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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끝내 '형제의 난'을 맞은 속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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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끝내 '형제의 난'을 맞은 속사정은?

박용오 그룹 회장, " 용성.용만, 수천억 비자금 조성" 검찰투서

국내 10위권 재벌그룹 회장이 자기 기업에 칼을 대는 내부고발자로 나선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박용오 두산그룹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등 수천억 비자금 조성"**

두산그룹 박용오 회장은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은 수천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해 유용하고 해외 밀반출을 해오다 최근 본인에게 적발되자 공모해 일방적으로 (나를) 명예회장으로 발표하는 등 도덕적으로 있을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용성·용만 두 형제가 엄청난 비리를 저지르고도 반성하기는커녕 형을 회장직에서 축출하고 모함하는 작태를 연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산그룹은 고 박두병 회장의 6남1녀 중 맏아들인 박용곤 명예회장과 차남인 박용오 회장 , 3남인 박용성 회장, 5남인 박용만 부회장 등 4인의 공동경영 체제로 운영돼 왔기 때문에 그의 내부 고발은 8월1일 그룹 회장으로 취임 예정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안겨줄 전망이다.

박용성 회장은 박용오 회장의 바로 아래 친동생이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아 '재계의 입'으로 불려 왔으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이어 세계 상공인을 대표하는 국제상공회의소 회장에 선임돼 국제무대에서도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로 꼽혀 왔다.

게다가 그가 차기 그룹 회장으로 추대된 직후 100년이 넘는 그룹에서 형제 승계 방식의 경영권 이양이 순조롭게 끝나 '아름다운 전통'이 이어졌다는 박용성 회장 측의 발표는 1주일도 못돼 '거짓말'임이 드러나는 수모를 겪게 됐다.

경영권을 둘러싸고 잠복해 있던 형제간 갈등이 그룹회장 교체라는 형식으로 폭발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지난 2000년 현대그룹 2세들의 '왕자의 난'이 두산그룹에서는 3세에 들어 '형제의 난'으로 재현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박용오 회장은 아예 측근을 통해 대검 중앙수사부에 진정서를 냈다. 박용호 회장은 이 진정서에서 "박용성 회장 등이 17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800억원을 해외로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진정서는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이 그룹의 전략기획본부를 사조직화해 움직여 왔으며, 두산인프라코어 박모 상무와 전략기획본부 김 모 차장 등의 계좌를 압수 수색할 경우 비자금 규모는 확대될 것이라고 수사 방법까지 적시했다.

***검찰, "진정서 내용 사실 여부 조사할 것"**

특히 박 회장의 진정서는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 형제가 위장계열사를 설립하고 가공매출을 만들어 분식회계는 물론 외화를 밀반출한 혐의 등 비자금 조성수법이나 액수가 상당히 구체적이으로 적혀 있어 대검도 2~3일 내로 서울중앙지검에 이 사건을 배당해 진정서 내용을 확인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은 이날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박용오 회장에게 모럴 해저드를 적용해 그룹에서 퇴출할 계획"이라면서 "박용오 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사임하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게 되자 이에 불만을 품고 검찰과 일부 언론사에 그룹을 비방하는 투서를 했다"고 설명했다.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용오 회장은 형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취임한 지 10년 정도 됐으니 은퇴할 때가 됐다"고 하자 이에 반발해 두산산업개발의 계열 분리를 주장했다. 두산산업개발은 두산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주)두산의 최대주주여서 두산산업개발 경영권만 확보하면 두산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이처럼 박용오 회장측이 기존에 0.7%의 지분만 소유하고 있는 두산산업개발의 경영권을 확보하려 시도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다른 형제들은 이에 위협을 느껴 최근 계열사까지 동원해 두산산업개발의 지분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초 두산 4세 형제들이 80만주,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 등 계열사가 200만주 등 총 280만주(약 10%)의 두산산업개발 지분을 매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용오 회장은 "형제간의 의를 생각해 지금까지 참아 왔으나 회사가 부실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량기업인 두산산업개발만이라도 독자경영 방식을 건의했을 뿐"이라며 "모든 사실을 관계당국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혀주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검찰 고발까지 불사하는 극단적인 양상을 보인 이번 '형제의 난'으로 3세들의 공동경영 전통이 깨지고 현대그룹처럼 그룹이 분열돼 재벌4세들이 경영전면에 나서는 급격한 변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검찰의 조사 결과 그룹 내 비자금 조성 등 불법행위들이 확인될 경우 3세 형제들의 입지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두산그룹 4세 중에서는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을 필두로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등이 경영에 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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