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적자-경기전망 악화, '내외수 복합불황'

2년만에 경상적자, 4개월만에 경기선행지수 하락, 경제위기론 재연

장기 내수불황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를 지탱해온 수출증가율이 둔화되면서 월별 경상수지가 2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서고 경기선행지수도 하락으로 반전되면서, '내외수 복합불황'이 도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월별 경상수지, 2년만에 처음으로 적자**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중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전월의 11억1천만달러 흑자에서 9억1천만달러 적자로 반전됐다. 월별 경상수지가 적자를 나타낸 것은 2003년 4월의 2억1천만달러 적자 이후 2년만에 처음이다.

한국은행은 이와 관련, "12월 결산법인의 대외배당금 지급 등 계절적 요인으로 소득수지 적자규모가 3월중 14억1천만달러에서 4월에는 사상 최대인 21억4천만달러로 늘어났다"면서 "이와 함께 상품수지(인도 기준) 흑자액도 3월의 31억1천만달러에서 4월에는 24억달러로 전월대비 7억1천만달러 축소된 것이 경상적자가 적자로 돌아선 주요인"이라고 밝혔다.

경상수지 중 서비스 수지는 특허권 사용료 지급감소로 적자폭이 전월보다 2억2천만달러 축소됐음에도 불구하고 9억1천만달러 적자를 기록, 만성적인 적자기조를 면치 못했다.

경상수지 외에 자본수지는 4월 들어 19억6천만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해 지난 2월 이후 3개월 연속 순유입을 나타냈으나, 자본수지 중 증권투자수지는 10억4천만달러의 순유출을 나타내 5개월 연속 순유출을 나타냈다.

자본수지 순유입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제일은행 인수자금 유입으로 외국인의 국내직접 투자액이 17억9천만달러 순유입을 기록하면서 직접투자수지가 13억9천만달러의 순유입을 나타낸 데 따른 '일시적 요인'이었다.

***경기선행지수, 4개월만에 하락 반전**

월별 경상수지가 2년만에 적자로 돌아선 가운데 향후 경기의 바로미터가 되는 경기선행지수도 4개월만에 하락세로 반전됐다. 또한 현재 경제상황을 알려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에 비해 9개월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흔들리고 있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6.4로 전월에 비해 0.8포인트 감소해 한 달만에 하락 반전했다. 4월의 감소 폭은 작년 8월(-0.8)이후 가장 큰 것이다.

4월중 산업생산은 전년동월대비 3.8% 상승, 3월의 4.9%보다 상승폭이 둔화됐다. 계절조정 전월비로는 1.7% 감소해 3월중 3.9% 상승한 이후 한 달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생산이 줄어들면서 제조업 평균가동률 역시 전월대비 2.0%포인트 하락한 78.9%로 한 달만에 다시 80%대 아래로 내려갔다.

생산자 제품출하는 전년동월대비 2.6% 증가했지만 전월에 비해서는 2.0% 감소했다. 내수는 0.5% 감소했고 수출은 7.7%로 전월(11.0%)에 비해 상승폭이 크게 둔화됐다.

생산과 출하가 이처럼 함께 위축된 요인은 미국 등지에 대한 수출이 크게 둔화된 탓이다. 반도체(13.8%)와 자동차(11.3%)는 호조세를 이어갔으나 섬유제품(-9.6%)과 음식료품(-3.8%)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수출이 한계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내수가 회복세를 보여야 하지만 도소매판매와 설비투자 등 내수지표는 여전히 뚜렷한 호전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4월중 도소매판매는 전년동월비로 두 달째 증가했지만, 1.2% 상승하는데 그쳐 전월의 1.4%에 비해 낮아졌다. 소매(3.2%), 도매(0.9%)로 증가했으나, 자동차 및 연료는 1.9% 감소했다. 특히 내수용 소비재출하는 전년동월대비 3.7% 감소하면서 지난해 4월 이후 12개월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내외부 복합불항 위기에 직면"**

수출증가 둔화로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향후 경기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일각에서는 '내외수 복합 불황'이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0일 '최근 국내외 경제현안과 정책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올 들어 수출증가율(1.4분기 7.9%)이 한자리 숫자로 격감한 것과 관련, "현재 국내경제는 내수부진,고용악화,내수부진의 악순환 고리에 빠져 있다"며 "수출마저 부신한 모습을 보일 경우 한국경제는 내수와 외수가 동시에 침체국면에 빠지는 장기 복합불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원은 또한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치 5%를 고수하고 있으나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 결과 정부가 종합투자계획, 복지정책의 재원 등에 소요될 세수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무리하게 강행할 경웅 정부재정의 급속한 악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이밖에 투기성 부동자금의 급증, 빈부격차 심화, 주택시장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국제금융시장 불안, 북핵문제, 위안화 평가절상 등으로 대내외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며, "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4%를 일단 유지하나 정부의 경기활성화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거나 유가-환율이 당초 예상 전망치에서 크게 벗어날 경우 3%대로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