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남북 공동행사에 참여하는 북측의 당국-민간 대표 30여 명이 행사 기간 동안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참배키로 했다.
북측의 현충원 참배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일로 참배 자체가 상호 증오와 불신을 해소할 중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북측의 이같은 유화적인 태도가 현재 휴회중인 6자회담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도 주목된다.
***北 당국-민간 대표단 국립 현충원 참배키로…북측이 먼저 제의**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12일 통일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금번 8.15 남북공동행사에 참여하는 김기남 단장, 림동옥 자문위원 등 30여명의 북측 당국, 민간 대표들은 행사 기간 중에 국립 현충원을 방문해 참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측은 지난 5일 판문점 남북 연락관을 통해 8.15 행사 일정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서울에 오는 당국 및 민간 대표단의 국립현충원 방문 의향을 전달하고 의례 절차를 문의해 왔으며 정부는 9일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수용 의사를 전달했다. 북측은 이 과정에서 어떤 사전 논의나 전제조건 없이 자발적으로 참배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참배 날짜는 아직 협의 중으로 행사 진행 상황을 고려해 택일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8.15 행사는 14일 개막돼 17일 막을 내린다.
참배 의례절차는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절차를 준용해 남북간 합의하에 진행키로 함에 따라 북측 대표단은 현충탑을 참배할 예정이다. 현충탑에는 6.25 전사자의 위패와 무명용사의 유골이 봉안돼 있다. 아울러 국립현충원은 1955년 7월15일 국군묘지로 창설되어 전사 또는 순직군인과 군무원, 종군자의 영현을 안장했으나 1965년 3월 국립묘지로 승격돼 국가원수, 애국지사, 순국선열, 경찰관 등이 추가 안장됐다. 현재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 임시정부 요인 18명, 장군 355명 등 5만4천456명이 안장돼 있다.
이 차관은 이와 관련 현충원 참배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단정할 팩트를 갖고 있지 않다"며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남북관계사상 최초…참배 자체가 '큰 메시지' '불행한 과거 상처 치유의 출발점'**
북측 대표단의 이번 국립 현충원 참배는 남북관계사상 최초의 일이어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참배 자체가 '큰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운데 분단과 민족상잔의 불행했던 과거와 상처를 함께 치유해 나가는 출발점이라는 중대한 역사적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이 차관은 이에 대해 "서로에 대한 불신을 털어내 남북간 진정한 화해를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해 북측의 요청을 수용키로 했다"면서 "정부는 이번 북측 대표단의 현충원 방문이 뜻 깊은 8.15 광복 60주년을 맞아 새로운 민족화합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통상적으로 불행했던 과거의 정리는 과거의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애도로부터 시작된다"며 "이런 측면에서 금번 참배는 남북간 불행했던 과거를 정리하고 진정한 화해를 실현해 나가는 긴 여정의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광복 60주년은 분단으로 인해 미완의 광복에 머물고 있는 현재의 모순을 해결하고 완전한 광복을 이뤄 나가는 원년이 돼야 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금번 참배는 남과 북이 광복 60주년을 더욱 뜻 깊게 기념할 수 있는 계기"라고 덧붙였다.
***북측 참배 결정 배경 주목…6자회담 관련 메시지 여부도 관심**
한편 이번 북측의 참배 결정과 유화적인 태도가 6자회담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도 주목된다. 북측은 평화적 핵 이용 등의 핵심 쟁점 사항으로 휴회에 들어간 6자회담과 관련해 이번 참배를 통해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아울러 북측 단장인 김기남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일 위원장의 특사 자격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 6.15 축전 당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김 위원장을 면담했었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은 "특사 보도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밖에 이번 참배는 상징적으로 전후 처리의 시작이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북측에서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북측이 남측 국립현충원에 참배함으로써 북측을 방문한 우리 민간 및 당국 대표단이 북측 애국열사릉 등을 참배할 것인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상호주의에 따른다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차관은 이와 관련 "현충원 참배는 북측이 먼저 제안했고 우리가 받아들여 성사된 것"이라며 "사전에 상호 참배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그런 상황이 되면 검토해보겠다"고 덧붙여 상호 참배 가능성도 앞으로 충분히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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