 태도로 나온다면 북미 관계 등 모든 분야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해 그동안 적지 않은 강조점을 둬 왔고 최근에는 탈북자 출신인 강철환 <조선일보> 기자를 직접 만나고 그의 책을 열독하는 모습을 보여 북한 인권 문제는 언제든지 대두될 잠재적 악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나 대북 인권 특사에 부시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인 레프코위츠를 임명했다는 것도 자신이 이 문제를 중시하고 있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그런 점에서 대북 인권특사 임명과 대북 인권법이 지금 당장 차기 6자회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북핵 문제가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에는 부시 정부가 언제든지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모든 준비를 마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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