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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북한과 미국은 서로 의심하고 있다"

<6자회담 전문가 진단> "서로 모호성의 장막을 걷어내야"

제4차 6자회담이 '첫 단계' 회담을 마치고 3주간의 휴회에 들어갔다. 이 기간 동안 참가국들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세우고 '접점 찾기' 노력을 지속할 것이고, 그 결실 여하에 따라 제2단계 회담에 걸 수 있는 기대치가 달라질 것이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을 통해 지난 2주 동안의 6자회담 내용을 점검하고 앞으로 휴회 기간 동안 이뤄질 모색의 성격을 짚어보았다.

우선 조성렬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회담이 공동문건 도출에 실패한 이유를 핵심 협상 대상이던 '관계정상화'와 '핵 포기'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찾았다. 즉 미국 행정부가 관계정상화를 약속하더라도 미국 의회가 비준 과정에서 미사일과 인권 문제를 들어 이를 뒤집을 수 있는 '이중성'이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경계심을 풀지 못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이 경수로와 평화적 핵 이용 문제를 들고 나온 이유도 바로 이런 북미 수교의 이중성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풀이했다. 실질적으로는 당국이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북미 수교 이중성'에 맞불을 놓을 필요를 느꼈으리라는 분석이다.

그런가 하면,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회담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양측이 내걸고 있는 '모호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미국이 북핵 폐기와 관계정상화를 등가로 보지 않는 상황에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북한이 먼저 폐기에서 모호성을 없애는 대신 한-중 양국은 관계정상화까지 가는 과정에서 미국이 보이고 있는 모호성을 메꿀 중간 다리에 해당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그런 북한과 미국 간의 상호 노력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한편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이번 6자회담이 비록 휴회에 들어가긴 했지만 궁극적으로 성공 가능성을 '60%' 정도로 비교적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평화적 핵 이용'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북미 양국이 결국 접점을 찾지 않겠느냐고 생각한 것이다.

***"북한, 북미 수교의 '이중성' 경계"**

조성렬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연구위원

프레시안 : 제4차 6자회담이 일단 공동문건 도출에 실패한 이유는.

조성렬 : 이번 회담에서 미국측이 의도한 것은 회담의 원칙을 담는 선언문의 작성이었으나 가장 초보적인 북핵 해결 원칙인 '말 대 말'의 공동선언조차 일단락 짓지 못했다. 북한과 미국이 각각 원했던 '관계 정상화'와 '핵 포기'는 그 품목의 성격이 달랐다.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 포기는 북한 당국의 의지를 통해 해결 가능한 반면, 북한이 미국에 요구한 품목인 북미 수교 등은 미 행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의회의 비준이 필요한 사항이다. 미 정부의 요구와 북한 요구는 맞교환이 가능할 수도 있으나 실제로 미국은 의회에서 인권, 미사일, 납치 문제 등을 거론할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주장하던 인권과 미사일 문제가 초안에서 빠지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북미 수교'의 이런 이중적 성격으로 인해 방해물이 잠복한 것일 뿐 해소된 것이 아니라는 본국의 판단에 따라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것이다.

프 : 북한이 평화적 핵 이용을 들고 나온 배경은 무엇인가.

조 : 북한으로서는 4차 초안을 받아들일 경우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다 내놔야 하고 실제 북한 당국의 의지로 그 모든 것을 이행할 수 있겠지만, 미국으로서는 의회의 비준 절차를 남겨놓고 있기 때문에 그 단계에서 수교 조건이 새로이 제시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북한으로서는 이를 함정 또는 복선으로 여길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에게도 '평화적 핵 이용 권한'은 나름대로 카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예컨대 이것을 뭔가 다른 것을 얻어낼 수 있는 협상용 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고, 미국 등의 압력에 밀려 이 카드를 일단 포기하더라도 미 의회가 수교에 딴지를 걸 때 북한측도 '우리 인민대표대회가 평화적 핵이용 권한의 포기를 비준하지 못하겠다고 한다'는 식으로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이란의 경우에도 이란 정부는 NPT 추가 의정서에 서명했지만 의회는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의 수교 문제가 안 풀리니까 경수로 문제를 다시 들고나온 것도 일종의 그런 맞불작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프 : 후속회담의 과제와 전망은.

조 : 결국 북이 걱정하는 북미 수교의 이중적 구조, 즉 행정부와 의회의 분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의회 수준에서 이런 조건이 충족되면 북한이 초안을 받을 수도 있다. 미 의회가 미리 북-미 관계의 정상화에 대한 결의를 할 수는 없겠지만, 공화-민주 양당의 중견 의원들이 방북 등을 통해 뭔가 신호를 보내고 담보해낸다면 의외로 원칙 선언문의 결실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미국에게 있어 인권 문제는 단순히 북한을 노린 것이 아니라 중국을 겨냥하는 등 계속 활용할 카드이므로 미 의회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이란처럼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문제를 받아들이고 수교 문제를 추진한다는 수준에서 의견이 모아질 수도 있다. 게다가 북미를 비롯해 우리나라도 판을 깨기에는 감당이 안돼서 일단은 원칙적 수준에서의 선언 정도는 가능하리라 본다.

***"북-미, 상호 모호성 해결이 필요"**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어중문학과)

프 : 제4차 6자회담이 성공하기 위한 요건은

이남주 : 양측이 상대방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양측은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는 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으로서는 관계정상화에 이르는 길을, 북한으로서는 핵의 완전한 폐기에 모호성을 남겨두려 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로 이런 모호성의 장막을 걷어내야 한다.

모호성을 양측이 모두 해소시킬 수 없다면, 그 다음 해결 방법 중의 하나는 어느 한편이 양보해서 상대방의 모호성은 남겨두고 한측은 이를 해결하는 것이다. 즉 어느 한측이 양보해야 한다. 미국은 현재 국교정상화 문제를 핵과 교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 이것이 단기적으로 바뀌지 않는다고 상정할 때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 투명성울 보여줘야 한다. 즉 핵 주권을 포기해야 하는 것인데 이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미국의 모호성 유지에 대한 반대급부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교환 패키지 정도는 제시돼야 한다. 한국과 중국의 역할은 바로 이 교환패키지를 만들어주는 데서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북한의 '선 양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구조일 것이다.

프 : 지금 6자회담의 논의 구조를 어떻게 보나.

이 : 6자회담 구조가 북핵 폐기에만 초점을 맞추면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구조가 될 것이다. 교환 패키지 등이 논의되어야 하고 아젠다로 대두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관적이다. 핵 폐기라는 것은 반드시 구체적인 행동이 뒤따르는 양보인데 국교 정상화에는 너무나도 복선이 많이 깔려 있다. 회담 의제 설정이 계속 핵 문제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면 회담은 힘들 것이다.

***"제4차 6자회담 비교적 긍정적 전망"**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프 : 회담의 성과를 평가하고 전망한다면….

박순성 : 개인적으로 이번에 북-미가 서로 입장이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만난 데에다 구조적으로 풀기 힘든 문제를 앞두고 협상한 것이어서 비관적으로 바라봤으나, 북한은 핵무기 포기 의사를 밝혔고 미국은 관계정상화 용의를 밝혔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진전이라고 평가한다. 물론 현재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두고 대립하고 있으나 북한은 경수로를 포기하고 미국은 평화적 핵 이용 권한을 인정하는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2주 전만 해도 비관이 60%였지만 지금은 낙관이 60%다.

북한이 경수로 문제를 들고 나온 이유는 국제적으로 정상 국가로 인정해 달라는 정치적 의미와 에너지 등 경제적인 문제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북한에 대해 북미 관계 정상화가 갖는 의미를 설명하는 동시에 관계정상화가 되면 경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대 제안 이외에도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일을 최대한 찾아보겠다는 식으로 설득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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