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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거미집 사고 능력'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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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거미집 사고 능력'에 주목하라"

<화제의 책> "폐경기는 공동체 위해 일하라는 신의 배려"

시몬 드 보부아르는 1949년 "여성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한탄했다. '제2의 성'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변했다. 여성도 남성과 비교해 뒤질 것 없는 '평등한 성'으로 대우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상식이다.

***'거미집 사고'로 무장한 여성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제1의 성>(헬린 피셔 지음.정명진 옮김.생각의 나무 간)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태어날 때부터 여성은 '제1의 성'이며, 사회 환경이 변화해 갈수록 여성이 제 위치를 찾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활발한 저작과 방송 활동으로 95년 미국 인류학협회가 수여하는 공로상을 받기도 한 저자 헬렌 피셔는 인류학자답게 이러한 예측을 당위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최신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전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임신 초기의 태아는 초기 모드(default plan)가 모두 여성이다. 다만, Y염색체가 들어간 수정란의 경우에 임신 8주에 들어서서 유전자 스위치가 켜져 생식선 돌기에게 고환이 되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남성이 되려면 이같은 추가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제1의 성'이란 순위나 우월의 개념이라기보다는 '원형'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저자는 그동안 '원형적인 존재'인 여성의 '원형적 특질'이 사회적으로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는 점을 주목하면서 여성의 '원초적 능력'을 상세히 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우선 남성의 뇌 구조는 '계단식 사고', 여성의 뇌 구조는 '거미집 사고'를 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주장한다.

여성들은 평균적으로 남성에 비해 애매모호한 것에 보다 관대한 편인데, 여성들의 경우 어떠한 이유든 거기에 얽힌 요소 중 많은 것들을 시각화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일직선이 아니라 거미집식으로, 서로 관련 있는 요소들을 통합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저자는 이런 여성들의 사고 태도를 '거미집 사고'라고 부른다.

반면 남성들은 한 가지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하다. 신문을 읽고 있는 남자에게 간단한 질문을 한번 던져보라. 종종 그 사람은 당신의 말을 듣지 못한다. 남성들은 외부에서 오는 자극에 무관심한 경향이 있다. 그들의 사고과정은 일반적으로 채널을 돌리듯 단선적이다.

초점을 한 곳에 집중하고, 구획을 짓고, 항목별로 차곡차곡 처리하는 남성들이 추론과정을 저자는 '계단식 사고'라고 부른다.

여성인 저자는 20대 시절 한 남자 친구에 대한 관찰기에서 "그는 뉴스를 보고, 록 음악을 듣고, 책 읽기를 좋아해 동시에 이런 것들을 하기는 했지만 실은 그의 머리 속에서는 채널이 마구 돌려지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저자는 "나는 그렇지 않았다"면서 "TV 스크린이 번쩍거리고, 음악 소리가 쿵쿵 울리는 데서도 인쇄 매체를 읽을 수 있었고, 이 모든 자극들이 동시에 나의 마음을 충족시켜 주었다"고 비교한다.

어린 시절도 마찬가지다. 소년들은 한 가지 일에 골똘히 파고 든다. 소녀들은 언제나 주변에 대한 관심을 끊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여성의 종합적인 사고 능력, 뇌 구조 연구 결과가 증명"**

저자는 여성의 '전체론적 접근'과 남성의 '직선적인 시각'이 뇌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가능성을 최신의 뇌 조직 연구 결과를 통해 뒷받침한다.

여성의 X염색체가 정상인의 경우 2개지만 1개밖에 없는 '터너증후군' 연구 결과 X염색체 유전자가 '사고'를 관장하는 전두엽 앞쪽 피질 형성에 특이한 영향을 미치는 활동은 여성에게서만 발휘되는데, 여성의 50%에게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연구 결과는 거미집 사고의 기본이 되는 다수 정보의 조화로운 처리에서 여성의 50%가 모든 남성들보다 유전자적으로 훌륭한 무장을 갖추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의 뇌 구조가 거미집 사고에 유리하도록 돼 있다는 연구 결과는 또 있다. 좌우의 뇌를 연결하는 연결조직들이 여성의 경우 더 굵고, 더 크다는 것이다.

왜 이처럼 뇌 구조가 달라지게 됐을까. 저자는 진화론적으로 접근한다. 100만년 전에 선조 남성들은 위험한 야수를 뒤좇을 때 정신을 집중해야만 했다. 이런 위험천만한 일은 당장 눈 앞의 일에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는 사람에게 유리했음이 틀림없다.

반면 선조 여성들은 매우 위험스런 조건에서 어른의 손길을 오랜 기간 필요로 하는 아기들을 키우는 일을 맡았다. 무방비 상태의 유아들을 기르기 위해 어머니들은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할 필요가 있었다.

저자는 "거미집 사과와 계단식 사고 둘 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완벽할 만큼 훌륭한 의사결정 방식"이라면서 "두 가지 사고 모두 논리적일 수 있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사회적 능력으로서 '사냥의 시대'에서는 계단식 사고가 우월했다면 문명이 발달할수록 '거미집 사고'가 우월한 능력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비즈니스, 통신, 교육, 법, 의학, 정부, 그리고 시민사회로 알려진 비영리 분야에서 일어나는 추세들을 보면 한결같이 미래의 세상은 '여성적 마인드'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불확실성이 두드러진 현대사회에서 여성은 "끊임없이 주의력을 집중하면서도 장기적인 안목을 놓지 않는" 사고 태도가 두드러진다. 성별 차이는 경영의 세계에서 특히 명백해진다. 여성들의 경영 스타일은 권력 공유, 포용, 상담, 의견 일치, 그리고 협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저자는 또 인내력도 여성의 유전자적 특질로 지목한다. "천재란 인내할 줄 아는 위대한 재능에 지나지 않는다"는 프랑스의 자연주의자 콩트 드 뷔퐁의 말처럼 이같은 소중한 재능은 연령을 불문하고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에게 더 많다. 저자는 "인내를 발휘하는 여성들의 재능은 수많은 노동 분야에서, 특히 의료계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폐경기는 여성에게 공동체를 향한 능력을 부여한 신의 배려"**

또한 이색적인 것은 '폐경기'를 여성의 중요한 능력이 추가되는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이다.

마거릿 미드는 "이 세상에는 폐경기를 넘긴 여성들의 열성만큼 위대한 것은 결코 없다"고 말했는데, 폐경기는 여성에게 딸과 출산 경쟁을 벌이지 않고 여성들의 힘을 보존해서 그때까지 살아 있는 자녀들을 도와 그들의 유전 인자가 미래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는 데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46세의 여성으로 흑인 베이비 붐 세대인 잰은 최근 <아메리칸 데모그래픽스>라는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신은 여성들에게 손자들을 돌볼 힘을 주기 위해 폐경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저자도 "폐경기를 넘긴 선조 여성들은 코 앞의 가족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서도 활동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곤 했다"면서 "거대한 파도를 이루고 있는 베이비 붐 세대 여성들이 10년 혹은 20년 뒤 폐경기를 거치게 되면 많은 이들은 지방, 전국, 혹은 세계 공동체를 지키는 양치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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